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5호(2018. 5. 9.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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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LPWA 기술 기반 고급 여행가방 추적 서비스 시작.pdf



루이비통은 비행기 탑승 전에 맡긴 여행 가방 분실을 걱정하는 고객들을 위한 IoT 기반의 스마트 가방 추적 서비스 제공을 시작하였음


목적지 공항 도착 후 수하물을 찾을 때면 혹시 가방이 분실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기다리게 되는데, 특히 고급 여행 가방일수록 이런 우려는 커지게 됨


SITA(국제항공정보통신기구)에 따르면 2017년 화물 취급 실수, 소위 로스트 배기지(Lost Baggage) 발생률은 여객 1,000명당 5.57%인데, 2017년 총 여행객 수가 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므로 약 2,228만 건 정도의 로스트 배기지가 전세계에서 발생한 셈


루이비통은 이런 문제를 IoT로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루이비통의 여행 가방에 전용 장치를 붙이면 가방이 어디에 있는지, 개폐되었는지 여부 등을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통보해 줌


루이비통의 여행 가방 호라이즌 시리즈(Horizon Series)’가 우선 서비스 대상이며, 서비스 런칭 시점에서 전세계 115개 공항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천공항이 서비스 지역에 포함되었음


<자료> The Ensure Communication

[그림 1] 루이비통 여행가방과 에코 추적기


루이비통의 새로운 서비스는 저전력광역통신(LPWA) 기술 개발 벤처기업인 시그폭스(Sigfox)’와 공동으로 운영하게 됨


루이비통과 시그폭스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추적 장치인 에코(Echo)’를 가방에 부착해야 하는데, 에코는 통신 기능과 센서를 포함하고 있으며 가격은 370 달러임


여행 가방 모델은 호라이즌 70/55/50으로 경첩 부분에 마련된 전용 설치 부위에 에코를 장착하여 사용하는데, 오래된 사양의 호라이즌 모델은 부착할 경우 추적은 가능하지만 개폐 정보를 받아볼 수는 없음


기술적 특징은, 통신에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과 제공 사업자가 다른 국가 및 지역의 공항에서도 이용자는 전혀 상관할 필요 없이 끊김없는(seamless)’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여기에는 시그폭스의 ‘Monarch(마너크)’라는 기술이 사용되었음


대부분이 위치 추적 장치에서 위치 확인은 GPS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에코는 GPS를 내장하고 있지 않으며, 내장 센서가 공항에 도착했다는 것을 어떤 움직임에서 감지한다고 하는데, 어떤 움직임으로 판단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음


에코는 공항에 도착하면 통신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어 시그폭스 기지국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하고, 각국·지역에 맞는 주파수 대역으로 프레임을 전송하게 되는데, 기지국 정보를 통해 위치를 특정 할 수 있음


에코는 전력 소비가 많은 GPS를 탑재하지 않고 있으며, 비행 중에는 자동으로 전파를 발신하지 않는 비행기 모드로 전환되므로 절전 성능도 뛰어난데, 1시간 충전으로 약 6개월 간 작동이 가능하다고 함


사용자는 공항에서 가방의 위치 정보 및 개폐 여부 정보를 루이비통이 제공하는 스마트 폰 앱 ‘Louis Vuitton PASS(LV PASS)’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LV PASS와 연동되는 루이비통의 스마트 워치 땅부르(Tambour) 호라이즌에서도 알림을 받을 수 있


가방의 개폐 여부에 관한 정보는 에코의 광 센서를 통해 얻는다고 함


<자료> The Ensure Communication

[그림 2]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 앱과 연동


다른 가방 제조업체 업체들도 추적 기능이 있는 제품을 준비하거나 통신 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테스트를 하고 있으나 상용화를 시작한 루이비통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


루이비통의 서비스는 여행 편의보다는 개인 자산 관리의 측면이 강한데, 자신이 소유 한 물건의 상황을 가시화하려는 요구는 비싼 상품일수록 높아짐


라이즌 시리즈 가방의 가격은 크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천 달러인데, 여기에 에코를 추가하더라도 전체 비용은 크게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추적 기능을 내장하려는 수요는 클 것으로 보임


다른 가방 제조업체들도 제품을 준비 중이거나 내놓고 있지만, 배터리 지속 시간이나 통신 요금, 전세계 서비스 전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상용 제품은 있더라도 판매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임


처음부터 국가 또는 지역의 벽을 넘어 서비스를 전개하는 루이비통의 전략은 고부가가치 물품을 세계에서 판매하는 기업이 IoT를 도입할 때 좋은 표본이 될 수 있음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5호(2018. 5. 9.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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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의 직업윤리 강령 제정은 필요한가.pdf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직업인은 어떤 형태든 윤리적 행동 규범을 준수하지 않으면 안 되나, 거의 유일한 예외가 IT 업계라 할 수 있음


무엇보다 남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말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대표적인 직업윤리 강령이지만, 그 밖에도 법관, 배관공, 건설노동자 경찰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직업은 준수해야 하는 윤리적 행동 규범을 가지고 있음


IT 업계도 미국컴퓨터기기학회(ACM)IEEE(전기전자엔지니어협회)가 윤리와 전문직 실무에 관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강령을 정하는 등 조직이나 기업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행동 강령을 정하는 사례가 있음


그러나 IT 업계 전체를 커버하는 포괄적인 윤리 규범은 없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컴퓨터 과학 분야는 여타 과학 분야와 달리 직업적으로 행한 일로 인해 심각하게 부정적인 결과에 아직 직면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음


<자료> Ethical Software Professional

[그림 1] IEEE-ACM의 직업윤리 강령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최근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선거 공작이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음


컴퓨터 과학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계속해서 존재해 왔지만 점차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증가할 뿐 아니라 그 규모와 영향도 확대되고 있음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의 엔지니어가 배기가스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자동차 프로그래밍을 행한 것이 외부 테스트를 통해 밝혀진 바 있음


2016년 미국 대선에서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미디어가 만연한 가짜 뉴스에 대한 대책에 나섰지만, 그 페이스북은 현재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유용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음


미국 정보당국은 선거에 대한 러시아의 해킹이나 간섭, 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행한 역할에 대해 알아내려고 노력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을 추적하기 위한 등록 제도의 재개 또는 신설을 공약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음


위의 사례들은 소프트웨어를 악의적 목적으로 사용한 예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인데, 왜냐하면 기술 하나 하나 코드 한줄 한줄에 대해 그 개발과 이용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 낱낱이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임


IT 직업윤리 강령의 필요성은 업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데, 선택의 상황에서 판단의 근거가 될 합의된 규범이 있다면 그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하면 되기 때문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IT 기기, 소프트웨어, , 솔루션 등이 올바르게 작동하는지 여부는 그 설계 및 구현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는데, 이는 사실 개발자들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


또한 납기에 대한 압박에 시달릴 때, 특히 생계가 위태로워 진 때에는 옮고 그름을 판별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 때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컨텍스트와 생각의 틀을 제공해 줄 윤리 강령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음


따라서 IT 업계 전체가 합의된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업계이다 보니 반드시 모든 요소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 없이 우선 업계표준의 윤리 강령 마련에 초점을 둘 필요도 있을 것임


명문화 된 윤리강령은 직무의 어떤 부분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 튼튼한 기반이 될 수 있으며, 한발 떨어져 강령을 바라보고 나면, ‘강령에 비추어 봤을 때, 내가 지금 여기서 하려는 일은 옳다라는 자기 확신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


비록 명문화 된 직업윤리 강령은 아직 없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윤리에 대한 논쟁은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직업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종종 격렬하게 전개되어 왔음


현실적으로 특정 기술의 용도로 고려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이러한 속성은 예상치 못한 용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주기도 하나 동시에 무서운 점이기도 함


어떤 IT 도구도 사용 방법에 따라서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데, 가령 우리 일상에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AI(인공지능)와 자동화의 이용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선도 악을 동시에 볼 수 있음


기업에 다양한 후보자 선별을 지원하는 AI의 경우 인사업무의 효율성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는 인종, 민족, 성별이 다른 사람을 제거하는 데 악용할 수도 있는데, 이처럼 애초 도입의도와 달리, 혹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것임


최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으로 논란이 된 페이스북의 그래프(Graph) API’ 역시 명확히 예상되는 긍정 효과와 부정 효과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견지하다 발생한 참사로 볼 수 있음


그래프 API2010년 출시 직후부터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기능이었고 정보보호가 우선시되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나, 마케팅 도구로서 활용도가 워낙 높아 페이스북이 암묵적으로 묵인해 온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된 것임


IT 업계 차원의 윤리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최근에는 일부 기업들은 물론 개발자 개인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드러내며 입장을 표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


미국 IT업계에서는 201612‘NeverAgain.tech’라는 운동이 시작되었는데, 현재까지 이 운동에 서약으로 동참 의사를 밝힌 사람은 2,800여 명에 이름


서약의 내용 중에는 헌법에서 보호받고 있는 종교적 신념을 기준으로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우리는 거절한다. 정부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집단 추방하려는 일에 도움 주기를 우리는 거부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음


<자료> Ashot Margaryan

[그림 2] NeverAgain.tech 운동


IT 직업윤리에 관한 올바른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교육 시스템 내에서 직업윤리에 대한 교육이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음


직업윤리와 관련해서는 판단이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도 있는데, 가령 오라클의 임원이었던 조지 폴리스너는 201612월 오라클의 공동 CEO가 트럼프 당선자의 정권 인수팀에 참가한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사임한 바 있음


이러한 상황에서는 옳고 그름의 경계선이 어디 있는지 쉽게 판단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표준화된 직업윤리의 마련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올바른 질문을 세우는 방법임


현재 교육 과정에서 학문으로서의 윤리에 대한 강좌는 일부 존재하지만, 직업인이 처한 상황에서 윤리에 대한 강좌는 찾아보기 어려움


윤리 교육 외에 직업윤리 교육이 별도로 필요한 이유는, 윤리의 개념이 단독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 다양한 규범 중 일부가 되어 기능하기 때문임


IT 업계에서 직업윤리의 문제가 더욱 복잡한 이유는 혼자서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의 윤리관이 얽히게 되며, 나쁜 결정이라는 것이 대개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굳어지기 때문임


직업윤리와 관련해 올바른 질문을 정립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은 사람마다 질문에 대한 이해와 가치관은 각각 다르다는 것에 대한 인정하는 것임


가령 원자로를 가동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무인 항공기용 유도 폭탄 또는 군용기의 조준 시스템 개발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도 있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차이를 인정한 위에 합의 가능한 지점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임


IT 직업윤리 강령이 필요한가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기술의 힘을 대다수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데 있어 직업윤리 논의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음


IT 업계의 직업윤리 강령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만일 위험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의 범위와 규모가 심대한 충격을 야기하는 소위 위험사회가 되어 있기 때문임


현재 어떤 기술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위험과 뜻하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전진하고 있음


<자료> Dave Nimesh

[그림 3] 울리히 벡의 위험 사회’ 이론


기술 구현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질문은 이제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데, 인간이 생각한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


따라서 보다 유의미한 질문은 기술을 구현할 때 이중안전장치는 무엇인지,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은 물음이 되어야 할 것임


현재는 기한을 맞춰야 하는 압박이 매우 크거나 제품 출시에 대한 시장의 압력도 있기 때문에, 개발자,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기술책임자(CTO), 기타 IT 리더들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음


이런 면에서 볼 때, 회의적 시각도 있긴 하지만 AI와 기계학습, 자동화 등은 윤리적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인간의 노력을 경감 할 수 있으면, 사람들에게 여유시간을 만들어 주어 이 기술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면밀하고 깊게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고, 위험 요인이 발현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할 수 있기 때문임


IT 업계의 직업윤리 강령과 관련해 유일한 정답이나 절대적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윤리 강령이 있다고 해서 윤리적 쟁점이 모두 마무리되는 것도 아님


그러나 기술이 가진 놀라운 힘을 활용하여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창출하고자하는 개인이나 기업에게 윤리 강령은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임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5호(2018. 5. 9.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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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 종언 이후, &lsquo;양자 컴퓨팅&rsquo;에 주목하는 반도체 업계.pdf



[ 요 약 ]


“DATE​​: Design, Automation & Test in Europe”IC 설계 기술 등에 초점을 맞춘 유럽에서 개최되는 국제 학회임.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최된 DATE 18 행사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이슈에 큰 변화가 있음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음. 지금까지 IC 설계 기술을 다루는 학회의 주제는 기본적으로 반도체의 미세화에 관한 것이었지만, ‘무어의 법칙종언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미세화에 의존하지 않고 IC를 진화시키는 양자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함에 따라 양자 컴퓨팅을 위한 IC 설계 기술의 R&D가 정식 의제로 등장하였음



[ 본 문 ]


지금까지 약 반세기 동안 IC(집적회로)의 진화는 기본적으로 미세화가 견인해왔으며, 이 미세화에 의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IC 설계 기술이 진전해 왔다고도 할 수 있음


IC 설계의 진전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회로의 대규모화에 대한 대응이고 또 하나는 표면화되는 물리적 현상에 대한 대응임


전자는 높은 추상화 수준의 설계, 예를 들어 C 언어나 C++에서 IC를 설계하는 기술이며, 후자는 가령 미세화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기생 용량(반도체 소자에서 부수적으로 생기는 정전 용량)과 기생 저항을 고려하기 위한 설계 기술임


진전을 계속해 온 설계 기술이 대상으로 하는 IC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모습이었는데, 예를 들어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마이크로 컨트롤러(MCU) 등 논리 IC는 논리 게이트로 구성되어 있음


논리 게이트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입력을 받아 언제나 단 하나의 예측 가능한 출력을 산출하는 논리 회로로서 기존 컴퓨팅에서 '0''1'의 값을 갖는 논리 비트를 연산하는 회로인데, 대표적으로 AND 게이트, NAND 게이트, OR 게이트 등이 있음


그러나 미세화가 종언을 고하면서, 기존 컴퓨팅에서 연산에 사용하는 논리 비트 수의 증가와 고속화도 거의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음


인텔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는 1965년에 자신의 이름을 따서 반도체 집적에 관한 방정식을 제창했는데, 이후 50년 가까이 반도체 업계를 설명해 온 법칙이 되었음


무어의 법칙은 생산되는 트랜지스터의 총량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인데,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과 생산비용의 개념을 연계한 것으로, 2배 많아진 트랜지스터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2년 전과 똑같이 유지됨을 의미함



<자료> Intel

[그림 1] 무어의 법칙


무어의 법칙이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주장은 2011년 이론 물리학자 미치오 가쿠의 저서 미래의 물리학에서 제기되었음


가쿠 교수는 대안적인 반도체 집적 기술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무어의 법칙은 2020년 이내에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는데, 실제 2013년에 AMD가 미세화에 실패하면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음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가 무어의 법칙에 관한 법칙이 존재한다며, 무어의 법칙 종말을 예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가쿠의 예언은 업계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음


무어의 법칙 종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반도체 집적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뤄냈기 때문으로, 일부 디바이스의 기능은 가장 기본적인 크기가 원자 단위로 너무 작고, 이는 많은 사람들이 무어의 법칙 종말에 동의하는 근거가 되고 있음


무어의 법칙 종언은 자연스레 차세대 컴퓨팅 기술은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화두와 연결되는데, 양자 컴퓨팅은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수년 전부터 큰 주목을 끌고 있음


가쿠 교수는 저서에서 무어의 법칙이 종말을 고한 후 차세대 컴퓨터 기술은 분자 트랜지스터와 양자 컴퓨터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음


양자 컴퓨팅은 양자 게이트라 불리는 회로가 양자 비트를 연산하는데, 양자 비트는 중첩(관측될 때까지 01도 아닌 중첩 상태에 있는 것)’양자 얽힘(얽혀 있는 한 양자 비트의 상태가 다른 양자 비트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의 성질이 있음


<자료> Towards Data Science

[그림 2] 양자 비트의 중첩(Superposition)


이러한 양자적 특성으로 인해 적은 양자 비트 수에서도 병렬도가 매우 높은 연산이 가능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논리 비트 수의 증가나 고속화가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양자 컴퓨팅이 주목받는 이유가 되고 있음


양자 컴퓨터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양자 게이트를 조합한 방식의 범용적인 양자 컴퓨터(양자 게이트식)와 조합 문제 해결 전용의 양자 컴퓨터(양자 어닐링식), 이렇게 두 종류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음


D-Wave를 비롯해 상용화에 앞서 가고 있는 방식은 양자 어닐링식 양자 컴퓨터인데, 이는 풀고 싶은 문제를 이징 모델(Ising Model)에 떨어뜨리면 나머지는 컴퓨터가 최적의 솔루션(또는 가까운 솔루션)을 자동으로 도출하는 방식임


이징 모델은 통계역학에서 물질의 위상 전이(phase transition)와 임계 현상(critical phenomenon)을 기술하는 가장 간단한 모형을 말함


반면, 양자 게이트식 양자 컴퓨터는 현재 기존 컴퓨팅 설계 기술을 개발해온 연구자들이 더 많이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방식임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최된 ‘DATE 18’ 컨퍼런스에서는 기존 컴퓨팅을 전제로 한 설계 기술 개발보다 양자 컴퓨팅을 위한 설계 기술 개발의 성과들이 소개되었음


큐비트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은 여러 방식이 알려져 있지만 모두 실현할 수 있는 양자 비트 수가 아직 적어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양자 컴퓨팅이 기존 컴퓨팅을 능가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그렇지만 무어의 법칙의 종말이 바로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기존 컴퓨팅을 상정 한 설계 기술을 연구개발하기 보다, 많은 수의 양자 비트가 실현된 미래를 전제로 양자 컴퓨팅을 위한 설계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는 최근 급증하고 있음


DATE(Design, Automation & Test in Europe, 유럽 설계자동화 및 테스트 학회)IC 설계 기술 관련 국제 컨퍼런스인데, 올해 열린 DATE 18 학회에서는 양자 컴퓨팅용 설계 기술을 개발해 온 연구자들의 활동성과가 발표되고 토론되었음


이는 현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양자 컴퓨팅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올해 학회는 지금까지의 속도보다 그리고 예상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양자 컴퓨팅의 발전이 전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았음


학회 첫날 경영자 세션에서는 향후 세계에 공헌할 기술의 하나로 양자 컴퓨팅이 소개되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양자 연구소가 양자 컴퓨팅의 잠재력을 강조하였음


경영자 세션의 제목은 ‘How Electronics May Change Our Lives, and the World(전자공학이 인류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킬 것인가이었으며, 4가지 기술이 소개되었는데, 양장 컴퓨팅에 관한 토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담당하였음


MS 양자 연구소의 양자 아키텍처와 연산 그룹(QuArC) 수석 연구원 마틴 로틀러는 양자 컴퓨팅의 잠재력을 호소했는데, 가령 2048 비트 RSA 암호를 해독하는데 기존 컴퓨팅은 10억 년이 걸리지만 양자 컴퓨팅으로는 1초에 가능함


<자료> xTech

[그림 3] 양자 컴퓨팅의 RSA 암호 해독 성능


이어 그는 양자 컴퓨팅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하는 소프트웨어로 MS가 제공하는 ‘Microsoft Quantum Development Kit(양자 개발키트)’를 소개했는데, 양자 컴퓨팅용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GUI 환경과 개발된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양자 컴퓨팅 시뮬레이터 등으로 구성되며, 알고리즘의 기술은 MS가 개발한 양자 컴퓨팅용 언어인 ‘Q #’을 사용한다고 함


MS는 또 다른 경영자 세션에도 등단하여 양자 컴퓨팅의 개요를 설명하며, 기존 가상통화의 근간 기술인 암호화가 깨질 수 있으며 양자 암호화로 방어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음


마틴 로틀러는 양자 컴퓨팅을 위한 설계 자동화세션에도 등단해 ‘Quantum algorithms: The Quest for scalable programming, synthesis, and test(양자 알고리즘: 확장 가능한 프로그래밍, 합성, 테스트를 위한 탐색)’을 주제로 강연하였음


그는 양자 컴퓨팅의 개요를 밝히며 논리 게이트와 양자 게이트의 차이 등을 설명했으며, 큐비트를 실현하는 하드웨어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있고, 적절한 규모의 양자 컴퓨팅 실현을 통해 현재의 암호화 기술이 깨질 우려가 있음을 설명하였음


지금까지 다양한 양자 게이트가 제안되고 있지만, 로틀러에 따르면 ‘Clifford+T(클리포드+T)’라는 양자 게이트 세트가 만능 게이트 세트로 인식되고 있음


‘Clifford+T’에서 앞의 CliffordHadamard(아다마르, 프랑스 수학자) 게이트와 위상 시프트 게이트, CNOT (Controlled NOT) 게이트의 집합을 의미하며, 뒤의 TT 게이트(π/8 게이트라고도 하며, 회전각이 π/4인 위상 시프트 게이트)를 나타낸다고 함


‘Clifford+T’ 게이트 세트를 만능이라고 하는 것은 임의의 양자 함수가 일정 이하의 에러율로 구현이 되도록 장애 허용 범위(fault tolerance)를 양자 계산에 결합할 수 있기 때문임


그러나 다른 3 개의 양자 게이트(클리포드 게이트 세트)에 비해 T 게이트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함


이어 그는 양자 컴퓨터로 연산하는 연산 내용(양자 알고리즘)을 양자 게이트에 매핑하는 컴파일링(양자 컴파일러 처리)와 양자 컴퓨팅에서 발생하는 도는 양자 오류(중첩 상태가 없어지는 것)의 수정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 등을 설명하였음


이후 양자 연산 회로의 예를 소개하고, 양자 컴파일러에서 얻은 회로라 하더라도 기존 컴퓨팅과 마찬가지로 설계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등을 언급하였음


MS의 뒤를 이어서는 스위스 ETHZ(에단 취리히)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양자 컴퓨팅을 위한 프레임워크 ‘ProjectQ’를 설명하였고, 스위스 EPFL(로잔 공대)는 독일 브레멘 대학이 개발한 양자 연산회로 설계를 위한 오픈소스 툴킷인 ‘RevKit’을 설명하였음


<자료> xTech

[그림 4] 양자컴퓨팅용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특별 세션의 주제는 양자 컴퓨터의 검증이었는데,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 양자 컴퓨팅의 진출이 시작되고 있으나, 설계와 검증 및 자동화에는 진전이 없었음이 지적되었음


특별 세션의 제목은 ‘Theoretical and Practical Aspects of Verification of Quantum Computers(양자 컴퓨터 검증의 이론과 실제)’였는데, 세션 의장은 IBM과 이스라엘 Haifa(하이파) 연구소가 맡았음


강연자들은 최근 양자 컴퓨팅의 긍정적 면은 학계와 산업계에 양자 컴퓨팅의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으로, 양자 소자 등 하드웨어의 연구 개발 및 응용 분야의 개척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였음



반면 양자 컴퓨터의 설계와 검증, 그 자동화에 대해서는 별로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하며, 설계·검증·자동화 기술 없이는 실제로 사용가능한 양자 컴퓨터 시스템의 구축은 어렵다고 지적하였음


특히 검증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전개되었는데, 가령 기존 컴퓨팅과 양자 컴퓨팅의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검증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였음


학회 중간에 열린 특별 기조 강연에서는 새로운 에너지 효율적인 컴퓨팅 회로 구현 기술을 양자 컴퓨팅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의견이 소개되어 큰 관심을 끌었음


기조 강연에 나선 스탠퍼드 대학의 옐레나 부코비치 교수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시스템온칩(SoC) 광컴퓨팅 회로의 구현 기술을 개발하였는데, 부코비치에 따르면 이 기술은 양자 컴퓨팅에도 적용이 가능함


<자료> Jelena Vuckovic

[그림 5] 에너지 효율적인 광 컴퓨팅 회로 기술


DATE 18에서는 여느 학회와 마찬가지로 구두 발표로 이루어지는 일반 강연 이외에 포스터 발표도 많았는데, 많은 포스터 발표가 양자 컴퓨팅을 다루었음


포스터 발표는 논문의 주요 내용을 포스터로 만들어 학회 장 곳곳에 붙이는 것인데, 관심을 모은 것 중 하나는 ‘Improved Synthesis of Clifford+T Quantum Functionality(클리포드+T 양자 기능성 합성의 개선)’이라는 포스터였음


AI 관련 소프트웨어 연구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 German Research Center for Artificial Intelligence(DFKI)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공동 연구한 것으로, 발표자 명의는 DFKI의 필립 니만이었음


니만 교수의 연구 주제는 더 나은 클리포드+T 세트의 양자 회로 실현인데, 일반적으로 어떤 양자 연산을 실현하는 클리포드+T 세트의 양자 게이트 조합 방법은 다양하나, 앞서 언급한대로 T 게이트는 구현 비용이 다른 양자 게이트에 비해 높음


T 게이트의 구현 비용 지표로는 T-countT-depth가 주로 사용되는데, 전자는 양자 회로 전체에 포함되는 T 게이트의 개수, 후자는 T 게이트가 하나 이상인 회로 단락의 수를 의미함


니만 교수는 T 게이트의 구현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클리포드+T 세트 양자 게이트의 조합이 되도록 하는 컴파일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에 의하면, 종래에 비해 넓은 범위를 보고 대체하는 양자 게이트를 선택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함


포스터에는 기존 방법과 제안된 방법으로 컴파일 한 결과의 T-depth를 비교한 그래프가 게재되었는데, 제안된 방법의 T-depth가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음


DATE 18 학회는 IC 설계의 패러다임이 양자 컴퓨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과, 따라서 국내 기업들도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음


반도체 산업은 기술 혁신의 측면에서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산업 내에서 혁신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혁신의 패러다임이 동일했다는 점


그러나 이제 이러한 상황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무어의 법칙 종말은 이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상징하고 있음


DATE 18을 통해 이제 반도체 업계는 IC 설계의 기본 패러다임이 미세화가 아니라 양자 컴퓨팅이라는 관점에서 R&D를 전개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였음


<자료> ISSCC

[그림 6] 양자 컴퓨터를 위한 반도체 설계


이러한 변화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주요 축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도 향후 중대한 변화 동인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임


국내 반도체 산업이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자 컴퓨팅, 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 및 협업 노력이 필요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