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6호(2018. 5. 16.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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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되지만 무서운 부상, ‘뇌진탕’ 진단 기술 개발 경쟁.pdf



◾ 미식축구에서 시작된 스포츠 선수의 ‘뇌진탕’ 문제는 이슈화 되면서, 경기 중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비와 함께 빠르고 정확한 뇌진탕 진단 기술 개발 노력이 전개되고 있음


▸ 보스턴 의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을 포함해 미국에서 활동한 202명의 미식축구 선수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87%인 171명의 뇌에서 만성뇌외상병(CTE) 관련 징후가 포착되었음


▸ CTE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충격에 의한 뇌 손상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용으로 뇌를 기증한 선수들은 평균 15년간 선수로 활동하였음


▸ NFL에서 선수생활을 한 111명 중에서는 단 한 명만 제외하고 전원이 CTE 징후를 나타냈으며, 대학 선수 출신 53명 중에는 48명에서 CTE 징후가 발견되었음


▸ 연구팀에 따르면 미식축구 선수들의 증상은 일반인의 뇌에서 나타나는 병변과 확연히 구분되며, 이미 미식축구가 장시간에 걸쳐 뇌에 충격을 주는 문제에 관한 연구들이 있었다고 함


▸ 얼마 전까지만 해도 NFL에서 뇌진탕의 진단은 의무실이나 탈의실에서 주로 기억력이 괜찮은지를 문진하거나 걸을 때 휘청거리는지 등을 기준으로 이루어졌음


▸ 그러다 보니 부상에서 조기 복귀를 원하는 선수는 증상을 축소해서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 중 부상이 의심되더라도 사이드라인에서 진단하는 것은 어려웠음


▸ 미식축구가 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면서, 최근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헬멧 등 장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고, 부상에서 복귀까지의 과정을 가이드 해주는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등 각종 대책이 나오고 있음


▸ 아울러 경기 도중 필드에서 과학적이고 신속하게 이동식 기기를 이용한 진단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진단 방법 개뱔도 가속화되고 있음


◾ 새로운 진단 방법 중 앞서가고 있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싱크씽크(SyncThink)’가 내놓은 ‘아이-싱크(EYE-SYNC)’라는 진단기기임


▸ 싱크씽크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시선 추적과 뇌진탕의 관련성을 연구해 온 잠쉬드 가자르 박사가 2009년에 설립한 기업으로, 2016년에 아이-싱크의 실용화에 성공하고 미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승인을 받아 출시하였음


▸ 아이-싱크 진단기기는 VR(가상현실) 헤드셋과 태블릿으로 구성되는데, 피험자가 헤드셋을 착용하면 진단이 시작되며 헤드셋의 화면에 빛나는 점이 원형을 그리면서 움직이면 피험자는 눈으로 이 점의 움직임을 쫓기만 하면 됨


<자료> SyncThink

[그림 1] 뇌진탕 진단기기 ‘아이-싱크’


▸ 헤드셋에는 시선 추적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두 눈의 움직임이나 흔들림을 측정하는데, 장애가 있으면 움직임이 흔들리거나 잘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고 함


▸ 또한 부상 직후에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하면 손상 범위를 파악할 수 있으며, 부상 후 재활하는 도중에도 회복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다고 함


▸ 태블릿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는 눈의 움직임 정도를 측정 점수와 차트로 표시해 주며, 진단 시간은 60초 이내로 소요됨


▸ 싱크씽크는 지난 2015년 임상 연구를 통해 뇌진탕뿐만 아니라 젊은 치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약물 사용 등 다양한 요인이 안구 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료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음


▸ 아이-싱크는 현재 스탠퍼드 대학과 노트르담 대학 등 12개 이상의 유명 대학에서 도입했으며, 프로 스포츠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미 프로농구(NBA) 최강팀 중 하나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이번 시즌부터 도입하였음


▸ 워리어스의 경우 아이-싱크를 통해 뇌진탕뿐만 아니라 선수의 피로 상태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선수의 컨디션 관리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함


◾ 아이-싱크 외에 안구 운동에 주목하여 뇌진탕 진단 시스템 및 장비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는 ‘아이가이드(EyGuide)’가 있음


▸ 아이가이드는 텍사스 공과대학의 브라이언 스틸 교수가 설립한 신생 기업으로 2018년 2월에 NFL이 주최한 비즈니스 아이디어 콘테스트 ‘1st & Future(퍼스트 앤 퓨처)’에 출전해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게 되었음


▸ 아이가이드가 내놓은 ‘포커스(Focus)’라는 진단 장비는 아이패드와 시선 추적 장치로 구성되어 있는데, 진단이 시작되면 눈앞에 놓인 아이패드 화면에 역시 빛나는 점이 팔자를 그리며 나타나고 피험자는 이를 눈으로 쫓으면 됨


<자료> EyGuide

[그림 2] 아이가이드의 진단기기‘포커스’


▸ 포커스 장비 역시 이를 시선 추적 기능으로 측정하고 신경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판정하는 방식인데, 측정 시간은 10초로 아이-싱크보다 더 빠름


▸ 포커스 진단기기는 먼저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실증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등 30개 기관에서 도입하고 있음


▸ 비즈니스 모델은 라이선스 방식으로 1개 기관당 최초 1 년간은 월 200 달러에, 2년째부터는 월 100 달러에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패키지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음


◾ 이들에 비해 캐나다 캘거리 대학 연구팀은 뇌의 산소 수준과 혈액 흐름을 영상으로 포착함으로써 뇌진탕에 의한 뇌 손상의 징후를 진단하는 휴대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음


▸ 이 시스템은 LED 조명과 뇌 사진을 컴퓨터로 전송하는 센서가 내장된 헤드셋으로 구성되며, 근적외선 분광법으로 뇌의 이미지를 측정하는데, 그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진탕이 의심되는 경우 산소 수준 및 혈류 패턴에 변화가 발생한다고 함


<자료> University of Calgary

[그림 3] 캘거리대의 휴대형 뇌손상 진단 기기


▸ 연구팀에 따르면 뇌진탕에 의한 뇌 손상 후 몇 개월에서부터 몇 년까지 뇌에 생리적인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연구팀은 그러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함


▸ 현재 캘거리 앨버타 어린이 병원에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연구팀에 따르면 이 새로운 기술이 부상의 정도와 뇌가 얼마나 회복했는지를 진단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젊은 환자들의 경과를 추적하고 있음


▸ 한편 퍼듀 대학에서도 뇌의 사진과 혈액 바이오 마커를 사용하여 뇌의 외상을 진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이처럼 다양한 연구가 동시 병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뇌진탕 문제가 심각하고 동시에 비즈니스 찬스로 파악되고 있음을 시사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6호(2018. 5. 16.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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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혈관까지 선명, 8K 고화질 영상이 가져올 수술의 변화.pdf



◾ 일본 국립암연구센터 등은 2018년 3월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8K 슈퍼 하이비전 기술’ 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 시스템의 임상 시험을 시작하였음


▸ 3월 14일에는 첫 임상 사례로 8K(화소수 가로 7680 X 세로 4320 픽셀) 복강경을 이용해 40대 여성의 대장암 수술이 이루어졌는데, 수술 집도의는 고화질의 깨끗한 영상을 통해 수술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평했음


▸ 또한 8K 기술의 도움으로 ‘머리카락만큼 가느다란 두께’의 모세혈관도 명확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수술 중 출혈량은 불과 5mL 정도였다며 만족감을 표했음


▸ 이번 임상 시험은 일본 국립암연구센터 외에 NHK 엔지니어링 시스템, 올림푸스, NTT 데이터 경영 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지원사업으로 개발된 복강경 수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


▸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17년 수술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2차례 수술이 있었으며, 2018년에는 총 23명을 수술할 예정이고, 안정성과 실효성을 검증한 후 선진 의료기술을 실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음


<자료> xTech

[그림 1] 8K 복강경을 이용한 대장암 수술


◾ 8K 복강경은 현재 주로 사용되는 2K 풀HD 복강경에 비해 16배의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장기 손상도 줄이고 수술 참여 의사 수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음


▸ 복강경 수술 건수는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장암 수술의 70% 이상이 복강경 수술로 이루어지고 있음


▸ 그러나 복강경 수술은 모니터에 영상을 비추고 수술을 하기 때문에 화질이 수술의 질에 영향을 주고, 조작에 제한이 생기거나 사각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며, 개복 수술에 비해 수술 환자의 장기를 손상시킬 확률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 8K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의 전체상과 환부의 확대상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일반 복강경 수술은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확대하려면 복강경을 환부 가까이로 옮겨야 해서 환부 확대 이미지와 전체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없었음


▸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하는 8K 복강경 수술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2K 기술에 비해 16배 고정밀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정 카메라에서 항상 전체상을 촬영하기만 하면 되며, 확대하고 싶은 부위가 있다면 전체상의 일부를 떼어 확대하면 됨


<자료> xTech

[그림 2] 확대 부위(左, 4K), 전체상(右, 8K)


▸ 기존 2K 복강경 시스템에서는 특정 부위 확대를 위해 카메라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좁은 수술 부위에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충돌하며 장기를 손상시키는 문제도 발생하였음


▸ 8K 시스템의 수술실은 2개의 모니터를 설치하는데, 전체상과 특정 환부의 확대 영상을 각각 모니터에 띄우고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임


▸ 삽입한 복강경은 환부에서 떨어진 곳에 고정해도 되기 때문에 보다 넓은 작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수술 도중 장기 손상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음


▸ 또한 기존 2K 시스템이 카메라를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집도의를 포함 보통 3명의 의사를 필요로 했다면, 고정 카메라를 사용하는 8K 복강경 시스템에서는 2명의 의사만으로 수술을 실시할 수 있어 의사 부족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


◾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처럼 직접 장기를 보고 만질 수는 없지만 화질이 매우 선명하기 때문에 직접 보는 것 이상으로 촉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함


▸ 공동 연구팀과 수술 참여 의사들에 따르면, 8K 시스템으로 보는 영상은 개복 수술 시에 육안으로 보는 것과 흡사하거나 그 이상으로 선명하다고 함


▸ 한 의사는 8K 시스템으로 촬영한 영상을 반나절 이상 보고난 다음날 2K 복강경 시스템을 이용한 수술을 집도했는데, 백내장에 걸렸나 싶을 정도로 영상이 조악했으며,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은 영상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하고 있음


▸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달리 직접 장기를 만질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8K 시스템은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3D TV가 아니더라도 화소 수가 높아질 경우 심도(depth)가 잘 표현되어 마치 입체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임


◾ 이번 임상 시험은 복강경 수술의 정확도와 퀄리티를 개복 수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 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주요 평가항목 중 하나는 수술 중 출혈량임


▸ 일본임상종양연구그룹(JCOG)의 ‘진행 중인 대장암에 대한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의 완치율에 관한 무작위 비교 시험’ 결과에 따르면, 복강경 수술의 수술 출혈량 중앙값은 30mL이었음


▸ 이에 비해 2017년에 실시한 2건의 8K 복강경 수술 사례에서는 출혈량이 각각 5mL와 0mL로 억제되었으며, 올해 실시할 23건의 임상시험에서는 출혈이 30mL 이상인 환자의 비율을 전체의 25%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음


▸ 출혈량 이외의 부수적 평가항목으로는 수술의 부작용 발생 비율과 완전 절제율, 개복 수술로 전환 비율, 외과 의사 2명에 의한 수술 완수 비율 등이 있음


◾ 한편 8K 복강경 수술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개선 과제도 도출되고 있는데, 카메라의 소형화와 커뮤니케이션 속도의 단축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었음


▸ 8K 시스템은 복강경을 고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 시점에서의 영상 밖에 얻을 수 없는데, 확대상을 얻기 위해 복강경을 환부 가까이 이동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촬영 범위가 고정되어 있어 환부를 이리저리 돌려 촬영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음


▸ 따라서 향후에는 카메라를 돌려 가며 촬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며, 복강경에 탑재하는 카메라를 소형화하여 여러 대를 설치하는 방법도 검토 중임


▸ 집도의가 전체상에서 확대하고 싶은 부분을 잘라내는 작업을 하는 직원에게 지시를 하는 과정의 번거로움도 문제로 지적되었음


▸ 편집 직원이 수술대에서 떨어진 위치에 있는 콘솔에서 영상을 잘라내는 작업을 수행하므로, 집도의는 확대될 부분에 집게를 대고 매번 ‘이 부분을 확대해 달라’고 알려주어야 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


▸ 지시한 사항이 처리될 때까지 집도의는 손을 멈추고 수술을 진행할 수 없는데, 이러한 '틈'이 생겨 버리면 의사의 리듬과 집중력이 흐트러질 위험성이 높아지게 됨


▸ 기존의 시스템은 집도의의 옆에 있는 조수가 복강경을 움직여 확대 이미지를 촬영하기 때문에 지시에 따른 번거로움은 적었는데, 8K 시스템에서도 어떻게 수술 작업의 틈이 없이 이미지 확대를 실현하느냐가 향후 개선 과제가 됨


<자료> Pinterest

[그림 3] 고화질 영상 수술 시스템의 이점


◾ 이번 임상 시험으로 얻어지는 결과는 대장암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영역의 치료 및 진단에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음


▸ 예를 들어, 카메라의 소형화에 성공하면 내시경 검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며, 고화질의 특징을 살리면 화면상으로 종양의 양성/음성 여부를 판단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 특히 고화질 영상을 학습한 이미지 판독 인공지능(AI)과 결합할 경우,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실제로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샤프는 자체 실증 시험을 통해 8K 이미지와 딥러닝 등을 활용한 병리 진단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5G와 8K 모니터를 조합한 원격의료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음


▸ 샤프는 8K 이미지가 세포 단위의 입도로 조직의 팽창 여부와 색상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발견하지 못하는 작은 종양, 전이, 병변 등도 8K 이미지와 AI를 이용해 검출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 또한 AI와 8K 모니터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으로, 다리 등에 생긴 미세한 이상 현상을 검지하거나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구별해 내는 등 8K의 고화질 이미지 특징을 살린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6호(2018. 5. 16.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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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 부담을 인정한 페이스북과 저커버그.pdf



[ 요 약 ]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F8 2018’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미국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온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 유포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하였음. 이는 그동안 페이스북은 게시판일 뿐이라며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스스로 부인해 왔던 입장에서 벗어나,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새로운 프로필 작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데이팅 서비스를 발표함으로써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도 일고 있음



[ 본 문 ]


◾ 페이스북은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Facebook F8'에서 최근 자사에 쏟아지는 사회적 질타에 대한 대응으로 가짜뉴스 대책 및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방안을 발표하였음


▸ 마크 저커버그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페이스북의 대응이 불충분하여 러시아에 의해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이것이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하였음


▸ 그리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페이스북의 선거 악용 대책, 가짜뉴스 대책, 개인정보보호 대책 등 플랫폼의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본 지침을 발표하였음


▸ 페이스북이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 및 컴퓨터 비전 등 기술을 이용해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과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임


▸ 강력한 정보 유통 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포털 및 SNS 플랫폼이 선거 및 정치적 여론 형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


▸ 페이스북의 이번 발표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들의 실책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미국 및 전세계의 여타 플랫폼 사업자들의 향후 대응 마련에도 준거점이 될 것으로 보임


▸ 그러나 저커버그가 ‘사용자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서비스 개발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데이팅 서비스도 발표하였기 때문에, 대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탐욕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음


<자료> Akron Beacon Journal

[그림 1] 2018 페이스북 F8의 핵심 테마


◾ 페이스북이 발표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의 핵심은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클리어 히스토리(Clear History)' 정책임


▸ 페이스북은 현재 ‘좋아요’ 버튼이 게재된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픽셀(Facebook Pixel)’이라 부르는 소프트웨어 모듈을 포함하는 스마트폰 앱에서 페이스북 사용자의 행동 이력을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한 ‘타깃 광고’를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있음


▸ 지난 4월 10~11일에 개최된 미 의회의 페이스북 청문회에서는 행동 이력 정보가 사용자의 개인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그 내용을 확인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음

▸ 당시 민주당의 제리 맥너니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사용자 데이터의 일괄 다운로드 기능에 대해 정작 사용자 본인은 웹페이지 열람 이력을 다운로드 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음


▸ 페이스북이 추적하고 있는 사용자의 웹페이지 열람 이력의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없다는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인데, 이번에 발표된 ‘클리어 히스토리’ 정책은 상황을 이런 지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클리어 히스토리 정책에 따라 앞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웹사이트 방문 기록과 앱 사용 내역을 삭제할 수 있게 되는데, 페이스북으로서는 타게팅 광고에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며 개인정보보호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임


◾ 그러나 페이스북의 이 정책에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은데, 저커버그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다 탐욕스럽게 활용하는 새로운 데이팅 서비스 출시 계획을 함께 발표했기 때문


▸ 저커버그는 새로운 데이팅 서비스를 2018년 내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 참여 이벤트와 관심사의 공통성 등을 바탕으로 만남을 희망하는 사용자끼리 만날 수 있게 소개해 주는 알고리즘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 함


▸ 사용자들이 이 새로운 데이트 서비스 이용을 시작하면 기존 페이스북 프로필과 별도로 ‘만남’을 위한 프로필을 작성하게 되는데, 페이스북은 데이트 서비스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에게만 이 프로필을 공개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임


<자료> CNBC

[그림 2] 페이스북의 새로운 데이팅 앱


▸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더 많은 정보를 담게 될 새로운 개인 프로필 작성을 유도하는 서비스를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비난하며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페이스북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음


◾ 가짜뉴스 유포 및 선거 악용 방지를 위한 대책의 핵심은 AI와 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 유포 계정을 조기에 삭제해 확산을 최소화한다는 것임


▸ 페이스북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대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프랑스 대통령 선거, 독일 연방 의회 선거,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 보선에서 AI 도구를 사용해 수십 만 개의 가짜 계정(Fake Account)을 제거했다고 함


▸ 또한 지난 미국 대선 과정의 추적 조사를 통해 부정 계정을 더듬어 가면서 러시아가 관여한 것으로 밝혀지면 이 계정들을 폐쇄했다고 발표하였음


▸ 올해 미국에서는 중간 선거가 있고, 그 밖에 멕시코,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중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저커버그는 이번 F8에서 이들 선거 과정에 페이스북이 악용되지 않기 위해 만전의 조치를 다할 것임을 선언하였음


◾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기조연설에 이어 부적절한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 ‘갠(GAN)’이라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함


▸ 부적절한 콘텐츠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이를 감지하는 기법도 다른데, 부적절한 콘텐츠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누드 사진이나 폭력적 장면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을 이용해 감지한다고 함


▸ 또한 AI 기술의 진화에 의해 컴퓨터 비전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부적절한 콘텐츠들을 높은 정밀도로 판정해 낼 수 있어 시스템이 거의 전자동으로 제거하지만, 판정이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는 전임 직원이 대응하고 있음


▸ 한편 AI를 이용한 콘텐츠 판정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 증오 발언의 감지인데, 증오 발언이란 인종이나 종교 또는 성적 취향 등에 대해 비방하는 행위를 의미함


▸ 폭력적 차별 발언은 종종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AI는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기사의 내용이 상대를 비방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것을 의도하고 있는지, 그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임


▸ 예를 들어, “I 'm going to beat you!”라는 메시지를 받을 경우 이것이 자신을 비방하고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전적으로 문맥에 따라야 함


▸ “너를 두들겨 패주겠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면 위협을 가하는 것이지만, “너를 이겨주겠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면 서로 이기기 위해 분발하자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임(그림 3에서“Look at that pig!"와 같은 말도 마찬가지임)


<자료> Facebook

[그림 3] 차별 발언 감지에 필요한 컨텍스트 이해


▸ 이런 경우는 사람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AI에게는 가장 어려운 분야로 지금의 기술로는 올바른 판정을 할 수 없는데, 따라서 기술 개선을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교육하기 위해 증오 연설의 사례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


▸ 따라서 페이스북은 한 AI가 증오 연설을 자동으로 생성하면 다른 AI가 증오 연설 여부를 감지하게 하는 소위 ‘생성적 대립쌍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GAN)'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함


▸ ‘갠(GAN)'은 두 개의 신경망을 두고 가령 한쪽에는 위조지폐범의 역할을, 다른 한쪽에는 감식반의 역할을 부여해, 상호 경쟁하는 과정에서 신경망을 고도화하는 기술임


◾ 미국 대선에서 문제가 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중점 대응 과제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인데, AI로 직접 감지는 어려우므로 부정 계정 폐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함


▸ 현재 AI가 가짜뉴스를 직접 감지하는 기술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부정 계정을 찾아내 폐쇄함으로써 정보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것임


▸ 부정 계정은 가짜뉴스뿐 아니라 스팸이나 악성 광고를 발신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고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적극적 대책을 추진하고 있음


<자료> Facebook

[그림 4] 가짜뉴스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저커버그


▸ 부정 계정은 특이한 작동을 보이므로 우선 AI로 이 패턴을 감지하는데, 가령 스팸을 전송하는 악성 계정은 기사를 높은 빈도로 반복 게시하는 등 특이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여, 이런 신호를 기계학습 기법으로 감지하게 됨


▸ 소셜 미디어는 또한 과격파 조직의 광고탑으로 사용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한데, 페이스북은 AI를 도입해 IS(이슬람 국가)나 알카에다 등을 선전하는 콘텐츠와 계정을 확인하고 이를 제거하고 있음


▸ AI는 이미 삭제한 사진이나 비디오와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과격파 조직이 게시하는 콘텐츠를 감지하며, 텍스트도 마찬가지로 이미 삭제된 텍스트를 학습하여 문자 기반의 신호를 파악함으로써 테러를 조장하는 텍스트를 이해한다고 함


▸ AI가 테러 관련 내용을 감지하는 동시에 전담 직원이나 전문가도 수동으로 이러한 작업을 실행하는데, 페이스북에 따르면 2018년 1분기에만 IS와 알카에다 관련 콘텐츠 190 만 건을 삭제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음


◾ 페이스북은 AI 등 최신 기술과 전담 대응팀 운영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모든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이용자들의 협조도 적극 당부하고 있음


▸ 페이스북이 AI, 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기술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짜뉴스와 부적절 콘텐츠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대응 방안이 성공을 거두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음


▸ 페이스북은 부적절한 콘텐츠가 발견된다면 신고해 줄 것을 이용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으며, 동시에 페이스북 내에 전담 직원을 2만 명으로 증원하고 수동으로 부적절한 콘텐츠의 적발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임


◾ 플랫폼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얻는 이익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는데, 이번 페이스북의 대응 방안으로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이고 있음


▸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저커버그는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페이스북을 이용한 정보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그 대책은 강구하지 않았음


▸ 그러면서 근거로 든 것은 페이스북은 뉴스 전달 기업이 아니라 ‘게시판’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특정 기사를 삭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자체 법률 해석이었음


▸ 페이스북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뉴스 소비 패턴이 SNS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정작 SNS 플랫폼 스스로가 부정하는 꼴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거나 저커버그가 방조를 통해 트럼프를 돕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음



▸ 페이스북의 입장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의해 8,3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이용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후 가짜뉴스가 통할만 한, 멘탈이 약한 사람들을 골라 가짜뉴스를 적극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임


▸ 페이스북의 시스템 특성을 이용해 가짜뉴스를 통한 정치 운동을 한 것이 드러난 집단이 발각된 상황에서, 자신들은 게시판일 뿐이라며 아무런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워진 것임


<자료> Daniel Bradley

[그림 5] 소셜 미디어들의 사회적 책임(CSR)


▸ 페이스북의 이번 발표는 스스로 정체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든지와 상관없이 잘못된 기사는 게재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플랫폼의 책임이라는 지침을 세운 것이며, 계속해서 여론이 조작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


▸ 플랫폼들은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골몰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떠안고 규제를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이중적 태도가 불식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