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58호(2016. 8. 10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포켓몬GO가 보여준 합리적 게임 과금 체계의 중요성.pdf
[ 요 약 ]
‘포켓몬 GO(Pokémon GO)'가 출시된 국가에서 연일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고 대성공의
조짐을 보이면서 포켓몬 GO의 성공요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주 수익 모델인 유료 아이템 구매 구조의 설계 관점에서 보면, 여느
소셜 게임들과 달리 아이템 구매가 게임의 본질적 재미를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한 것이 많은 플레이어들을 포켓몬 수집과 육성에
자발적으로 빠져들게 만든 고차원적인 사업 전략으로 손꼽히고 있음
|
[ 본 문 ]
◈ 네트워크 대전을 기본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의 과금 방식은 계속 변화되어 왔는데
,현재는
게임 자체는 무료지만
, 다양한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는
‘부분유료화
’가 주류
• 온라인 게임 초창기의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들은 모두 월단위
정액이나 시간 단위 정액 등 ‘정액 요금제’를 채택하였음
• 정액제 요금제는 게임을 초기에 시작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온 사람이 게임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기 때문에, 신규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는
데 점차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었음
• 한편 출시되는 게임 수가 증가하게 되었지만, 한 명의 플레이어가 게임에 소비할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액제
하에서 대부분의 게임은 이용자들이 접해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문제를 겪게 되었음
•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부분유료화’요금제인데,게임 자체는 무료로 할 수 있지만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아이템들을 유료로 구매하게 하는 것으로, ‘후리미엄(Free+Premium)’모델이라고도 함
• 부분유료화 요금제는 무료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이 다양한 게임을 접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지만, 무료 플레이어와 유료 아이템
구매자 사이에 게임 수행 능력 차이를 크게 두는 경우가 문제가 되고 있음
• 게임의 본질적 재미는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인데, 어떤 플레이어들이 돈을 통해(현질) 막강 아이템을 곧 바로 획득해 게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그 정도가 심하게 되면, 결국 게임성에 훼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
• 그러나 몇몇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네트워크형 게임들은 현재 거의 모두 부분유료화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고, 채팅 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즐기는 소셜 게임들도
이를 따르고 있음
◈ ‘포켓몬 GO(Pokémon
GO)’ 역시
여느 소셜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지만, 외견상 별다른 결제가 필요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
• 소셜 게임들은 정액으로 거둬들이는 안정적
수익 기반이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
• 일부 소셜 게임들은 드러내 놓고 소위 ‘고액 구매자(heavy payer)’플레이어를 우대하는 운영 정책을 펴고 있으며,
돈을 지불하더라도 필수 아이템을 얻을 확률을 낮춤으로써 매출을 높이려는 사업 전략을 펴기도 함
• 소셜 게임들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이 보기에
포켓몬 GO는 유료 결제에 그다지 목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게임에만
집중하면 별다른 결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껴지며, 유료 아이템을 손에 넣어도 그것이 곧 강한 포켓몬의
획득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
• 그러나 한 꺼풀 벗겨 보면, 합리적인 과금 방식의 게임에 결합되어 있으며, 이 과금 설계야 말로
포켓몬 GO의 순조로운 매출 창출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음
◈ 포켓몬 GO의 과금 설계에서 상징적인 아이템은 “미끼 모듈(Lure Module)”인데, 이 아이템은 결제를 한 플레이어
외에 주변의 플레이어들까지 효과를 누리는 것이 특징
• 포켓몬을 쉽게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해주는
장소를 ‘포켓스탑(Pokestop)’이라고 하는데, 미끼 모듈은 플레이어가
임의의 포켓스탑에 장착하면 포켓몬의 출현 빈도를 높여주는 아이템임
• 보통의 소셜 게임에서 캐시 아이템이라면
결제한 플레이어만 혜택을 받게 되지만, 포켓몬 GO에서 미끼
모듈은 결제한 플레이어 주변 사람도 혜택을 누릴 수 있음
• 미끼 모듈이 장착된 포켓스탑은 꽃잎이 흩날리는
시각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즉각 발견해 낼 수 있으며, 이를 보고 모여든 모든 플레이어가
포켓몬 출현 빈도 증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
<자료>Owned Core
[그림 1] 미끼
모듈의 포켓스탑 장착
|
• 이에 비해 포켓몬을 잡을 때 쓰는 ‘몬스터볼’의
상위 버전 인 ‘슈퍼볼’이나
‘하이퍼볼’, 포켓몬 포획 확률을 높여주는 ‘래즈베리’, 약해진 포켓몬의 생명력(HP)을 회복시키는 ‘물약’과 같이 게임에서 직접적인 우위 요소가 되는 아이템은 유료 결제로 구매할 수 없음
• 이런 핵심 아이템들은 어떤 플레이어라도
직접 돌아다니며 손에 넣을 수밖에 없고, 유료 결제 만으로는 게임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포켓몬 GO는 일견 수익 창출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
• 최근의 소셜 게임과 정반대되는 과금 설계
구조에도 불구하고, 포켓몬 GO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음
◈ 게임 디자인 전문가들은 포켓몬 GO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이유로, 모든 플레이어들의 게임 심리를 정확히 간파해 두 가지 정서적 효과를 제공하는 것을 들고 있음
• 포켓몬
GO가 플레이어에게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게임 운영사는 게임에 몰입한 플레이어들인
만큼 무료 플레이어들보다 ‘더욱 기분 좋게’게임을 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라 설명하고 있음
• 다른 게임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설정이지만, 포켓몬 GO에서는 동시에 소지하는 아이템이나 포켓몬 수에 제한이
있는데,처음에는 별 문제가 안되지만 어느 정도 게임에 빠진 시점에서 아이템이나 포켓몬 수가 한계에 이르면
새로 획득할 수 없게 됨
• 이렇게 되면 플레이어는, 사실은 버리고 싶지 않은 아이템이나 향후 진화를 위해 보유해 두고 싶은 포켓몬을 어쩔 수없이 선별해서 버리거나
일부러 써버려야 하는 ‘괴로운 결정’을 강요당하게 됨
◈ 포켓몬 GO 유료 아이템의 첫번째 정서적 효과는 플레이어들이 ‘힘든 결정’을
할 필요 없이 게임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임
• 유료 아이템인‘가방 업그레이드’와 ‘포켓몬 저장소 업그레이드’는 소지 한도의 제약 때문에 발생하는 플레이어들의 딜레마를 해결해 줌
• 가방 업그레이드는 아이템 수,저장소 업그레이드는 포켓몬 수의 상한을 높여 주는데, 모두 200 코인(100코인 구매에 0.99
달러 지불)으로,한화 2천원 정도면 플레이어들이 힘든 결정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
◈ 두번째 정서적 효과는 ‘기회 손실 회피’라는 심리를 파고든 것으로, 포켓몬
GO에 빠진 플레이어들로부터 지속적인 결제를 이끌어 내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
• 일부 소셜 게임들은 한번 게임을 하면 일정시간
동안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체력(스태미너)’이라는 설정을 도입하고 있음
• 체력은 스테이지가 진행됨에 따라 감소하고
제로가 되면 게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잠시 게임을 쉬고 체력이 회복될 때까지 강제로 기다려야
함
<자료>Pokémon GO
[그림 2] 포켓몬 GO의 유료 아이템
|
• 따라서 플레이어는 가급적 효율적으로, 또한 대기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며 게임을 하고 싶어 하게 되는데, 게임이
충분히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으면 대기 시간은 플레이어의 기대와 게임 동기를 높이는 효과를 낳음
• 또한 대기 시간이 경과한 후 최대한 빨리
게임을 재개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 ‘기회 손실’을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이용자 이탈을 방지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됨
• 포켓몬 GO에서
‘알 부화기(egg incubator)’ 아이템은 보다 효율적으로 게임을
하고 싶다는 플레이어의 심리를 파고 든 것임
• 플레이어는 알을 최대한 9개만 보유할 수 있어가지고 있는 알을 부화시켜야만 새롭게 알을 추가로 입수할 수 있는데, 알은 부화기에 넣은 상태에서 플레이어가 정해진 수 킬로미터를 걸어야만 부화하게 됨
• 플레이어에게 무료로 주어지는 부화기는 한
개이고 한번에 알 하나를 부화하므로, 9개의 알을 갖고 있더라도 아무리 걸어야 알 8개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됨
<자료>Pokémon GO
[그림 3] 포켓몬
GO의 알 부화기
|
• 이 경우,
150 코인 짜리 ‘알 부화기’를 여러 대 가지고 있으면, 같은
거리를 걷는 동안 여러 알을 동시에 부화 할 수 있고, 여러 알이 부화하면 그 만큼 새로운 알을 얻을
수 있음
• 그래서 게임에 빠진 플레이어들은 거의 결제를
통해 부화기를 구입할 확률이 높은데, 유료 부화기는 3회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처럼 걸을 때 최대한 많은 알을 동시에 부화시켜야 손해보지 않는다는 생각에
최대 8대의 부화기를 동시 구매할 확률이 높아짐
◈ 이런 정서적 효과 장치를 통해 포켓몬 GO에서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원해 지속적으로 결제를
하게 만드는 구조를 잘 구현하고 있음
• 플레이어들이 과도한 현질로 빠질 수 있도록
유혹하지는 않지만, 게임에 빠지면 빠질수록 플레이어들이 스스로 반복해서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게임 구조를
설계한 것임
• 포켓스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몬스터볼을
유료로 판매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데, 트레이너 레벨이 오를수록 포켓몬 획득 난이도가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
• 트레이너 수준이 올라가면 등장하는 포켓몬의 CP(Combat Point, 전투력) 값은 높아지고 포켓몬을 강화할
수 있는 최대값도 올라가는데, 강한 포켓몬은 발견 시 바로 도망가기 때문에 포켓몬을 획득하는 난이도는
점차 올라가게 됨
• 또한 트레이너 수준이 높아지면 일반 포켓몬을
획득하는 난이도도 동시에 오르기 때문에, 상급자일수록 몬스터볼의 소비도 늘어나 유료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자연스레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
• 결제를 강요하지 않는 설계임에도,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코인의 단위가 최대 14,500 코인(99.99 달러)인데, 이는
게임에 빠질수록 구매가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 게임 운영사가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
14,500 코인을 한번에 구매하면 100 코인씩 구매하는 것에 비해 1.5배 이익이므로 어차피 아이템을 구매할 거라면 먼저 대량으로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플레이어들에게 통할
것으로 보임
◈ 이처럼 포켓몬 GO는 플레이어의 자발적, 지속적
결제를 유발하기 위한 정교한 ‘과금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쉽게 소비되기 어려운' 구조의 콘텐츠로
뒷받침 되고 있음
• 소셜 게임이 생명력을 지속하게 하려면 콘텐츠의
설계가 중요한데, 콘텐츠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콘텐츠를 서서히 소모해야 한다는 것으로, 소비가 너무 빠르면 플레이어는 바로 게임에 질려 버리고, 소비가
너무 느리면 동기를 유지할 수 없음
<자료>Pokémon GO
[그림 4] 육성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
|
• 포켓몬GO의
최대 콘텐츠는 ‘수집과 육성’으로, 우선은 포켓몬을 수집을 해야 하지만, 같은 이름의 포켓몬이라도 CP 값, 개체 크기, 필살기가
각각 다를 정도로 어느 것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선택의 여지를 플레이어에게 부여하고 있음
• 또한 포켓몬 진화를 위해 같은 포켓몬을
최대 100 마리 잡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희귀한 포켓몬은
구하기 힘든 만큼 육성과 진화가 힘들기 때문에, 포켓몬 GO는
콘텐츠는 다양하지만 이를 소비하려고 해도 쉽게 다 소비할 수 없는 탄탄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
• 하나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만도 엄청난
플레이 시간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포켓몬 GO는 서두르지
않고 플레이어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는 세련된 과금 체계를 설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
◈ 최근 소셜 게임이 넘쳐나고 지나친 과금 유인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포켓몬
GO의 과금 설계구조는 게임의 본질적 요소에 충실해야 상업적 성공도 따라오는 것임을 환기
• 정액 요금제 하에서는 소수의 게임만 이용자를
확보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부분유료화 요금제가 주류가 되면서 이전보다
많은 게임들이 이용자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되었음
• 부분유료화는 게임 제작 활성화에 실질적
기여를 하였고, 스마트폰 보급 확산과 함께 소셜 게임이 킬러 앱으로 등장하면서 게임 제작은 그야말로
봇물을 이루고 있음
• 그러나 게임 제작이 늘어날수록, 게임당 제작비가 늘어날수록 게임들 간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대형
게임 제작사나 퍼블리셔들은 투자비 회수가 가능한 이용자 기반 확보를 위해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붓고 있음
• 이렇게 제작비와 광고비가 늘어날수록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과도한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장치들이 설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문제는 과금 시스템 설계가
중심이 될 경우 게임성이 훼손될 우려도 높아진다는 점
• 돈을 쓸수록 이기기가 매우 쉬워지는 게임
구조가 설계되면 ‘즐거움’이라는 게임의 본질적 유인 요소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
• 포켓몬 GO
열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게임의 인기가 콘텐츠 자체의 힘, 그리고 게임 자체의 재미에서
유발되었다는 점이며, 돈을 지불하는 행위가 게임 속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되었다는
점
• 포켓몬 GO의
이런 과금 설계는, 모두와 함께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는 닌텐도의 게임 철학, 그리고 게임을 개발한 나이앤틱의 즐거움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개발 철학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지
모름
• 포켓몬 GO
열풍이 지속될 지,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둘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게임을 돈벌이로만 바라보지 않고도, 막대한 광고비용을 쏟아 붓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그 가치를 바로 알 수 있는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음
• 포켓몬
GO와 같이 주목 받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곳이라면 이런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며, 게임의
본질적 가치에 우선 천착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