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8호(2018. 5. 30.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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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AR·드론과 결합한 ‘V스포츠', 블록체인과 결합도 시도 중.pdf



이미 보편화되어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논의되고 있는 e스포츠에 이어, 아직 통용되는 정의는 아니지만, ‘V스포츠가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스포츠 분야로 부상하고 있음


작년 10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e스포츠가 여러 국가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림픽 정신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


아울러 경쟁성이 강한 e스포츠는 정통적인 스포츠로 간주할 수 있고, 프로게이머들은 여는 스포츠 선수들과 비슷한 강도로 시합을 준비하고 훈련을 하고 있다며,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하였음


다만 IOC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게임의 내용이 올림픽의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며, 올림픽 운동 규칙 및 규정 준수를 보장하는 조직이 있어야만 IOC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음


2024년 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파리는 IOCe스포츠의 올림픽 참가 가능성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음


아시아올림픽평의회(AOC)IOC 보다 먼저 수용 입장을 결정하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과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종목에 e스포츠를 추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음


한편 이런 긍정적 흐름과 달리 e스포츠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데, 트렌드에 민감해 수명이 짧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임


e-스포츠의 시발점인 스타크래프트는 이미 리그오브레전드(LoL)’에 밀려 대회가 열리지 않은지 오래 됐으며, LoL 역시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에 자리를 내주었는데, 올림픽마다 종목이 바뀌어서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것


이 때문에 e스포츠 관계자들은 게이의 수명 연장과 보다 스포츠다운 종목 발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V스포츠의 대두에는 이런 배경도 작용하고 있음


<자료> Bluehole Studio

[그림 1] e스포츠의 신흥 지배자 배틀그라운드


V스포츠는 크게 두 가지로 정의되는데, 하나는 VR(가상현실)을 이용한 스포츠라는 뜻


현재 VR은 전문 시설이나 플레이스테이션VR(PSVR),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및 간이 고글 등을 통해 차츰 일상의 한 풍경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


VR은 야구나 미식축구 선수의 움직임을 360도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트레이닝에 도입하는 등 본질적으로 스포츠와 친화성이 높은데, 최근에는 컬링이나 양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종목을 체험하게 해주는 어트랙션들까지 생겨나고 있음


또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에서는 팀간 슈팅 대결이나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 나오는 에네르기파를 치고받는 등 대결 방식의 어트랙션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함


이런 흐름 외에도 가상공간에서 몸을 사용하는, 즉 실제 스포츠 활동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데, 가령 게임기업 10ANTHILL이 판매하는 ‘Racket Fury: Table Tennis VR'은 가상현실을 활용한 탁구 게임 소프트웨어임


이 게임은 현재 HTC의 바이브(VIVE)와 삼성전자의 기어(Gear) VR을 지원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로봇이 되어 다양한 가상의 공간에서 탁구를 즐길 수 있는데, 게임 속 캐릭터와 상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온라인 대전도 가능함


게임기업 CCPPSVR 및 오큘러스 리프트(Rift)용으로 피구를 바탕으로 한 VR 게임 소프트웨어 ‘Sparc’를 개발했는데, 스스로 ‘V 스포츠라 주장하는 이 게임은 VR 공간에서 상대에게 공을 던져 맞히거나 막는 기술을 겨룸


신체 곳곳에 착용할 수 있는 센서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런 VR 스포츠 소프트웨어와 경기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전설적 게임업체 아타리(ATARI)의 창업자이자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인 놀런 부슈널이 창업한 Modal VR300m2의 필드를 10명의 선수가 돌아다니며 게임하는 VR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VR 스포츠 분야에서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음


<자료> Haptical

[그림 2] 놀런 부슈널의 Modal VR


또 다른 V 스포츠의 정의는 비디오(video)'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스포츠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VR과 함께 AR(증강현실)도 포함되어 보다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음


가령 게임업체 'meleap'HADO 게임은 Sparc와 유사한 피구형 게임인데, VR이 아닌 ARHMD와 손목 센서, 스마트폰을 연계해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 현실 공간 위에 가상의 에너지 볼과 방어막을 겹치므로 보다 스포츠에 가깝다는 평을 받고 있음


<자료> meleap

[그림 3] 증강현실 피구형 게임 HADO(하도)


비디오 기술 기반이라는 의미의 V스포츠 중 대표적인 것은 드론을 이용한 레이싱인데, 세계 선수권 대회와 시리즈가 개최되고 있음


드론 레이싱의 기술적 특징 중 하나는 파일럿(조종사)VR 헤드셋과 유사한 고글을 착용하고 조작한다는 것인데, 드론에는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으며 파일럿은 카메라가 전송하는 실시간 일인칭 시점의 이미지를 보며 조종하게 됨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고화질의 동영상을 지연 없이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급선회와 급상승·급강하 등 속도감 넘치는 3차원 레이싱을 실현할 수 있는 것


<자료> Bham Now

[그림 4] 드론 레이싱 대회 모습


드론을 이용하는 V스포츠는 레이싱만 있는 것이 아닌데, 무인 항공기용 커스텀 부품을 판매하는 Flynoceros는 드론이 3차원의 공중 경기장에서 공을 조종하는 새로운 경기를 개발 중에 있음


이 새로운 유형의 경기는 해리포터에서 마법사들이 빗자루를 타고 다니면 골든 스니치를 잡는 게임의 이름을 따서 리얼 라이프 퀴디치(Real Life Quidditch)’라 불리며, 많은 사람이 게임이 구현되기를 기다리고 있음


한편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의 V스포츠도 태동하고 있는데, 2019년 시작을 목표로 준비 중인 새로운 미식축구리그 FCFL‘Vote(투표)’와 스포츠의 결합을 시도함


FCFL'팬이 조종하는 풋볼 리그(Fan Controlled Football League)'로 경기 형식으로 보면 7인제 실내 미식축구이며,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Twitch)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게 되는데, 트위치는 게임을 구성하는 중요 기술요소가 됨


FCFL은 말 그대로 팬들이 경기를 컨트롤 하게 되는데, 트위치 프로그램의 확장 기능으로 전용 앱이 제공되며, 이를 다운로드 한 팬들의 스마트 기기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온라인 미식축구 게임과 같이 디스플레이 됨


이 영상을 보고 다음에 어떤 플레이를 하겠다고 투표를 하면, 팬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필드 위의 선수들이 실제로 그 플레이를 실행하게 됨


<자료> FCFL

[그림 5] 팬들의 투표로 경기를 제어하는 FCFL


이는 마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투표에 의해 영화 내용의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인데, 미식축구는 정형화 된 수십 가지 공격 패턴이 있기 때문에 팬들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투표를 하는 것이 가능함


팬들이 플레이 패턴을 결정하게 하는 시도는 예전에 야구 등에서도 있었지만 모두 일회성 이벤트에 머문 반면, FCFL은 실제로 여러 팀으로 구성된 리그의 형태를 갖추고 운영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모두 라이브 스트리밍과 앱 등 기술의 발달에 의한 것임


FCFL은 선수의 플레이뿐 아니라 팀명과 마스코트, 로고 등도 팬들이 결정하게 한다는 계획인데, 참신하다는 의견과 새로움이 지나치다는 의견의 맞서는 가운데 8팀으로 구성될 FCFL이 예정대로 2019년에 리그를 시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음


FCFL은 새로운 포맷의 V스포츠라는 점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하여 ICO(코인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실제 실현 여부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음


FCFL은 선수들의 플레이뿐 아니라 코치의 선임과 해임, 구단 경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팬들의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이 과정의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가 중요함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의 기록을 위조불가능한 형태로 남길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FCFL이 필요로 하는 기술 플랫폼이라 할 수 있음


FCFL 측은 투표의 가중치에 각 이용자가 가진 토큰의 수를 반영하게 할 예정이며, 투표 정보들을 바탕으로 그 팀을 최고로 이끈 사람에게 상금을 준다는 계획임


FCFL은 전직 미식축구 선수인 오스턴 레이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어드바이저로는 이더리움의 공동 창안자인 스티븐 네라요프 등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음


320일부터 10일 동안 진행한 토큰 프리 세일에서 FCFL500만 달러 펀딩에 성공하였으며, 올해 지속적으로 리그 창설을 위한 ICO를 벌여나갈 예정임


FCFL의 사례는 V스포츠의 기저를 이루는 기술이 반드시 VR, AR, 드론 등일 필요는 없으며, 따라서 향후 V스포츠의 범위와 발전 방향은 예단할 수 없고, 아직 여명기에 있는 V스포츠이지만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8호(2018. 5. 30.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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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편집 기술을 이용한&lsquo;유전자 도핑&rsquo;의 위험성.pdf



지금도 사용금지 약물(소위 도핑)의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적발이 더욱 어려운 부정행위가 가능해 질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음


암 투병을 하며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를 하여 철인으로 추앙받던 랜스 암스트롱은 불법 도핑 사실이 적발되어 지금껏 쌓아온 명성을 한순간에 잃게 되었음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기록 및 신체 기능 향상을 위한 금지약물 복용의 유혹을 수시로 느끼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스포츠맨으로서 양심과 더불어, 발각이 되면 그 동안의 기록과 명성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두려움 때문임


따라서 만일 적발하기 어려운 도핑 방법이 제시되었을 때 많은 운동선수들은 한번쯤 사용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임


과학자들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등의 유전자(게놈) 편집 기술과 기존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면 더 나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음


이 방법은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유전자 코드를 수정하여 부정하게 경기 능력의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유전자 도핑이라고도 부르는데, 무엇보다 적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매우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


'유전자 도핑'의 구체적인 예로는 가령 몸에 적혈구의 증가 효과를 가진 에리스로포에틴(Erythropoietin)'의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추가하는 것을 들 수 있음


에리스로포에틴이 증가하면 혈중의 적혈구가 증가하고 산소를 많이 운반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선수의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


이 때문에 에리스로포에틴을 이용한 약물 도핑도 이미 존재하고 있고, 랜스 암스트롱이 사용한 금지 약물 중에도 에리스로포에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음


몸에 주입된 에리스로포에틴을 검출해 내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지만, 만약 몸이 에리스로포에틴을 보다 쉽게 생성하도록 유전자 수정이 있었다고 한다면, 이를 적발해내는 것은 금지 약물 복용을 적발해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임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르면, 운동선수의 원래 유전자 정보를 알고 있다면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 그러려면 선수들의 유전자 정보를 먼저 취합할 수 있어야 함


또한 유전자 조작보다 고급 기술인 게놈 편집을 사용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유전자 조작과 달리 게놈 편집은 생물이 이미 가지고 있는 유전자 정보를 문자 그대로 편집하는 기술로 유전자 조작보다 더 감별해 내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음


<자료> Futurism

[그림 1] 적발이 어려운 새로운 도핑 방법, 유전자 도핑


WADA는 이미 모든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유전자 코드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적인 문제나 시간적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


유전자 코드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관점에서는 회색 영역이며, 올림픽 출전 선수 중 일부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 짐


또한 운동선수들이 게놈 편집을 할 수 있게 되기 전에 전세계모든 선수의 유전자 코드를 모아야 실효성이 있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이런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임


이미 게놈 편집을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사례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마땅한 적발 방법이 없어, 멀지 않은 시기에 유전자 도핑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게놈 편집 기술 자체는 난치병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되는 등 매우 가치 있는 기술인데, 지난 201511월 영국에서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생후 3개월 된 유아에게 게놈 편집을 시술하여 성공을 거둔 바 있음


중국의 경우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한 게놈 편집으로 유전자가 조작된 사람이 이미 86명이라는 보도도 나왔는데, 중국은 국가 5개년 계획에 게놈 편집을 포함할 정도로 국가가 나서서 관련 기술의 발전을 적극 장려하고 있음


<자료> Futurism

[그림 2새로운 도핑 도구유전자 가위


WADA는 유전자 도핑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 및 건강 위험에 대해 선수들에게 교육하는 것도 제안하고 있으나, 이제껏 도핑의 역사에서 보듯, 선수들이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알더라도 기꺼이 도핑의 유혹에 언제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함


현대의 스포츠계는 도핑을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한데, 이런 상황에서 더욱 적발이 어려운 유전자 도핑이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반도핑 대책 마련에 더욱 부심하게 될 것으로 보임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8호(2018. 5. 30.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막기 어려운 딥페이크 동영상, 비판적 미디어 수용 능력 필요.pdf



[ 요 약 ]


일반 PC와 딥페이크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수백만 달러짜리 할리우드 편집 툴보다 훨씬 정교하게 영상 속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꿔치기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음. 누구나 쉽게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어려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SNS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매스 미디어가 등장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미디어 수용 능력이 요구되고 있음



[ 본 문 ]


2016년 미 대선이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된 가짜뉴스로 얼룩졌다면, 올해 11월 열릴 중간선거에서는 AI를 악용한 가짜 동영상이 여론을 조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


지난 미 대선 과정에서 대량 유포된 가짜뉴스의 배후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유포과정에서 페이스북의 역할에 대한 청문회 등이 열리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형성되었음


그러나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한 법적, 기술적 조치들이 강화되어도 기술의 발전에 의해 더욱 교묘한 방식의 가짜뉴스들이 생성, 유포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짜 동영상이 기승을 부리며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음


가짜 동영상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비디오로 인공지능(AI)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담은 영상을 리얼하게 그려 냄


올해 4월에 버즈피드에 올라온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 동영상은 가짜 비디오가 얼마나 정교한지, 그래서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지 실감나게 보여주었음


영상을 보면 성조기 앞에서 차분히 연설을 하던 오바마는 갑자기 트럼프는 천하에 쓸모없는 놈(dipshit)’이라며 비속어로 비난하는 장면이 나옴


동영상을 보던 사람들이 오바마의 막말에 재미 혹은 당혹감을 느끼는 순간, 동영상은 화면이 분할되며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조던 필(Jordan Peele)의 모습을 오바마와 나란히 보여주기 시작함


<자료> BuzzFeed

[그림 1] 입모양까지 똑같이 만든 가짜 동영상


동영상은 필이 말하는 대로 오바마가 말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데, 완전 리얼하게 입모양까지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


필이 등장할 때까지는 이것이 가짜 동영상임을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웠는데, 비디오 속의 목소리는 필의 실제 음성이었지만,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성대모사에 일가견이 있어 목소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이 가짜 비디오는 오바마의 연설 내용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이 기술이 내포함 심각한 위험성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할 목적으로 버즈피드와 조던 필이 공동을 제작한 것임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짜 동영상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기술은 흔히 딥페이크(DeepFake)’로 불리고 있음


딥페이크라는 명칭은 이를 맨 처음 만든 사람의 아이디에서 유래했는데, 레딧(reddit)에서 ‘Deepfakes’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가 작년 11월에 텐서플로우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유명 연예인과 포르노를 합성하여 관심을 끌었음


레딧에는 곧 ‘deepfakes’라는 서브 레딧이 만들어졌고, 올해 1월에는 ‘deepfakeapp’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저가 ‘FakeApp’이라는 무료 앱을 제작해 배포하였음


<자료> Reddit

[그림 2] FakeApp 최신 버전(2018. 02)


FakeApp은 초보자도 잠시만 배우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 수많은 사람들이 앱을 이용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올해 2월 딥페이크 서브 레딧은 폐쇄되었지만 영상들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음


페이스북은 2014년에 딥러닝 기반의 얼굴 인식 기술인 딥페이스(DeepFace)’를 개발하기 시작해 2017년에 런칭한 바 있는데, 딥페이크는 페이스북의 딥페이스 기술을 응용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가짜 동영상은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며,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등 거물 정치인들도 주요 타깃이 되고 있음


대체로 ‘Deepfakes Replacement(딥페이크 대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가짜 동영상들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 유명인은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케이지의 딥페이크 영상은 흔한 인터넷 놀이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영화 골드핑거의 주인공인 션 코너리의 얼굴이나 인기 프로그램 SNL의 크루인 앤디 샘버그의 얼굴을 니콜라스 케이지로 대체한 영상들이 대표적


정치인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은 풍자 목적이 강한데, 트럼프 대통령 흉내로 정치 풍자 코미디를 진행하고 있는 배우 알렉 볼드윈은 딥페이크 기법을 이용해 트럼프로 분장한 자신의 얼굴을 실제 트럼프의 얼굴로 대체한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음


<자료> DeepFakes

[그림 3] 트럼프 풍자 가짜 동영상


앞서 조던 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드윈이 제작한 영상에서 트럼프의 말은 사실은 볼드윈이 한 것이며 얼굴만 진짜 트럼프로 대체된 것이기 때문에, 가짜 동영상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음


단지 풍자 목적이라면 재미로 넘길 수도 있으나,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 기술이 악용될 경우의 폐해를 먼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트럼프의 경우는 돌출 발언도 잦기 때문에 가짜 동영상의 폐해는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뭐니뭐니해도 딥페이크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딥페이크 영상이 최초 만들어진 목적에서 보듯 포르노 영상에 적용되고 이것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것임


작년 연말에는 포르노 배우의 얼굴을 영화 원더 우먼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이스라엘 여배우 갤 가돗(Gal Gadot)의 얼굴로 바꾼 가짜 동영상이 인터넷에 게재되어 본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준 바 있음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있었으나 영상이 조악하거나 합성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 해프닝으로 넘어갔다면, 딥페이크로 만든 이 영상은 갤 가돗이 정말 포르노 영화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잠시라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음


실제와 구분이 어려워 현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을 찾으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딥페이크를 이용한 포르노 영상은 더욱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어 거의 모든 유명인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음


이미 갤 가돗 외에 배우 엠마 왓슨, 뮤지션인 케이티 페리와 테일러 스위프트 등 많은 유명인이 피해를 입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K-팝 여가수들이 타깃이 되고 큰 피해를 입고 있음


최근에는 유명인 이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후 배포 위협을 하며 돈을 요구하는 악질 범죄들도 시도되고 있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음


일반인 대상 범죄 역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미 사회적으로 리벤지 포르노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동영상이 유포될 경우 입게 될 충격과 공포는 형언할 수 없기에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협박에 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


SNS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개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시대에서는 이제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의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음


딥페이크 영상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자리잡고 있는데, 기초 기술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어 주요 내용들이 다 공개되어 있음


AI를 적용한 소프트웨어들은 사진과 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을 다른 얼굴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음


<자료> Iryna Korshunova et al.

[그림 4] AI를 이용한 빠른 얼굴 스와핑


201611월 발표된 ‘CNN을 이용한 신속한 얼굴 뒤바꾸기(Fast Face-swap Using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라는 제목의 논문은 원본 사진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대체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음


Fast_Face-swap_Using_Convolutional_Neural_Networks.pdf



논문은 여러 유명인의 얼굴을 니콜라스 케이지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로 바꾸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얼굴의 방향, 시선, 입술의 모양, 헤어 스타일은 원래 이미지를 그대로 두고 눈, , 입술, 눈썹, 얼굴 주름 등은 두 사람의 것으로 대체하였음


구체적으로는 입력 이미지에서 눈코입의 배치 정보를 추출하고 대체할 이미지의 눈코입 객체를 입력 이미지의 배치 정보에 맞게 재배치하여 스티칭하는 프로세스임


따라서 원본 이미지의 얼굴과 대체하려는 이미지의 얼굴이 전체적인 형태가 유사할 경우 어색하거나 코믹한 느낌이 없어지고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됨


논문의 제목에 신속한(fast)’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이 얼굴 바꿔치기 과정을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할 수도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퀄리티는 손으로 할 때보다 떨어지지만 아주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


<자료> Iryna Korshunova et al.

[그림 5] AI를 통한 얼굴 스와핑 프로세스


딥러닝을 이용한 얼굴 스와핑의 정교성을 높이려면 상당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나 하드웨어 발달로 인해 일반적인 컴퓨터에서도 구현이 가능한 상황임


딥페이크는 딥러닝 기법으로 얼굴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얼굴을 대체하는 기법을 학습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컨볼루셔널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으로 원본 얼굴과 대체 얼굴의 특징을 학습한 후 이 둘을 서로 바꿈


신경망 학습을 위해서는 양자의 얼굴 사진을 대량으로 입력하여 알고리즘이 얼굴의 특징 및 대체 프로세스를 학습하게 하는데, 응용 프로그램은 엔비디아의 개발환경인 CUDA에서 실행되며 프로세서로 엔비디아 GPU가 필요함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학습 및 대체 과정에는 상당한 연상량이 발생하지만, 할리우드급의 특수 촬영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된 이런 시대에는 컴퓨터에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구성만으로 실행할 수 있음


얼굴을 대체하는 알고리즘은 학술 주제로 대학 등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인데, 그 연구 성과가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공개되었고 사용하기 쉬운 툴로 개선되어 깃허브에 공개되면서 단숨에 확산되었음


대학 등에서 얼굴 대체 알고리즘 개발을 연구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이 기술은 공개되자마자 가짜 포르노 영상에 가장 먼저 악용됨으로써 범죄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성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반면, 그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대응책의 마련에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음


이미 어도비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툴을 이용한 사진이나 비디오 변조가 가능하긴 했지만, 이는 전문가가 직접 손으로 조작을 해야 가능한 것임


반면 딥페이크는 AI 기술이 접목되어 사진과 비디오 조작 프로세스가 자동화됨으로써 초보자도 손쉽게 가짜 비디오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음


바꾸려는 대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모은 다음 사진값을 대입할 영상을 고르기만 하면, 나머지는 소프트웨어라 해주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지금은 약 40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 대기시간도 아마 더욱 더 줄어들 것임


<자료> BBC

[그림 6] 딥페이크 제작 프로그램 FakeApp


딥페이크 소프트웨어가 맨 처음 등장하고 나서 전문가들은 기술이 보편화될 때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1달 만에 보편화되었음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거 과정에서 가짜뉴스로 홍역을 앓았던 미국 사회는 당장 11월 중간 선거 과정에서 가짜 비디오를 악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음


가짜뉴스 방치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이미 AI를 이용해 혐오 조장 연설을 걸러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자체 예상하고 있음


다른 기업들도 가짜 비디오를 감지하는 기술의 개발에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중간 선거에서는 유효한 방지 수단이 없는 실정임


이는 비단 미국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며, 모든 국가와 시민사회가 당면한 새로운 위험요인인데,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가령 북미회담이 취소되고 트럼프가 북한을 군사 공격한다는 내용의 가짜 비디오가 만들어진다면 이것이 미칠 악영향은 매우 큼


딥페이크 기술은 AI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올 것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며, 따라서 시민들 스스로 자신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함


딥페이크 영상이 퍼짐에 따라 일단 커뮤니티들은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이미지 호스팅 사이트인 기프캣은 딥페이크 관련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딥페이크가 맨 처음 시작된 레딧 역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음


구글은 아직 딥페이크에 대해 검색 차단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유튜브가 딥페이크 비디오의 주요 유포 경로이기 때문에 고심이 큰 것으로 보임


<자료> The Deepfake Society

[그림 7] 딥페이크 대응이 필요한 유튜브


가짜 동영상은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으며, 한 사회 나아가 국제 평화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음


그러나 기술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아직 없는 상황이므로, 당분간 문제의 해결은 오롯이 각 개인과 시민사회의 몫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으며, 각자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함


따라서 딥페이크 영상은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분별력, 합리적 추론 능력을 시험하는 문제이기도 함


이미 가짜뉴스 유포가 일상화되어 있고, 여성 뮤지션들이 딥페이크 영상의 주요 피해자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감시 노력이 다른 어떤 사회보다도 필요할 것임


트래픽 경쟁에 내몰린 언론들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오보를 의도적인 왜곡 보도를 내보내도 이에 대한 견제나 처벌이 유명무실한 한국의 미디어 상황은 딥페이크 영상을 통해 혼란을 야기하려는 불순세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일 수 있음


얼굴 스와핑 기술은 이미 도래했고 늘 그렇듯 기술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에,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소비 태도보다는 자발적인 해석 노력과 합리적 의심에 기반을 둔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 사회에 요구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