※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87호(2017. 3. 15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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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트럼프 효과_실리콘밸리 혁신 독점의 해체.pdf



ž 트럼프 정부가 특정 7개국으로부터 입국을 제한한 행정명령이 미국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굉장했으며,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결정적으로 훼손시키고 있음


Ø 행정 명령에 대해서는 미국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입국제한 명령 금지에 대한 연방 지방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의 소송에서는 트럼프 정부 측이 모두 패소하였음


Ø 트럼프는 대법원에 상소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대통령령도 검토할 의향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의 브랜드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임


Ø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을 실제로 정책화하려 하려는 실제적인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이민의 나라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자유와 꿈의 나라 미국'이라는 이미지가 무너져 내릴 위험성이 커지고 있음


ž 미국 브랜드 가치의 붕괴는 전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를 빨아 들임으로써 번영을 구가해 온 미국의 IT 산업, 특히 실리콘밸리의 IT 기업과 벤처캐피탈들에게는 중차대한 사태임


Ø 비록 행정명령으로 인해 실제 입국을 저지당할 위험이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이겠지만, 도미을 꿈꾸고 있는 전세계의 야심찬 젊은이들이나 이미 미국의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우수한 엔지니어들에게 주는 심리적 악영향은 절대적임


Ø 그들은 '자유와 꿈의 나라 미국'을 동경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자 단기필마로 미국에 달려오는 것이고, 이러한 그들의 자세는 보다 개방적이고 상호 연결된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IT 기업들의 비전과도 잘 부합하는 면이 있었음


Ø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127개 기업이 연방 항소법원에 행정 명령은 미국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보유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당연한 대응인데, 기업들은 그들에게 큰 실망을 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잘 알기 때문


ž 미국의 IT 기업들이 더욱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비자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인데, 이는 실리콘밸리 몰락이 시작을 알리는 조종이 될 수도 있기 때문


Ø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IT 등 전문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미국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취업비자 'H-1B'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거나 최소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음


Ø 트럼프의 입장과는 전혀 반대로 기술기업들이 지금까지 H-1B 비자 발급의 범위 확대를 요구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자신의 공약대로 취업 비자 제한 정책을 실행할 경우 IT 기업이 받게 될 타격은 이번 입국 제한 소동에 비할 바가 아닐 것임


Ø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최고의 기술자가 극히 소수이기 때문에 H-1B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그들은 비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IT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함


Ø 하지만 이런 비자 제한 정책은 미국에서 일하는 기술자의 저변을 좁게 하고, 최고 엔지니어들의 마음 속에 있는 미국의 선호도를 더욱 하락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


Ø 전세계에서 미국으로 건너 오는 기술자 및 학생의 수는 줄고, 미국에 들어와 있는 기술자들도 미국 사회에 실망하고 신변의 위험을 느껴 떠나갈 수 있음


Ø 우수한 인재의 확보가 어려워지면 IT 기업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힘이 쇠약해지게 될 것인데, 이로써 많은 기술 기업이 우려하는 실리콘밸리의 몰락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임


ž 그런데 이 지점에서 만약 실리콘밸리가 몰락하게 된다면 그것은 실리콘밸리 내부자들에게는 악몽이겠으나 나머지 국가들에게는 별로 나쁠 것이 없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음


Ø 트럼프의 행정 명령과 비자 제한 가능성에 대해 여러 나라의 IT 업계 사람들이 진지한 얼굴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사실 미국의 IT 기업 관계자나 IT 벤처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 관계자가 아니라면 트럼프에 의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은 별로 없음


Ø 오히려 다른 나라의 IT 업계로서는 드러내 놓고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내심 반길 만한 상황인데, 미국 그 중에서도 특히 실리콘밸리에 의한 혁신의 독점 폐해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


Ø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어찌 보면 교육이라는 지참금까지 바쳐 가며 미래가 촉망되는 자국의 젊은이들을 실리콘밸리에 빼앗겨 왔는데, 이 젊은이들이 미국행을 단념하고 우수한 기술자들이 모국이나 제 3국 기업으로 간다면 혁신의 동력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임


Ø 아직 실리콘밸리와 같은 완벽한 생태계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미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에서도 생태계가 만들어져 가고 있고, 그 속에서 다양한 IT 벤처가 탄생,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임


Ø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만 몰리지 않고 전세계에 고르게 편재한다면, 혁신으로 인한 막대한 부와 사회적 편의의 창출이 미국이라는 한 국가에만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어, 결국 혁신의 파워가 다극화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임


ž 트럼프의 정책으로 곤란에 처한 실리콘밸리에 대해서는 연대의 손을 내밀어 주어야겠지만, 작금의 상황이 도래하게 된 데에는 실리콘밸리의 과실 독점 탓이 큰 것도 사실


Ø 이 이슈에 대해 논하려면 먼저 왜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몰락한, 혹은 몰락해 가고 있는 중산층의 분노와 불안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임


Ø 그렇다면 중산층 몰락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살펴보아야 하는데, 트럼프는 그것이 불법 이민과 불공정한 외국 때문이라고 거짓 선동을 했고 여기에 미국인들이 속은 것이지만, 실제 중산층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IT에 의한 업무의 합리화와 산업의 파괴적 혁신이라 할 수 있음


Ø 새로운 비즈니스와 직업을 만들어 내고 소비자들에게 흥미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면으로만 본다면 IT에 의한 혁신은 좋은 일이지만, 또한 IT에 의한 혁신의 두드러진 특징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단숨에 빼앗는 파괴적 사업모델을 만들어 낸다는 것임


Ø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한 기업과 기술자들은 세상을 바꾼 인물로 칭송되며 막대한 부를 얻게 되고, 최근에는 승자 독식의 구도가 정착되어 빠르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면 현재는 물론 미래의 폭리가 약속되는데, 이것이 세계의 인재를 빨아들이는 아메리칸 드림의 요체임


Ø 지난 수십 년 동안 공장이나 사무실에서는 IT가 꾸준히 사람의 일을 빼앗아 왔으며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보급으로 일자리 약탈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임


Ø 물론 이것은 자본주의의 율법이기도 해서, 성실하게 꾸준히 일하고 능력을 갈고 닦은 장인이 갑자기 직장을 잃고, 저임금의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이민자들과 구직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로 내몰리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음


Ø 세상의 변화를 몰랐다면 그것도 자기 책임이라 말할 수는 있겠지만,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미국은 갑부로 등극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고매한 이상을 외치는 극소수의 디지털 시대 승자와, 몰락하여 분노와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로 급속히 양분되어 가고 왔음


Ø IT에 의한 혁신으로 많은 중산층이 몰락했으며, 이들의 투표를 통해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IT 기업과 실리콘밸리에 불리한 정책이 발표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마찬가지로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자기 책임이라 볼 수 있음


ž 그러나 결국 실리콘밸리가 몰락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기에,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잠시 찾아온 혁신의 기회를 잘 살리려는 순발력이 필요한 시점


Ø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해 실리콘밸리가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보유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그 결과 실리콘밸리의 혁신 추진력이 상실된다고 해도 사실 곤란한 일은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을 것임


Ø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서비스는 그것이 탄생하기 전에는 당연히 아무도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므로, 실리콘밸리가 없어도 세계는 별다른 지장 없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임


Ø 실리콘밸리가 멈춘다고 해서 혁신과 사회의 진보가 완전히 멈추는 것도 아닐 것이며, 다만 세계가 뒤집어지는 빈도가 적어질 것이고, 세계의 변화 속도가 다소 완만하게 될 것이므로 파괴적 혁신에 의해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은 경력 전화나 등에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될 것임


Ø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몰락하는 극단적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데, 트럼프가 아마도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내세우는 아름다운 이상을 진짜로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 기업의 승자 독식이라는 폭리 구조는 그 이상으로 좋아할 것이기 때문


Ø 실리콘밸리에는 아시아계 경영자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 정권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폭주를 지속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미국의 폭리 독점을 위해 IT 기업들과 모종의 거래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사업적으로 보다 자연스러움


Ø 젊은 기업가와 우수한 엔지니어들의 미국행이 당분간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기는 다른 국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나, 실리콘밸리로 가는 길은 언제든 다시 넓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인재 확보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생태계 강화에 단기간 전력 집중할 필요가 있음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85호(2017. 3. 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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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투자하라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트럼프의 압박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이 보이나, 굳이 트럼프의 압박이 없었더라도 생산설비가 로봇으로 자동화 되면서 저임금의 신흥국에서 생산하는 대신 본국으로 돌아가 생산하려는 기업들의 자발적 리쇼어링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음. 자동화된 공장에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트럼프 정부도 모를 리 없는 일이며, 실제 정책 목표는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 중인 미국의 공업용 로봇 산업을 재건하는 데 모아질 것으로 예상됨



[본 문]


◈ 미국 우선주의와 일자리 회복을 내세운 트럼프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에 대한 투자 요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음


트럼프의 요청에 포드, GM,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미국계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는데, 이들은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 및 증설한다는 기존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움직이자 미국이라는 거대 자동차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투자 계획을 급조해 발표하거나 이미 실행 중인 계획을 새것인 양 모양을 바꾸어 발표하는 등 적극 협조 모양새 연출에 애를 쓰고 있음


자동차 이외 업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미국 내 매장 59곳을 신설하고 전자상거래 부문을 중심으로 총 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며, 애플마저 애리조나 주에서 서버 장비를 생산하겠다는 뜻을 표명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 검토에 들어갔으며, 독일 제약기업인 바이엘은 미국 내 고용 창출과 R&D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40여 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명품그룹 LVMH마저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고 약속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트럼프와 회동 후 미국 내 100만 명 고용 창출을 약속한 것과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가 트럼프와 만남 직후 500억 달러 투자와 일자리 5만 개 창출을 약속한 것은 트럼프 정책 성공의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음


◈ 그러나 미국 및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행이나 투자 강화 움직임을 단지 트럼프에 굴복하거나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만 볼 수 없으며, 유턴할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라 보는 시각도 있음


가장 먼저 트럼프에 호응한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최근 자동차 공장들은 로봇 등 자동화가 진행되어 직원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가동하더라도 창출되는 일자리의 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


• 이는 자동차 업종뿐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업 공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노 라인, 노 체크아웃(No Lines, No Check out)을 모토로 내세운 무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에서 보듯 유통업에서도 무인 자동화와 인원 감축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


[동영상] 무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


트럼프는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미국에 되찾아 주겠다며 유턴을 강요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높은 인건비 때문에 미국을 떠났던 기업들은 사람이 필요치 않은 공장 환경이 도래함에 따라 미국으로 유턴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임


공장 고도화와 자동화에 따라 노동 임금이 낮은 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의 장점이 줄어듦에 따라 개발도상국 등 외국으로 나갔던 선진국의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 리쇼어링(Reshoring)은 최근 수년 동안 부쩍 가시화되고 있음


역내 생산인 온쇼어링(On-shoring)에서 역외(자국 밖) 생산인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거쳐, 이제 다시 온쇼어링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의 흐름이 시작되고 있는 것


◈ 리쇼어링 여부를 결정하는 데 최우선적인 판단 근거는 제품의 최종 목적지와 생산시설을 운용하는 환경이므로,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은 당연히 리쇼어링 가능성이 높은 국가임


자동차 산업이 가장 먼저 트럼프의 요구에 응해 리쇼어링을 결정한 것은 미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기 때문이며, 로봇 자동화가 진행되어 미국 내 제조 비용이 멕시코 공장에서의 제조 비용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


이는 테슬라가 이미 입증하고 있는 사실로서, 테슬라는 땅값과 인건비가 비싼 실리콘밸리 교외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고도로 자동화된 생산 공정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입지함으로써 시장 확보에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고 있음


<자료> Clean Technica


[그림 1] 로봇으로 자동화된 테슬라 생산 공정


• 포드가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미시간주에서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단지 국경세(Border Tax) 이슈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장 자동화 기술에 의해 리쇼어링을 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는 사업적 판단이 있다는 분석


◈ 리쇼어링은 비단 미국 만의 현상이 아니라 여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며, 내수 및 권역 시장의 규모가 큰 곳에서는 기술혁신에 의해 앞으로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


스포츠 용품업체인 독일의 아디다스는 1993년 이후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겨 다녔으며,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올 수 있었음


그랬던 아디다스가 올해 다시 24년 만에 독일과 미국에서 생산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는데,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독일산미국산 아디다스 운동화가 올해부터 전 세계에 공급될 예정


이들 공장은 로봇 라인으로 운동화를 생산하기 때문에 더 이상 임금 수준이 고려요인이 아니므로, 유럽과 미국 등 거대 시장에 가까운 곳에서 현지 생산, 또는 소비지의 생산기지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디다스에게 매우 합리적인 선택임


독일의 대표 기업으로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불리는 지멘스 역시 독일 남부 암베르크에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신설했는데, IoT 및 센서 기술과 결합한 기계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 공정의 75%를 로봇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담당한다고 함


지멘스 스마트 공장의 불량률은 0.001%에 불과해 인간에 뒤지지 않는 정밀도를 보인다고 하는데, 이런 고도의 설비 운영은 오히려 신흥개발국보다 선진국에서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선진국 기업의 리쇼어링은 정치적 요인과 무관하게 확산될 수밖에 없는 흐름임


[동영상] 지멘스의 스마트 팩토리


◈ 한편 이러한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리쇼어링 흐름은 그 동안 오프쇼어링을 통해 발전해 온 신흥개발국들에게 중차대한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


국제연합(UN)의 주요 산하기구인 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UN무역개발위원회)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와 경제 지원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인데, 2016 11월 최근의 리쇼어링 흐름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였음


UNCTAD의 보고서는 선진국에서 로봇이 보급됨에 따라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노동 임금이 낮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었던 개발도상국의 생산 공장 유치가 로봇의 보급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음


실제로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의 폭스콘이 중국 장수성의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면서 11만 명의 노동자는 5만 명으로 줄었고 무려 6만 개의 일자리가 단숨에 사라진 바 있음


아직 리쇼어링이 신흥개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릴 경우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보고서는 향후 개발도상국에서 일자리의 2/3가 없어질 수 있다고 전망


산업용 로봇에 의한 자동화는 주로 자동차와 전자 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 산업의 제조 공장이 집중된 멕시코와 아시아 지역의 신흥개발국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클 것으로 UNCTAD는 분석하고 있음


◈ 리쇼어링에 의한 일자리의 감소는 비단 신흥개발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생산설비가 유턴하는 선진국 역시 로봇에 의한 실업 문제는 피해나갈 수 없음


아디다스의 독일 안스바흐 공장의 경우 수년 내에 로봇에 의해 연간 100만 켤레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근무 직원은 160명에 불과함



[동영상]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


• 로봇 공장은 단순히 무인 생산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 노동을 항구적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인간에 위협적인데, 로봇으로 생산하게 되면 생산할 제품이 바뀌어도 라인을 통째로 바꿀 필요 없이 간단히 명령어나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되기 때문


아디다스의 경우 지금까지 제품 기획에서 실제 공급까지 평균 18개월 가량이 걸렸지만 로봇 공장 시스템에서 이 기간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하며, 제품 변경 시 생산라인 변경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역시 크게 절감된다고 함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가 글로벌 기업들에게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압박할 때부터, 설사 공장들이 유턴한다고 해도 고용 창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신흥개발국과 마찬가지로 로봇에 의한 실업 문제를 겪게 될 것이란 비판이 있었음


아울러 시대의 흐름상 트럼프 정부 하에서 로봇과 AI에 의한 대량 실업의 시대로 이행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리쇼어링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할 실업 대책 마련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았음


◈ 트럼프 역시 공장의 유치가 곧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정치적 의도로 인해 내색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로봇 산업 육성을 주창하기도 함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와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로봇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는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의 로봇이라 답함


<자료> Inverse


[그림 2] 미국산 로봇을 강조하는 트럼프


• 이어 자동화 되는 중국의 공장 때문에 오프쇼어링이 되는 것이라며, 미국의 로봇이 우수하다면 리쇼어링이 될 것이고 로봇이 미국산이기만 하면 좋은 일이라 답변


그러나 미국에는 산업용 로봇 기업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로봇 산업 육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결론으로 피력하였음


혼란스런 답변이긴 하지만 트럼프가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 문제를 모른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로봇 산업에 관한 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로봇 관련 뉴스 사이트인 로봇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내 로봇의 2/3가 미국 밖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산업용 로봇은 유럽과 일본 등 모두 외국 기업이 생산하고 있음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어뎁트 테크놀로지(Adept Technologies)는 미국의 마지막 산업용 로봇 기업으로 알려져 왔으나, 2015 10월 일본의 오므론에 인수됨으로써 미국에서 산업용 로봇 기업은 사실상 사라졌음


산업용 로봇은 미국에서 처음 태어났지만 지금 미국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자국산 산업 로봇 개발의 추진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데 트럼프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임


◈ 앞으로 제조업을 지탱하는 핵심 기술은 AI 로봇이 될 것이기 때문에, 비록 일자리 창출은 어렵더라도 강한 미국을 회복하기 위해 트럼프가 로봇 산업에 주력할 가능성은 매우 높음


UNCTAD의 보고서는 전세계 산업용 로봇의 가동 상황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는데, 로봇 도입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2013년부터 산업용 로봇을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는 중국으로 연간 구매금액은 3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음



<자료> UNCTAD


[그림 3] 2013~2018 지역별 산업용 로봇 운용


• 지금까지는 일본이 산업용 로봇의 설치 대수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해왔지만, 2016년 말 기준으로 설치 대수 면에서 중국이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에는 전세계 대부분의 산업용 로봇이 중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됨


이는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2015년에 10개년 로드맵으로 제창한 중국 제조업 2025(The China Manufacturing 2025) 계획의 실행에 따른 결과임


중국이 로봇 개발과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글로벌 기업의 리쇼어링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현재 중국은 트럼프의 리쇼어링 정책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음


결국 트럼프가 제조업을 통해 강한 미국을 되살리려면 중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과 로봇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함


미국의 산업용 로봇이 쇠퇴한 것은 정부의 보조금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마크 큐반은 트럼프에게 미국에서 탄생한 산업용 로봇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며 다시 한번 로봇 개발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짐


트럼프가 인프라 재건에 1조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데 대해 마크 큐반은, 그 중 1천 억 달러를 로봇 개발에 투자해야 하며, 미국 정부가 전기차(EV) 및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에 성공했듯이 이번에는 로봇 산업에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음


◈ 미국이 다시 로봇을 생산하게 된다면 그 주인공은 전통적 로봇업체가 아닌 AI를 연구하는 대형 IT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이며, 결국 정부와 실리콘밸리와 원활한 공조가 관건이 될 전망


자율운전 자동차와 함께 로봇 개발은 미래의 산업을 지탱하는 양 기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에서 로봇 개발을 국가 정책으로 밀어 붙일 가능성이 있음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로봇 개발을 지원한다면 가장 먼저 직접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구글로, 구글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와 연계하여 로봇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 최첨단의 AI 기반 공업용 로봇 개발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음


국가 차원의 전면적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시너지를 이룬다면, 미국의 산업용 로봇 개발은 일거에 탄력을 받아 가속화 될 수 있으며, 산업용 로봇의 본고장인 미국이 유럽과 일본을 제치고 다시 한번 로봇 산업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임


공장의 유치가 고용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명확해 지는 시점에서 트럼프는 이를 가릴 수 있는 치적이 필요할 것인데, 미국이 산업용 AI 로봇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것이 그 중 한 방안이 될 수 있음


현재 입국제한 행정명령으로 트럼프와 실리콘밸리는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지만, AI 로봇 개발 등 서로가 꼭 필요한 부분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크고 작은 갈등을 겪겠지만 큰 틀에서 공조의 틀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음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81호(2017. 2. 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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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손정의 회동- T-모바일 인수 혹은 스프린트 매각.pdf



[ 요 약 ]


트럼프 당선 직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CEO는 트럼프와 회동을 갖고 소프트뱅크 산하 스프린트의 고용을 5천명 늘리겠다고. 발표. 손정의의 계획은 미국 내 고용을 강조했던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나, 반대로 스프린트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음. 손정의의 의도는 그 동안 인가되지 않았던 T-모바일 US의 인수를 재개하기 위한 것, 혹은 반대로 스프린트를 T-모바일 US에 매각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음



[ 본 문 ]


◈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가 내놓은 정책마다 물음표가 따라다녔지만, 당선 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사업가답게 합리적이고 명확한 것 같다는 기대 섞인 평이 조금씩 나오고 있음


트럼프는 재무 장관과 상무 장관에 금융계 출신 인물을 지명했으며, 법인세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내 고용을 3~4% 늘리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


아울러, 작년 12월에는 경제 정책 자문 조직으로 '대통령 전략·정책 포럼'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는데,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그룹의 스테판 슈왈츠만 창업자겸 회장이 포럼 의장을 맡고 있으며, 자동차, 금융, 유통업계 등의 최고 경영자들도 참여하고 있음


트럼프는 특히 IT 부문의 전문 지식을 흡수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치며, 선거 기간 동안 불거졌던 실리콘밸리 경영자들과의 마찰도 조기에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음


한편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되돌리고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은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은 완강히 고수하고 있으며, 고용의 걸림돌은 제거해 나가되 생산 거점을 미국에서 외국으로 옮기는 기업에 대해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


◈ 이런 가운데 발표되고 있는 외국계 거대 기업들의 투자 약속은 트럼프의 정책에 탄력을 붙여줄 전망인데, 소프트뱅크의 미국 내 5만명 고용 창출, 500억 달러 투자 계획도 그 중 하나


작년 12월 초,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CEO는 트럼프 당선 직후 뉴욕을 방문해 회동한 자리에서 향후 미국에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음


<자료> Donald Trumps Twitter


[그림 1] 손정의와 미팅에 관한 트럼프의 트위터


• 트럼프는 미팅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사(손정의의 일본 이름 마사요시)가 미국 내 비즈니스와 5만 명의 신규 고용 창출을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손정의는 자신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절대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음


같은 사업가로서 공감대가 넓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트럼프가 손정의를 격의 없이 마사라고 언급한 것은 향후 두 사람의 관계, 나아가 소프트뱅크 그룹과 미국 정부의 관계가 향후 매우 긴밀할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음


손정의 역시 취재진에게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규제 완화 조치로 미국에서 투자 기회가 증가할 것이라 기대하기에 미국 내 투자를 가속화시켜 나갈 것이라 설명하고, 2016 10월 설립한 10조 엔 규모의 펀드를 통해 미국 시장에 자금을 투입해 나갈 계획이라 밝힘


◈ 실제로 소프트뱅크 그룹은 손정의와 트럼프의 회동 이후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미국 내 통신사업과 관련해 8천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행보를 시작


트럼프는 작년 12월 말,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미국의 통신사업자 스프린트(Sprint) 2018 3월까지 5천 명의 일자리를 외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 공개


또한 소프트뱅크가 작년 12 19일에 출자한다고 발표한 위성통신 벤처인 미국의 원웹(OneWeb) 역시 미국에서 3천 명을 채용하게 될 것이라 발표하였음


, 통신산업에서 8천 명의 신규 고용이 소프트뱅크에 의해 미국 내에서 창출되는 것인데, 이 같은 사실은 스프린트의 임원이 트럼프에 직접 전화를 통해 알려왔다고 함


트럼프는 이번 소프트뱅크 그룹의 미국 내 투자 행보는 손정의 CEO가 크게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손정의에게 매우 감사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음


스프린트와 원웹에 대한 투자와 8천 명 고용 계획은 트럼프의 취임 전에 나온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큰 힘이 보태줄 수 있어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보임


◈ 한편 손정의 CEO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늘 해왔던 각국 정상 및 주요 인사와 회동을 통한 정상 영업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우세함


손정의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면담 외에도, 과거 각국 정상들과 면담을 통해 해당 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소프트뱅크 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도움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직접 솔선해 왔음


이번 미국 내 투자 발표도 단순히 트럼프 정부 집권기간 동안 관계를 돈독히 해두려는 보험적 성격의 조치라기 보다는, 사업가로서 당연히 소프트뱅크의 사업에 구체적 도움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1] 소프트뱅크 손정의 CEO 의 정상 회동을 통한 영업

시기

회동 인사

합의 내용

2014 10

모티 (인도)

10년 이내에 인도에 1조 엔 투자

2016 7

테레사 메이 (영국)

영국 ARM 인수, 영국 내 고용을 5년 이내 2배 증가

2016 9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 국부펀드와 함께 전세계 IT기업에 투자할 10조엔 규모의 투자펀드 공동 조성

2016 9

박근혜 (한국)

10년 이내 한국에 4,500억 엔 투자

2016 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미국에 500억 달러 투자, 5만명 고용 창출

<자료> IITP, 공개정보 바탕으로 정리


◈ 언론들은 대체로 트럼프를 직접 만난 손정의의 목적이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고전하고 있는 스프린트의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음


소프트뱅크는 2012 10, 당시 미국 이동통신 시장 3위 업체였던 스프린트에 대한 전략적 인수 결정을 발표하고 2013 7월에 인수를 완료했는데, 216억 달러를 투자해 스프린트 주식의 약 78%를 사들였음


인수 때부터 손정의는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상위 2개 기업인 버라이즌AT&T에 대항하기 위해 당시 4위 업체인 T-모바일 US를 추가 인수해야 함을 주장하였음


T-모바일 US 인수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벌였지만 관계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지 못했으며, 스프린트 만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음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시점 이후 T-모바일 US는 엄청난 기세를 올렸으며, 스프린트는 2015 6월말 가입자 수 기준으로 T-모바일 US에 밀려 미국 내 4위 업체로 전락


스프린트는 네트워크 품질 개선 노력과 인력 감축을 실시하는 등 재기를 도모하고 있지만, 상위 3개사와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


손정의는 2014 7월 스프린트의 실적 발표 회견 때, T-모바일 US의 인수를 포기했냐는 질문에 대해, 스프린트 자체를 튼실하게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나, 2강 체제보다는 3강 체제에서 더 건전한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는 기존 입장을 피력


2015 2월 실적 발표 시에는 당초 스프린트를 T-모바일 US와 합병시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었으나, 막상 부딪혀 보니 산이 험하고 높음을 알게 되었다며 어려운 상황을 인정


그러나 미국은 거대 시장이고, 이동통신 상위 2개사가 큰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 도전할 여지가 많기 시장이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 호전시켜 나갈 것이며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 말함으로써 T-모바일 인수 의지가 아직 다하지 않았음을 내비침


2016년 들어 스프린트는 실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상위 2개 사와 경쟁은 언감생심이며, T-모바일 US에 대항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


2015년까지 손정의는 그룹 내부로부터 성장 전망이 없는 스프린트의 매각을 검토해야 하지 않냐는 추궁을 당했는데, 이에 대해 상장 회사에 대해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노코멘트 하는 등, 손정의에게 스프린트는 가장 골치 아픈 존재로 전락


그러다가 2016 11 3분기 실적 발표 시에는 지금까지 걸림돌이었던 스프린트에 드디어 반전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다시 공세로 전환할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코멘트와 함께 스프린트의 부활에 자신감을 표출


[2] 미국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의 2016 7~9월 실적

사업자

매출

순익

가입자 수

버라이즌

309 3,700만 달러

(전년 대비 7% 감소)

36 2,000만 달러

(전년 대비 10% 감소)

44 2,000명 증가

AT&T

408 9,000만 달러

(5% 증가)

33 2,800만 달러

(11% 증가)

26 8,000명 감소

T-모바일 US

92 4,600만 달러

(18% 증가)

36,600만 달러

(270% 증가)

85 1,000명 증가

스프린트

82 4,700만 달러

(3% 증가)

-1 4,200만 달러

34 7,000명 증가

<자료> IITP, 공개정보 바탕으로 정리


그러나 비록 2016 3분기의 영업이익이 6 2,200만 달러로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영업외 비용과 세금을 반영한 최종 손익은 1 4,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82 4,7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상위 2개사와 차이는 매우 크며, T- 모바일 US와도 약 10억 달러의 차이가 있음


약정 요금제의 가입자 수는 직전 분기에 비해 34 4,000건이 증가했지만, 같은 시기 T-모바일 US 2배 이상인 85만 건이 증가하였음


스프린트 단독으로는 T-모바일 US에 대항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며, 인수 당시 꿈꾸었던 상위 2 개사와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음


◈ 이런 상황이다 보니 손정의가 트럼프와 회동 이후 2018 3월까지 미국 내에서 5천 명의 고용을 늘리겠다고 한 것이 과연 타당한가, 나아가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


스프린트가 지금까지 네트워크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버라이즌과 AT&T는 이미 네트워크 정비는 끝내고 IoT와 스마트 홈 등 스마트폰 이후의 서비스에 주력 중


AT&T와 버라이즌은 동영상 전송 등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는데, AT&T DirecTV를 산하에 두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며 중요한 수입원으로 성장시키는 한편, 타임-워너의 합병을 발표하는 등 동영상 콘텐츠 유통의 강화를 꾀하고 있음


버라이즌의 경우도 Go 90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광고 사업에 의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음


손정의는 네트워크의 개선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말은 지금까지 네트워크 품질이 나빠 고객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함


대체적으로 미국의 통신 시장은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네트워크 품질에서 뒤쳐져 있는 스프린트가 단말기나 서비스, 요금제 등에서 만회를 꾀하기는 쉽지 않음


미국에서 스마트폰 단말로 인기 있는 아이폰은 4개 사업자가 모두 제공하고 있고, 새로운 데이터 플랜 등 요금제는 즉시 다른 업체가 따라 하며, 요금제란 결국 마지막에는 체력 싸움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AT&T나 버라이즌 같은 규모가 사업자 쪽이 우위에 서게 됨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히 안정된 수익 기반이 없다면 실행이 어려운 5천 명 인력의 신규 고용을 하겠다는 스프린트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 업계에서는 우선 손정의가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에 편승해 다시 한번 T-모바일 US의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 보고 있음


2016 11 73분기 실적 발표 회견에서 손정의는, 스프린트와 T-모바일 US의 합병이라는 기본 전략은 미국 정부의 거절에 의해 무너졌다고 코멘트 하며, T-모바일 US 인수 의사를 포기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음


하지만 실적 발표 이튿날인 11 8일 대선에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결정되며 손정의의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이는데, 집권 정당이 바뀌어 규제 완화가 진행되면 스프린트에 의한 T-모바일 US 인수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된 것으로 추측됨


현재 스프린트가 소프트뱅크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스프린트를 매입할 회사는 아무 데도 없으며 소프트뱅크로서는 스스로 재건해 나가야 하는 상황


재건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통신 사업이 아주 좋은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소프트뱅크가 일본 내 휴대전화 사업을 통해 경험해 본 것이기에 손정의로서는 어떻게든 스프린트를 되살려 보려 할 것임


하지만 현재의 스프린트만으로는 네트워크 품질 개선이 성공해도 소비자에게 결코 매력적인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T-모바일 US와 합병하여 상위 2개사에 대항해야 한다는 손정의의 기본 전략은 여전히 유효함


손정의가 약속한 500억 달러라는 투자 액수와 T-모바일 US의 시가 총액이 약 460억 달러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손정의가 다시 한번 T-모바일 US 인수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 반면 손정의의 스프린트 투자 확대 발표에 대해, 거꾸로 T-모바일 US에 스프린트를 매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음


T-모바일 US 측은 손정의와 트럼프의 회동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고 있지만, T- 모바일 US의 존 레저 CEO 역시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하며, T-모바일 US의 기업 컬러 인 핑크 셔츠를 직접 입고 언론에 등장하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음


<자료> The New York Times


[그림 2] T-Mobile US CEO 존 레저


T-모바일 US의 매장은 밝은 분위기로 소비자에게 이미지가 좋으며,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존 경쟁사들이 난색을 표시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차례로 도입해 고객 빼오기에 성공하고 있는데, 그 기세가 엄청나 스프린트를 제칠 수 있었음.


이런 상황 때문에 현재 업계 3위로 호기를 맞고 있는 T-모바일 US 4위 업체인 스프린트가 인수하고 스프린트가 주도권을 쥐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오히려 T-모바일 US에게 스프린트를 매각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스프린트가 부활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면 소프트뱅크에게 큰 수입원이 될 것임은 확실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네트워크 정비 및 마케팅 등에 상당한 비용을 소요되며, 그런 거액의 투자를 한다고 해도 상위 3개 사를 제치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


그렇게 본다면 소프트뱅크로서는 스프린트를 T-모바일 US에 매각 처분하여 미국 통신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현재 주력하고 있는 투자 펀드를 통해 ARM 인수에 이어 그룹의 차세대 신수종이 될 기업을 물색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 전략일 수 있음


만일 그런 전략 하에서 손정의가 트럼프에 투자를 약속한 것이라면 스프린트의 네트워크 정비 및 사용자 기반 획득을 위한 노력은 T-모바일 US에 스프린트를 고가로 매각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을 수 있음


손정의의 발언은 T-모바일 US가 스프린트를 인수해 준다면 T-모바일 US에 대해 소프트뱅크가 펀드를 통해 투자하여 지원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며, 이런 시나리오가 소프트뱅크로서 보다 현실적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음


◈ 스프린트의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따라, 향후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환경은 적지 않은 변화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음


손정의가 트럼프와 회동에서 스프린트의 향후 행보, 통신업계 재편 등에 관해 심도 깊은 협의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음


<자료> Reuter

[그림 3] 도널드 트럼프와 만나 손정의


• 또한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매각할 수 있다는 것과, T-모바일 US가 스프린트를 인수해 3강 체제로 가려 할 것인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


T-모바일 US가 스프린트를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해도, 인수에는 FCC의 인가와 네트워크 주파수의 정리 등이 필요하며, 인수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고려한다면 T-모바일 US는 지금처럼 혼자 경쟁해 나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할 수도 있음


트럼프 본인도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은 AT&T의 타임 워너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며, 소수 기업에 권력의 집중이 심하다고 말한 바 있음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은 독점·집중이 우려되는 대형 합병을 겨냥한 것이며, T-모바일 US와 스프린트의 합병은 오히려 양강체제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것이기에 트럼프의 정책과 배치되는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음


실제 CES 2017에서 존 레저 CEO는 다양한 형태의 합병 방식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 하에서라면 합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음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가 어떤 변화를 낳을 지, 올해 소프트뱅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미국 내에서 투자를 늘려 갈 지에 따라 미국 이동통신 시장은 오랜 만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됨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79호(2017. 1. 18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 변화 조짐.pdf



[ 요 약 ]


실리콘밸리의 기업 경영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강한 거부감을 내보이며 그를 비판해 왔으나, 선거전 동안의 과격한 발언과는 달리 트럼프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경제 정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자 최고 경영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 반면, 하이테크 기업의 직원들은 이런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속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기술업계와 트럼프의 화해 무드가 어떻게 변해갈 지가 2017년 실리콘밸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



[ 본 문 ]


◈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기업을 비판해왔으며, 이는 다시 실리콘밸리 업계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거리를 두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


FBI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애플의 의사결정을 문제 삼아 트럼프는 국민에게 애플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 것으로 촉구한 바 있음


또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 대해 아마존이 독점 금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트럼프에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되며 논란을 낳기도 했음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는 트럼프의 발언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트럼프의 당선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음


◈ 그러나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자들과 가진 서밋을 계기로 상호 이해의 계기가 마련되며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자들의 자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


당선 이후 트럼프는 트럼프 타워에 미국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기업 경영자들을 초대해 의견 교환의 장을 마련했는데,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어 내용은 단편적으로밖에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짐


서밋 회의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시스코, 팔란티어 등 11개 기술기업과 6개 투자 기업 등이 참여하였음



<자료> Chance Miller


[그림 1] 트럼프와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 서밋


•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기술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경영자들을 초대해 의견을 들으려는 트럼프의 태도가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음


또한 정권 인수팀도 흉금을 열고 폭넓게 의견을 요구했다고 하며, 이런 개방적인 자세가 최고 경영자들의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말도 나오고 있음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제프 베조스의 경우 서밋 직후, 매우 생산적인 자리였으며 새 정부가 혁신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만족을 표시


이처럼 트럼프가 정권 이행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기업가는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이 IT 기업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것 같다는 평을 내놓고 있음


◈ 트럼프가 기술업계의 유명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설립한 것도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요인임


트럼프가 만든 자문위원회 전략과 정책 포럼(Strategic and Policy Forum)은 경제 정책 입안을 위해 각계의 폭넓게 의견을 듣기 위한 통로로서 기능하게 됨


위원회는 18명으로 구성되었는데, 회장은 대형 투자기업 블랙스톤의 CEO 슈바르츠만이 맡았으며, 자문 위원에는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CEO,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IBM의 지니 로메티 CEO 등이 포함되어 있음


자문위원들은 차세대 교통, 자율운전 기술, 신 재생에너지, 우주 개발 등에 대해 조언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의 이런 행보 속에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자들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해 가졌던 위기감을 기대감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임


◈ 기업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세제 개정과 규제 완화로, 트럼프는 규제 완화를 위해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에서 크게 선회할 것임을 표명하고 있음


규제 완화는 주로 금융 및 에너지 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기대감에 연일 상승하고 있는 상황


하이테크 산업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새 정부는 실리콘밸리와 관련성이 높은 FDA(식품의약국)FAA(연방항공국)의 규제 완화를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실리콘밸리에는 바이오 및 메디컬, 헬스케어 관련 기술기업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FDA의 규제 완화는 유전자 분석 사업 분야 등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FDA HHS(미국 보건복지부)의 산하 조직으로 식품 및 의료 관련 행정을 주관하는데, FDA는 특히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함


FDA는 신약의 허가에 엄격한 규칙을 마련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새 정부는 이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데, 승인 절차가 완화된다면 당연히 의약품 기업들의 사업 추진은 보다 쉬워지게 됨



<자료> A New MERCK Reviewed.


[그림 2] 23andMe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 금지


FDA의 규제 완화는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메디컬 벤처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데, 당장 개인 유전자 분석 사업을 진행하다 FDA의 명령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몰렸던 구글 산하 23andMe가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음


23andMe는 수집한 유전자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여 유전자 변이와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처럼 유전자 데이터에서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기술은 신약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신약 개발은 성공하기만 하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블록버스터 신약의 경우 수조 달러의 라이선싱 수입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음


◈ 마찬가지로 FAA의 규제 완화는 드론의 다양한 산업에의 활용 등 무인 항공기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FAA DOT(미국 교통부)의 산하 기관으로 민간 항공기의 운항을 관할하며, 항공기의 관제 업무 및 무인 항공기 운행 규칙 설정 등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음


FAA는 무인 항공기 비행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내세워 개인 소유의 무인 항공기가 항공기 운행 및 주민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이 드론을 상용 비행하는 데에도 엄격한 조건을 정하고 있음



<자료> Amazon


[그림 3] 아마존의 드론 배송 물류 항공모함 특허


• 이런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무인 항공기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들은 자국을 떠나 시험 비행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드론 배송 시스템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개발하고 있는 아마존 역시 미국을 떠나 영국에서 배송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음


구글 역시 고속으로 비행하는 무인 항공기 프로젝트 윙(Project Wing)의 개발을 호주에서 전개하고 있는데, 자국 제조업의 회복을 내세운 트럼프는 FAA의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해외로 나가지 않고 미국에서 드론 산업을 성장시키게 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음


, FAA는 아직까지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하해 보이는데, 드론 규제가 어디까지 완화될 수 있는지 아직까지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산업계는 트럼프의 지도력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형국


◈ 같은 맥락으로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을 제정하는 DOT(미국 교통부)의 규제 완화가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지도 기술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


오바마 정부에서 진행해 온 자율운전 차량의 운행 지침 마련 업무는 아직 진행 중이며 트럼프의 새 행정부에서 틀을 갖추어야 하는 상황임


트럼프 자신은 아직 자율운전 차량에 대해서는 입장을 아직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새 정부의 의향을 반영한 규제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할 것으로 보임


트럼프의 기술 고문으로는 트래비스 캘러닉과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임명되었다는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차세대 운송수단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함


<자료> AP


[그림 4]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로 옮겨가는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들


• 우버는 작년 12 14일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전격 개시했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캘리포니아 주 정부로부터 정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차량을 애리조나로 옮겼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영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음


새 정부 하에서 자율운전 차량의 규제 완화가 진행되어 기술 개발이 가속화 될 환경이 갖추어 질 것인지, 2017년은 자율주행 업계에 중요한 해가 될 전망


◈ 트럼프가 인프라 정비를 위해 1조 달러의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기술기업들은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실제 예산 심의가 이루어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함


인프라 정비는 도로 정비를 중심으로 교통, 전력 네트워크를 현대화하는 것으로, 스마트 시티와 자율운전 차량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스마트 그리드 등 네트워크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음


인프라 정비에는 정보통신 기술은 필수이기 때문에 하이테크 기업들은 상당한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DOT는 이미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해 주요 도시는 물론 구글과 연계하여 도시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


트럼프는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의회에 인프라 정비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살짝 톤다운 하고 있어 실제로 이루어질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는 함


연방 의회가 소집되었으나 오바마케어(의료보험제도 개혁법) 철폐를 위한 결의안과 세제 개정 법안이 먼저 심의될 예정이며, 인프라 정비에 관련한 1조 달러의 지출과 예산의 균형 이슈에 대한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는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됨


◈ 실리콘밸리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트럼프의 정책과는 접점이 없는 것으로 비춰졌으나, 트럼프 정부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하며 양자의 공통점이 부각되고 있음


트럼프와 주요 각료들 대부분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 이른바 외부인들로, 정치에는 문외한이지만 워싱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으며 정치판을 바꾸려 하고 있음


실리콘밸리가 소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 것과 같이,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역시 워싱턴의 낡은 정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음


한마디로 창조적 파괴가 실리콘밸리와 트럼프를 잇는 공통점으로, 겉보기와 달리 양자는 궁합이 잘 맞지 않겠냐는 분석인 것


◈ 반면, 이런 관점에 대해 트럼프의 지향점이 과연 창조적 혁신에 있는 지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실리콘밸리 관계자들도 많음


당장 기술 기업 내부 직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엔지니어들 대부분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투항했다며 실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를 맹비난했으면서 정작 서밋에서는 트럼프에 논쟁을 걸며 도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며, 최고 경영자들의 변절에 많은 엔지니어들은 실망하고 있음


새로운 트럼프 정부 하에서 기업이 사업을 확대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실리콘밸리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 실리콘밸리는 선거 직후의 깊은 실망감에서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점차 가시화 될 트럼프의 행보에 어떻게 임기응변 하는가 관건이 될 전망


실리콘밸리에는 트럼프가 새 대통령이 된다면 혁신의 흐름이 끊어질 것이라는 깊은 불신이 있어 왔기에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음


그러나 트럼프 시대에도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점차 늘어나며 실리콘밸리는 선거 직후의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오히려 트럼프가 실리콘밸리의 발전에 순풍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음


<자료> Up In The Business


[그림 5] 도널드 트럼프 vs. 실리콘밸리


• 다만 기대를 품는 쪽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정식 발족하고 경제 정책이 구체적으로 가시화 되기 전까지 섣부른 예단을 금물이라는 입장


트럼프가 자리 창출 공약을 지키려면 IT업계의 도움이 필요함을 인식해 기술업계와 잠정 휴전에 들어간 것일 뿐, 트럼프와 실리콘밸리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


실리콘밸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인 유화 제스처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임


트럼프 시대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비즈니스 마인드로 풀면 오히려 확실하다는 전망이 아직 엇갈리는 가운데, 트럼프 시대를 보내야 할 실리콘밸리에는 변화하는 정책에 적절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요구될 것으로 보임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77호(2016. 12. 2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캐나다 이전 고민 중.pdf



◈ 실리콘밸리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시작되면 외국인 엔지니어의 고용이 어려워지거나 정부의 검열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국가 캐나다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음


일부는 이미 캐나다에 사무실을 열고 엔지니어를 고용 중에 있는데, 부족한 엔지니어를 외국에서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미국의 H1-B 비자의 승인 과정이 늦어지게 되면 스타트업의 급성장 속도에 발맞춘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 보기 때문


스타트업들이 캐나다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최근 캐나다 이민법이 개정되어 기술 노동자와 미국인의 이주가 쉬워졌기 때문이며, 트럼프 집권 이후 상황이 악화되면 캐나다 현지에서 엔지니어를 더 많이 고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됨


한편 대선 당일 밤 캐나다 정부의 이민 정보 사이트는 접속자 수가 초과해 다운되었는데, 이후에도 미국에서 캐나다의 채용 정보 사이트로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며, 캐나다의 스타트업 구인 광고에 스펙이 높은 사람들의 문의도 계속 늘고 있다고 함


캐나다 이민에 관심이 높은 것은 미국인과 재미 외국인뿐만이 아니며 실리콘밸리 등 에서 일해 온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도 고향으로 돌아 가자는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음


캐나다에서도 영어가 공용어인 토론토는 기술 산업의 허브가 구축되어 있고 트럼프 당선 이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며, 밴쿠버와 빅토리아도 주목받고 있기 때문


◈ 캐나다로 사업 근거를 옮기는 사례도 있는데,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는 폐쇄된 웹사이트를 보여주는 Wayback Machine의 미러 사이트를 캐나다에 만들기로 결정


인터넷 아카이브는 웹 사이트뿐만 아니라 도서 및 영화, 이미지, 음악 등을 보관하는 인터넷 도서관으로 구글 북스(Google Books)에 앞서 책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시작


비영리조직인 인터넷 아카이브를 창설한 브루스터 케일은 과거 인터넷 트래픽 측정 기업 알렉사(Alexa)를 아마존에 매각해 큰 돈을 벌었으며, 상당한 사재를 들여 인터넷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음


케일은 캐나다에 미러 사이트를 설치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단층, 지진, 정부, 기관의 존속 실패 등 도서관의 유지에 위험이 될 요인들을 폭넓게 살피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트럼프 정부의 검열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음을 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