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67호(2016. 10. 12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뒷받침하는 중국의 EMS(수탁생산).pdf



◈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중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액셀러레이터들 대부분이 중국 EMS 사업자들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


스타트업의 하드웨어 개발 및 생산을 지원하는 회사들을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라고 부르는데, 실리콘밸리에만 대형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여럿 있으며 이들은 모두 중국 업체들과 관계가 긴밀함.


여기서 중국 업체들이란 EMS(제조 수탁생산 사업자) 업체들을 말하는데, 전기전자 산업에서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한다고 하여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라는 이름이 붙었음



<자료> Think App


[그림 1]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하이웨이1


• 가령, 2013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하이웨이 원(Highway 1)' IoT(사물인터넷) 제품이나 로봇 분야에서 흥미로운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데, 이 기업의 모회사인 아일랜드계 PCH 인터내셔널의 핵심 비즈니스는 중국의 EMS를 알선해 주는 것임


PCH 인터내셔널의 CEO인 리암 케이시는 '미스터 차이나'라 불릴 정도로 중국 제조업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음


◈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들은 일반 액셀러레이터들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더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제조와 공급망에 대해서도 교육을 시키고 있음


하이웨이 원의 인큐베이팅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4개월 간의 육성 프로그램 기간 중 10일을 중국 심천에 머물며 제조 및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배운다고 함


즉 하이웨이 원의 역할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서 유망한 기업가를 단련시키는 것이며, 어느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수요가 창출되는 시점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것은 PCH 인터내셔널에 연결된 중국의 공장인 것임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또 다른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HAX'도 마찬가지인데, HAX는 아직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 창업팀의 경우 중국에 약 100일 정도 체류하며 프로토타이핑 및 제조를 위한 설계 방법을 배우도록 하고 있음



<자료> HAX


[그림 2]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HAX


이 기간 동안 창업팀들은 심천의 EMS 공장 몇 곳을 돌아보며, 어느 곳이 자신들의 제품에 맞는 지와 아웃소싱 방법 등에 대해 차분히 관찰하는 시간을 갖게 됨


최대 EMS 기업인 대만 홍하이정밀공업 산하의 폭스콘(Foxconn)도 베이징에 '이노온(Innoonn)'이라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설을 만들고 미국과 유럽의 기업을 맞이하고 있는데, 제조 단계가 되면 당연히 하청 생산은 폭스콘이 맡게 됨


◈ 많은 스타트업이 하드웨어 사업과 로봇, 그리고 IoT 사업에 뛰어들려는 시점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중국의 공장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타트업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줌


스타트업이 제조를 의뢰하는 곳으로 중국의 공장들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단지 비용 면에서 검토한 결과 만은 아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EMS들은 한발 앞서 자신들을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부로 잘 어필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격적인 자세도 스타트업들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임


시제품을 신속하게 만드는 '래피드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ing)'을 넘어, 최종 제품까지 신속하게 제조하는 '래피드 매뉴팩처링(rapid manufacturing)'을 시도하는 창업팀들은 중국 공장의 시설 회전 환경이 기업가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음


중국에는 소규모 시설 회전이 효과적인 EMS도 많이 있고, 프로토타입 만들기에서 부품 조달까지 순식간에 무엇이든 가능하며, 비록 설계에서 수정사항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조정이 상당히 빠르기 때문임


이런 이유로 심천은 최근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저가의 원자재와 임금 노동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데서 나아가, 중국의 공장들은 혁신성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의 이미지까지 덧입혀 지고 있는 것임


◈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도래하면 중국의 EMS 공장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중국의 EMS들도 이에 대비해 로봇 도입 등 적극적 변신을 꾀하고 있음


스타트업들이 다루는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은 지금까지의 제품처럼 대량 생산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개개인에 적합한 아이템이 마이크로 시장을 이루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에 부합한 제품들임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되면 생산비용이 높은 미국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거나, 누구나 무엇이든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기가 가능한 메이커의 시대 또는 제4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음


그러나 중국 EMS 업체들도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대비해, 현재 높아지고 있는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로봇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3D 프린터라면 중국에서도 얼마든지 도입이 가능함


제조 현장 만의 경쟁력을 놓고 본다면, 이제 중국의 EMS를 능가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임


이와 관련해 샌프란시스코 소재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렘노스 랩스(Lemnos Labs)가 제기하는 '모방할 수 없는 하드웨어 제품의 진입 장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음


이 질문은 이제 단지 공장의 하드웨어 만이 아니라, '서비스로서의 하드웨어(Hardwa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로봇(Robot as a Service)'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임


하드웨어 역시 그와 얽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능과 플랫폼을 보유해야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조 생태계에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