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6호(2018. 5. 16.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모세혈관까지 선명, 8K 고화질 영상이 가져올 수술의 변화.pdf



◾ 일본 국립암연구센터 등은 2018년 3월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8K 슈퍼 하이비전 기술’ 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 시스템의 임상 시험을 시작하였음


▸ 3월 14일에는 첫 임상 사례로 8K(화소수 가로 7680 X 세로 4320 픽셀) 복강경을 이용해 40대 여성의 대장암 수술이 이루어졌는데, 수술 집도의는 고화질의 깨끗한 영상을 통해 수술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평했음


▸ 또한 8K 기술의 도움으로 ‘머리카락만큼 가느다란 두께’의 모세혈관도 명확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수술 중 출혈량은 불과 5mL 정도였다며 만족감을 표했음


▸ 이번 임상 시험은 일본 국립암연구센터 외에 NHK 엔지니어링 시스템, 올림푸스, NTT 데이터 경영 연구소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의 지원사업으로 개발된 복강경 수술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음


▸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17년 수술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2차례 수술이 있었으며, 2018년에는 총 23명을 수술할 예정이고, 안정성과 실효성을 검증한 후 선진 의료기술을 실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음


<자료> xTech

[그림 1] 8K 복강경을 이용한 대장암 수술


◾ 8K 복강경은 현재 주로 사용되는 2K 풀HD 복강경에 비해 16배의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장기 손상도 줄이고 수술 참여 의사 수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음


▸ 복강경 수술 건수는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대장암 수술의 70% 이상이 복강경 수술로 이루어지고 있음


▸ 그러나 복강경 수술은 모니터에 영상을 비추고 수술을 하기 때문에 화질이 수술의 질에 영향을 주고, 조작에 제한이 생기거나 사각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며, 개복 수술에 비해 수술 환자의 장기를 손상시킬 확률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 8K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의 전체상과 환부의 확대상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일반 복강경 수술은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수술 부위를 확대하려면 복강경을 환부 가까이로 옮겨야 해서 환부 확대 이미지와 전체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없었음


▸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하는 8K 복강경 수술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2K 기술에 비해 16배 고정밀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정 카메라에서 항상 전체상을 촬영하기만 하면 되며, 확대하고 싶은 부위가 있다면 전체상의 일부를 떼어 확대하면 됨


<자료> xTech

[그림 2] 확대 부위(左, 4K), 전체상(右, 8K)


▸ 기존 2K 복강경 시스템에서는 특정 부위 확대를 위해 카메라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좁은 수술 부위에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충돌하며 장기를 손상시키는 문제도 발생하였음


▸ 8K 시스템의 수술실은 2개의 모니터를 설치하는데, 전체상과 특정 환부의 확대 영상을 각각 모니터에 띄우고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임


▸ 삽입한 복강경은 환부에서 떨어진 곳에 고정해도 되기 때문에 보다 넓은 작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수술 도중 장기 손상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음


▸ 또한 기존 2K 시스템이 카메라를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집도의를 포함 보통 3명의 의사를 필요로 했다면, 고정 카메라를 사용하는 8K 복강경 시스템에서는 2명의 의사만으로 수술을 실시할 수 있어 의사 부족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


◾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처럼 직접 장기를 보고 만질 수는 없지만 화질이 매우 선명하기 때문에 직접 보는 것 이상으로 촉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함


▸ 공동 연구팀과 수술 참여 의사들에 따르면, 8K 시스템으로 보는 영상은 개복 수술 시에 육안으로 보는 것과 흡사하거나 그 이상으로 선명하다고 함


▸ 한 의사는 8K 시스템으로 촬영한 영상을 반나절 이상 보고난 다음날 2K 복강경 시스템을 이용한 수술을 집도했는데, 백내장에 걸렸나 싶을 정도로 영상이 조악했으며,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은 영상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하고 있음


▸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달리 직접 장기를 만질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8K 시스템은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3D TV가 아니더라도 화소 수가 높아질 경우 심도(depth)가 잘 표현되어 마치 입체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임


◾ 이번 임상 시험은 복강경 수술의 정확도와 퀄리티를 개복 수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 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주요 평가항목 중 하나는 수술 중 출혈량임


▸ 일본임상종양연구그룹(JCOG)의 ‘진행 중인 대장암에 대한 복강경 수술과 개복 수술의 완치율에 관한 무작위 비교 시험’ 결과에 따르면, 복강경 수술의 수술 출혈량 중앙값은 30mL이었음


▸ 이에 비해 2017년에 실시한 2건의 8K 복강경 수술 사례에서는 출혈량이 각각 5mL와 0mL로 억제되었으며, 올해 실시할 23건의 임상시험에서는 출혈이 30mL 이상인 환자의 비율을 전체의 25%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음


▸ 출혈량 이외의 부수적 평가항목으로는 수술의 부작용 발생 비율과 완전 절제율, 개복 수술로 전환 비율, 외과 의사 2명에 의한 수술 완수 비율 등이 있음


◾ 한편 8K 복강경 수술 시스템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개선 과제도 도출되고 있는데, 카메라의 소형화와 커뮤니케이션 속도의 단축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었음


▸ 8K 시스템은 복강경을 고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 시점에서의 영상 밖에 얻을 수 없는데, 확대상을 얻기 위해 복강경을 환부 가까이 이동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촬영 범위가 고정되어 있어 환부를 이리저리 돌려 촬영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음


▸ 따라서 향후에는 카메라를 돌려 가며 촬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며, 복강경에 탑재하는 카메라를 소형화하여 여러 대를 설치하는 방법도 검토 중임


▸ 집도의가 전체상에서 확대하고 싶은 부분을 잘라내는 작업을 하는 직원에게 지시를 하는 과정의 번거로움도 문제로 지적되었음


▸ 편집 직원이 수술대에서 떨어진 위치에 있는 콘솔에서 영상을 잘라내는 작업을 수행하므로, 집도의는 확대될 부분에 집게를 대고 매번 ‘이 부분을 확대해 달라’고 알려주어야 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


▸ 지시한 사항이 처리될 때까지 집도의는 손을 멈추고 수술을 진행할 수 없는데, 이러한 '틈'이 생겨 버리면 의사의 리듬과 집중력이 흐트러질 위험성이 높아지게 됨


▸ 기존의 시스템은 집도의의 옆에 있는 조수가 복강경을 움직여 확대 이미지를 촬영하기 때문에 지시에 따른 번거로움은 적었는데, 8K 시스템에서도 어떻게 수술 작업의 틈이 없이 이미지 확대를 실현하느냐가 향후 개선 과제가 됨


<자료> Pinterest

[그림 3] 고화질 영상 수술 시스템의 이점


◾ 이번 임상 시험으로 얻어지는 결과는 대장암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영역의 치료 및 진단에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음


▸ 예를 들어, 카메라의 소형화에 성공하면 내시경 검사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며, 고화질의 특징을 살리면 화면상으로 종양의 양성/음성 여부를 판단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 특히 고화질 영상을 학습한 이미지 판독 인공지능(AI)과 결합할 경우,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실제로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샤프는 자체 실증 시험을 통해 8K 이미지와 딥러닝 등을 활용한 병리 진단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5G와 8K 모니터를 조합한 원격의료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음


▸ 샤프는 8K 이미지가 세포 단위의 입도로 조직의 팽창 여부와 색상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발견하지 못하는 작은 종양, 전이, 병변 등도 8K 이미지와 AI를 이용해 검출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 또한 AI와 8K 모니터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으로, 다리 등에 생긴 미세한 이상 현상을 검지하거나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구별해 내는 등 8K의 고화질 이미지 특징을 살린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