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83호(2017. 2. 15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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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 기술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대부분은 일단 관망 및 협조의 입장을 취했고 이를 두고 기업 안팎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음
<자료> ABC News [그림 1] 트럼프타워의 하이테크 서밋 |
• 트럼프 당선 직후인 작년 12월 초, 트럼프 타워에서 기술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트럼프의 회동이 열렸는데, 당시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색한 미소를 띤 CEO들의 표정이었음
• 트럼프 정권의 IT 자문 포럼에 고문으로 참여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오라클의 샤프라 캐츠,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등 일부 CEO를 제외하면, 회동 참여자들 중 트럼프 당선 이후 새 정부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표시한 기업인은 없었음
• 이에 대해, 정부 관련 사업을 어떻게 해서든 수주하고 싶어하는 기업이라면 새로운 정권에 순진하게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며, 대부분의 기술 기업들은 관망하거나 트럼프 정권에 한발 물러서려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음
• 실제 회동 이후에 구글이 공화당계 미디어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이벤트를 후원했다든가,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워싱턴 주변을 서성댄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음
• 그러나 트럼프에 우호적이거나 어정쩡한 경영진들의 입장과 달리 사내에서는 반발이 비어져 나왔는데, 오라클의 경우 샤프라 캐츠 CEO가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에 참여한 것에 반발하여 고위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 있었음
• IBM에서도 트럼프 당선 이튿날 축하 편지를 보내 트럼프에 잘 보이려 한 지니 로메티 CEO에 반발하여 한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였음
•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CEO는 반(反)트럼프 기조가 반(反)우버 캠페인과 맞물리는 조짐이 보이자,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자신이 대통령 자문단 참여가 트럼프에 대한 지지로 오해 받고 있다며 자문단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음
◈ 이런 와중에 반(反) 이민정책을 담은 행정명령에 트럼프가 서명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는데, 기술기업의 CEO들이 속속 반 트럼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 대통령 명령이 나온 당일에 즉각 단호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였는데,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가족이 원래 유럽에서 이민을 왔으며 아내의 부모는 베트남과 중국의 이민자라고 소개하였음
• 마크 저커버그는 실제로 위험한 인물들을 넘어 다수의 사람들에게 확장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증가시키고 미국을 오히려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
• 이를 계기로 하여 행정명령이 나온 당해 주말부터 그 다음 주초까지 기술기업 CEO들이 속속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이 중에는 선거기간 동안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며 트럼프의 기술 고문을 맡은 피터 틸이 투자를 한 기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음
• 반대 의견 표명에는 다소 온도 차가 있어, 이민자인 자사 직원을 옹호하는 선에서 머무르는 경영자, 같은 맥락에서 입국 제한을 반대하는 경영자, 강경한 어조로 다양성의 중요성과 미국의 가치관을 내걸고 정면으로 비판 입장을 낸 경영자 등 대응 수준이 다양했음
◈ 강한 어조로 비판 의견을 표명한 대표적인 사람은 박스(Box)의 아론 레비 CEO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CEO로, 트럼프의 조치가 ‘비미국적’이라 비판
<자료> The Indian Express [그림 2] 미국 입국 불허자들의 공항 시위 |
• 아론 레비는 트위터를 통해 ‘도덕, 인도주의, 경제 논리 등 모든 면에서 이번 입국 제한 조치는 잘못된 것이며, 미국적 가치에서 볼 때 완전히 비윤리적’이라 말했음
• 리드 헤이스팅스도 트럼프의 행동은 전세계에 있는 자사 직원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있고, 너무나 비미국적인 처사로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으며, 더욱 나쁜 것은 미국이 안전하게 되기는커녕 증오를 부추기고 동맹국을 잃어버림으로써 더 위험해 지는 것이라 비판
◈ 비판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직접 나선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도 있는데, 시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반 트럼프 운동을 위한 물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음
•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 난민에게 무료 숙박 장소를 제공하자고 호소했으며, 리프트(Lyft), 인스타카트(Instacart), 슬랙(Slack) 등은 미국 자유인권협회(ACLU)에 기부를 강화하였음
• ACLU는 인권과 언론 자유의 옹호를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기구(NPO)로서 인권 침해 사건에 변호사를 파견하는 등의 지원을 실시해 오고 있는데, 이번에도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해 이미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음
• 기술기업의 경영자들은 ACLU에 직접 기부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기부를 호소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은 효과가 있어 ACLU는 행정명령이 발효된 그 주말에만 2,4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고 하며, 트위터의 임직원은 160만 달러를 기부하여 화제가 되었음
• ACLU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의 겨울 클래스 중 하나로 승인되어, 마치 스타트업처럼 기술력을 갖추고 효과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받게 되었으며, 와이-콤비네이터의 졸업 기업들로부터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음
◈ 당선 직후 혹시나 했던 기대감과 달리, 예상대로 트럼프의 정책이 IT업계에 불확실성을 높이게 되자, IT업계도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적극 맞설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임
• 트럼프는 취업 비자인 'H-1B'의 교부 제한도 계획 중이라 알려져 있는데, 지금까지 중국과 인도 등에서 우수한 엔지니어를 채용해 온 기술기업들로서는 이번 입국 제한 조치가 비자 제한으로 가는 첫 단계로 보여져 더욱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나선 것으로 보임
• 벤처캐피털 아티만 벤처스는 미국과 실리콘밸리 밖에도 스타트업 생태계와 IT 허브가 많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뛰어난 글로벌 인재들이 미국 이민정책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강경하고 신속한 대응을 호소하고 있음
• 빌 게이츠 역시 2007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 엔지니어들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에 사무실을 열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의 H-1B 비자 숫자 제한이 미국의 IT 지배력을 약화시킬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
•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시스코 등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도 MS처럼 캐나다와 다른 여러 나라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있는데, IT 인재들은 매우 가치가 높기 때문에 이들을 입국시키지 못한다면 이들이 있는 곳으로 기업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
• 언론들은 이번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실리콘밸리가 일사분란하게 반대를 표명하고 나선 데 대해, 앞으로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압력, 망 중립성 문제, 정부의 감시 문제 등 더 많은 문제가 닥칠 것으로 보고 처음부터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
• 트럼프는 최근 대표적인 망 중립성 반대론자인 아짓 파이를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지명하였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지금까지 기조가 바뀔까 긴장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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