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54호(2018. 7. 1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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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RE 100” 캠페인 확산, 실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초점.pdf



[ 요 약 ]


기업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 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음. 애플은 이미 올해 4월 미국 본사뿐 아니라 전세계 43개국의 비즈니스 운용에서 RE 100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음. 최근에는 실제 재생에너지 구매 없이 RE 100을 달성하는 편법을 취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설비 증대와 화석연료 발전소의 억제 효과를 실제로 창출하는 진정한 RE 100 달성'이 새로운 목표로 제시되고 있음



[ 본 문 ]


애플은 지난 49, 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운용에 소비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음


애플의 이 발표가 굉장한 것은 ‘RE 100(재생에너지 100%)’을 목표로 하겠다는 기업이 이제야 좀 늘어나려고 하는 때에,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RE 100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을 전개 중인 43개국에서도 달성했다고 발표한 것이기 때문


RE 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자는 캠페인으로 2014년 국제 환경단체인 기후 그룹(The Climate Group)'과 환경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국제기구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제휴를 맺고 시작하였음


RE 100 캠페인에는 현재 애플, 구글, BMW, GM, 월마트 등 전세계 글로벌 기업 136개가 참여하고 있으며, 애플의 경우 자신들 뿐만 아니라 애플 제품의 생산 협력사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음


애플은 RE 100 달성을 위해 환경 가치(environmental valuation)를 외부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 소재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건설하고 거기에서 전력을 직접 조달하는 등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선도적으로 확대해오고 있음


<자료> Apple

[그림 1] 애플 데이터센터의 메가 솔라


재생에너지 사용만으로 전력 수요를 모두 충당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RE 100은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 외에도 목표를 달성하는 다양한 방안을 함께 열어두고 있음


RE 100을 달성하는 데는, 자사 부지 내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도입하고 발전 전력을 자가 소비에 충당(온사이트 발전), 전력 회사로부터 그린 전력요금제의 전력을 구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독립 발전 사업자 등)와 RPA(Renewable Portfolio Agreement, 재생에너지 자발적 공급협약)을 맺고 전력 조달, 환경 가치(그린전력증서 등) 구매 등의 방법이 있음


이 중 그린전력증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와 일반 전력 발전과의 비용 차액을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로 환산하고 그 가치를 증서로 판매하는 것인데, 기업이 이 증서를 구입하게 되면 직접 전력을 사지 않아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함


재생에너지 등의 녹색 에너지는 전기 그 자체의 가치CO2 배출 삭감 등 환경 가치의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전기와 분리된 환경 가치를 구입해도 구매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임


그린전력증서 등도 환경 가치'의 일종인데, 이를 구매해 놓으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 만큼 상쇄하는 효력도 있어 기업에서 구매하고 있으며, 실제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으로 오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함


실제 주요 IT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의 실질적 구매 없는 RE 100 달성 방안을 주로 선택함에 따라 RE 100은 화석 연료 이용 발전소 신·증설 억제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었음


미국에서는 환경 가치와 전력 가치를 일괄 구매하는 것을 번들(bundle)’,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없이 환경 가치만 구입하는 것을 언번들(unbundle)’이라고 표현함


미국에서는 각 주의 발전 사업자 또는 전력 소매 사업자에게 전력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을 의무화하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표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음


그런데 발전 사업자와 소매 사업자가 의무량을 달성하기 위해 RPS로 인정받는 환경 가치인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 인증서)을 구매하는 언번들 사례가 계속 증가해 왔으며, 이에 따라 REC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음


최근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생산비용 절감이 진행되며 재생에너지 도입이 가속화되었고, 그 결과 거래되는 환경 가치의 양도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되었음


기업들은 이러한 잉여환경 가치를 저가에 구입하여 RE 100을 달성했다고 표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RE 100이 재생에너지의 신설과 증설로 연결되지 않으며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발전소를 줄이는 계기도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음


실제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들은 RE 100 달성 수단으로 주로 환경 가치를 구매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음


이런 논란을 거치며 최근에는 환경 부하 저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RE 100 달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부상했으며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음


진정한 RE 100 달성고객의 거점이 있어 전력 수요가 있는 현장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송배전망과 같은 계통에 연결된 재생에너지 설비로부터 전력 조달, 재생에너지 시설의 신설과 증설 투자 촉진, 그린 전력에서 환경 가치와 전력 가치의 일괄 조달 등을 요구하고 있음


진정한 RE 100의 달성 캠페인을 옹호하는 측은 기존 화석 연료에 의한 화력 발전소의 신설과 증설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


기업들도 환경 가치 구매 방식으로는 화력 발전소 대체 효과가 없다는 점과, 직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화석 연료의 가격 변동에 따른 전기 요금의 상승 위험에 노출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최근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음


기후 그룹과 CDP가 작성한 RE 100 회원사의 활동 평가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미국 RE 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중 '환경 가치'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5%였으며, 전력 구매 계약의 비중은 1%에 불과했음


RE 100_annual_report_2017.pdf


그러나 2016년에 환경 가치 구매는 59%로 크게 감소했으며, 반면 전력 구매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크게 성장하며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에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음


<자료> The Climate Group / CDP

[그림 2] RE 100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 발전소의 억제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위해, RE 100 참여 기업들에게 전력 수요 발생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을 권장하고 있음


그린피스의 권고안은 한마디로 스스로 생산-스스로 소비, 지역 생산-지역 소비


전력 수요가 있는 사업장은 공장 지붕 또는 부지 내에 태양광 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며, 설치 공간에 한계가 있는 경우는 전력 공급을 받고 있는 계통망과 동일한 송배전선에 연결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차선으로 권하고 있음


가령 한 기업이 A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거기와 떨어진 B주 또는 인접 국가에서 발전된 재생에너지 전력이나 환경 가치를 구입하는 것은, 그린피스가 말하는 전력 수요가 동일한 계통망에 연결된 재생에너지를 소비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임


만약 그 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주요 전력원이 석탄 화력이라면 그 기업은 그 전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그 지역의 전력원 구성을 전혀 바꾸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의 소비를 더욱 확대시킬 우려도 있음


애플도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울 경우 환경 가치 구매보다 직접 설비를 건설하라는 사회적 압력을 받았고 이를 수용해 실행에 옮기며 진정한 RE 100 달성에 이르게 되었음


2012년에 애플은 노스 캐롤라이나에 아이클라우드용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는데, 이 주에서는 전력 소매 자유화가 허용되지 않아 듀크 에너지(Duke Energy)가 전력 공급을 독점하고 있었기에 애플은 듀크 에너지에서 전력 구입을 계획하고 있었음


그런데 듀크 에너지의 전력원 구성은 주로 석탄 화력이었기 때문에 그린피스는 애플이 듀크 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경우 화석 연료 소비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하였고 구매를 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하였음


이에 대해 애플은 당시 노스 캐롤라이주의 데이터 센터 전용으로 연계 출력 20MW의 메가 솔라(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이 데이터 센터의 인접지에 건설했는데, 이 정도 규모의 메가 솔라로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를 모두 감당하지는 못했음


그린피스는 애플이 석탄 전력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 갔고, 애플은 다시 20MW의 메가 솔라 두 곳과, 18MW의 메가 솔라 한 곳, 그리고 10MW의 바이오 가스 이용 연료 전지 시스템을 도입하여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를 100% 커버하였음


<자료> Green Peace

[그림 3] 애플에 대한 그린피스의 압박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이제 미국에서 RE 100 기업은 진정한 RE 100 기업을 의미하며, 이 칭호를 얻으려면 재생 에너지 100% 사용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에 의한 발전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함


글로벌 기업들의 RE 100 참여가 더욱 확산될 전망인 가운데, 그 동안 재생에너지 대응이 미진했던 국내 대기업들도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임


포춘 100대 기업을 비롯 다수의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그린에너지 보급 목표를 설정한 반면, 국내기업들은 투자자나 환경단체들이 강력히 요구해 온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요구에 대응이 미진하였음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도 친환경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있다가, 6월에서야 중장기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발표하였음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의 주차장·옥상 등에 약 63,000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미국과 유럽, 중국의 모든 해외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하며, 상위 100개 협력업체들에게도 재생에너지 목표 수립을 권고해 나간다는 방침임


삼성전자 발표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외국의 사업장과 달리 국내 사업장에서의 명확한 재생에너지 목표 제시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참여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글로벌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향후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국제 무역에서 차별이나 불리한 환경에 부딪힐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보급 인프라 확충과 적절한 인센티브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임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54호(2018. 7. 1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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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액션 카메라 &lsquo;클립스&rsquo;, 사진작가 기술 습득한 AI가 자동 촬영.pdf



구글이 판매 중인 구글 클립스(Google Clips)’ 제품은 AI(인공지능)가 탑재되어 있어 자동으로 비디오를 촬영해 주는 액션 카메라임


구글 클립스에 탑재된 알고리즘은 그림이 된다 싶은 장면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셔터를 누르는데, 실제 사용해 본 사람들은 클립스가 기기 자신만의 기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며 사람과 애완동물이 즐거워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담는다는 평을 내놓고 있음


딥러닝이 진화하며 알고리즘이 개체의 종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이 기술을 응용하여 AI가 인간을 대신해 사진을 촬영하는 기술이 새로운 개발 주제가 되고 있는데, 구글 클립스는 이런 흐름을 정확히 반영한 제품임


클립스는 단일한 솔루션으로 카메라가 셔터 찬스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전문 사진작가처럼 비디오를 촬영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음


클립스는 가족이나 애완동물 등의 촬영을 주로 가정하여 디자인되었으며, 따라서 인텔리전트 기능을 통해 AI가 사람과 애완동물을 정확히 식별함


클립스에 가족 구성원들을 가르쳐두면 그 인물을 중심으로 촬영을 하며, 알고리즘은 미소 혹은 춤과 포옹 같은 움직임을 셔터 찬스로 파악해 비디오 촬영을 시작함



클립스는 웹캠과 유사한 디자인을 띤 소형 카메라이며, 별도의 뷰파인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비디오를 확인하고 카메라의 위치도 조정함


<자료> The Verge

[그림 1] AI 액션 카메라구글 클립스


카메라 렌즈 부분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촬영이 시작되는데, 촬영 중에는 흰색 표시등이 깜박거리며 촬영 중임을 표시해 줌


클립스는 최고의 씬을 선택해 6초짜리 짧은 비디오 클립을 수록하게 되며, 렌즈 아래의 버튼을 누르면 수동으로 촬영할 수도 있음


클립스는 130도 광각 렌즈를 탑재하고 있어 피사체에 가까이 놓고 사용할 필요가 있는데, 피사체와 거리가 3~8피트(0.9~2.4 미터)가 적합하다고 함


클립스에는 뷰파인더가 없어 스마트폰 앱 구글 클립스로 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확인하게 되며, 카메라의 위치도 앱으로 확인해 수평상태로 되어 있는지 등을 체크


<자료> Google

[그림 2] 스마트폰 앱을 통한 비디오 확인


촬영한 동영상은 클립의 스토리지(16GB)에 저장되며, 이 비디오가 클립에서 앱으로 전송되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것임


비디오에서 저장(Save) 옵션을 선택하면 사진 저장 클라우드인 구글 포토(Google Photos)에 업로드 되며, 비디오는 사진 또는 비디오 클립으로 저장할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촬영한 비디오는 저장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한 장치에서만 보관됨


사람을 대신해 촬영을 하는 클립스의 AI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포착해 촬영하도록 교육된 것으로 보이며, 구도, 색채, 조명 등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


클립스는 사람 대신 AI가 인상적인 장면을 자동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피사체를 추적해야 할 필요가 없음


식사 중이라면 클립스를 테이블에 놓아두는 것만으로 그림이 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고,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촬영하고 싶으면 클립스를 아이쪽으로 향해 두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음


파인더로 보며 셔터 찬스를 얻기 위해 쫓아다녀야 할 일을 AI가 대행해 주기 때문에 클립스 사용이 늘어난다면 향후 비디오 촬영 스타일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음


클립스는 그림이 된다 싶은 장면을 포착할 때 두드러진 판정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이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셔터를 누르는 것으로 보임


가령 뛰어 오르거나 춤을 추는 장면 등을 촬영 기회라고 이해하며, 또한 엄마와 아기가 물에 손을 넣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놀고 있는 장면 등은 놓치지 않는데, 특히 즐거운 듯이 웃고 있는 장면은 반드시 촬영을 함


반면, 구도, 색채, 조명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클립스에 내장된 AI가 사람이나 애완동물의 자연스러운 장면을 촬영하도록 교육되어 있음을 시사


<자료> PetaPixel

[그림 3] 미소포옹키스 등을 주로 포착


구글은 클립스의 AI를 교육하기 위해 전문 사진작가의 사진 기술 노하우를 알고리즘 교육을 위한 데이터로 생성했다고 함


알고리즘에 최적의 장면이 무엇인지 학습시키기 위해 구글은 먼저 교육 데이터를 생성했는데, 이를 위해 비디오에서 많은 세그먼트를 추출하여 장면들의 쌍을 만들고, 전문 사진작가들에게 각각의 쌍을 비교해 어느 쪽이 그림이 되는 지를 선택하게 하였음


이런 취사선택을 교육 자료로 만들어 알고리즘 교육에 사용했는데, 신경망(MobileNet Image Content Model)이 장면 속의 객체를 판정하게 하고, 기계학습 기법(Segmented Regression)을 통해 어느 장면이 그림이 되는지 판정하게 하였음


이 과정을 반복하며 클립스의 알고리즘은 전문 사진작가의 기법을 학습하게 된 것임


<자료> Google

[그림 4] 클립스 탑재 AI의 알고리즘 교육과정


실제 사용해본 사람들은 클립스가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얼굴 표정이나 몸 동작을 확실하게 파악해 일상생활의 한 단면을 인상적인 비디오로 생성해준다는 평을 내놓고 있음


클립스가 잡은 화면은 생동감 있는 장면이 많은 것이 특징으로, 전문가의 기법을 전수받았기 때문인지 아마추어들의 사진보다 테크닉이 낫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며, 사람은 클립스가 촬영한 동영상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장면을 고르기만 하면 됨


구글 클립스는 아직 한계가 많지만 사진 촬영의 주도권이 사람에서 AI로 전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전령사로 향후 기술 발전 속도에 관심이 모이고 있음


클립스의 AI는 교육 내용에 종속적이기 때문에 지금은 가족으로 등록된 사람이나 애완동물의 움직임에만 반응하며 다른 개체를 자동으로 촬영 할 수는 없음


사람들이 주로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는 이유가 되는 관광 명소나 멋진 옷을 촬영하도록 교육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은 이러한 피사체를 촬영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함


이런 제한성 때문인지, 올해 2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클립스의 판매실적은 정확히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5월부터 판매가격을 기존 249 달러에서 199 달러로 내린 데서 소비자들의 대중적 반응은 아직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


그러나 지금 당장 사진 촬영의 주체가 사람에서 AI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클립스는 사람의 기술이 AI로 대체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임


<자료> Google

[그림 5] 사람 대신 촬영해 주는 AI 카메라


알고리즘 교육 데이터가 늘어나면 클립스가 찍을 수 있는 대상은 언제든 확대가 가능하므로, 인스타그램에서 주목받는 인기 사진과 비디오를 사람이 아닌 AI가 촬영하는 시대가 이미 목전에 와 있다는 것임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54호(2018. 7. 1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I 산업의 확대가 AI 민족주의의 흐름을 만들어 낼 가능성.pdf



캠브리지 대학에서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이안 호가드 교수는 AI 산업의 발전이 ‘AI 내셔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


호가드는 AI의 급속한 발전이 새로운 종류의 지정학이 등장하도록 촉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AI 민족주의(nationalism)’로 명명


AI 기술은 산업 및 군사, 사회 체제 등 여러 측면에 관련된 기술이기 때문에 국가 간 AI 기술의 차이가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 낼 것이고, 이는 언젠가 석유 수출국과 석유 수입국 같은 지정학적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예측


그는 AI 기술이 이미지 인식, 기계번역, 바둑, 예술 등 다방면에서 인간의 상상을 웃도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기초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이미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AI가 새로운 지정학적 요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음


호가드는 AI가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그에 대한 답으로 AI가 국가 경제, 군사기술, 과학기술 연구에 적용되기 때문이란 설명을 내놓고 있음


AI가 내셔널리즘에 연결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AI의 상용화 서비스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기존 일자리를 박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AI 활용 여하에 따라 한 국가는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도 반대로 경제적 이점을 얻을 수도 있음


두 번째 이유는 AI가 군사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기술이며, 반자동 무기와 자율 무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으로, 군 주도로 AI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나가는 국가가 군사적 패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음


세 번째 이유는 AI의 활용이 과학 연구 기간을 전반적으로 크게 단축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과학연구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과학기술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있음


또한 거대 AI 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모두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AI 민족주의 대두의 요인으로 보고 있음


물론 AI 산업에는 아주 거대한 비국가적 주체가 존재하고 있고, 국가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이 복잡해지고 있어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 양상이 단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


가령 최근 구글이 직원들의 비판에 직면해, ‘AI 기술이 무기 개발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데서 보듯,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에서 이제는 기업이 아주 강력한 힘을 갖기 시작했고 전통적 관계가 차츰 무너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중국은 AI 산업에 대해 국가가 일일이 관여해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며 향후 더욱 더 자국의 AI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의 AI 민족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음


실제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여러 규제를 마련해 왔으며, 정부가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 중국이 AI 산업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임


미국에서도 전통적으로 정부와 군이 연구에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민간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며 제품을 만드는 구조가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중국처럼 미국 정부도 AI 기업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은 많이 있음


호가드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미-중 간의 AI 내셔널리즘이 표출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음


중국은 2030년까지 AI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가 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있으며, 정부가 수집한 자국민 관련 빅데이터를 기업이 손쉽게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고, 우수 연구자를 좋은 대우로 중국 연구시설에 적극 영입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음


호가드가 보기에 중국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반도체인데, 미국, 한국, 대만 등 반도체 분야 선두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과 기술 수준은 그리 뛰어나지 않기 때문


<자료> IEK

[그림 1] 2017년 중국과 미국의 반도체 산업 비교


따라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듯 실제 최근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기도 하였음


한편 미국도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올해 2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퀄컴을 적대적 M&A 할 것이라 선언했을 때 대통령령에 의해 인수를 저지하는 등 적극적 개입을 단행한 바 있음


◾ AI 산업의 선두 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본사가 소재하는 국가가 큰 재정 혜택을 받는다는 점도 AI 민족주의를 강화할 요인이 될 수 있음


미국과 중국의 AI 산업 최고 기업들을 전세계에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 수익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의 대부분은 본사가 있는 미국과 중국에만 납부되고 있음


<자료> Financial Times

[그림 2] 2016년 미국 주요 IT 기업의 국내외 세율



이러한 불평등한 이익의 재분배AI 산업의 발달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AI 기업의 본사 소재 국가가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가는 이상, 기업에 대한 국가의 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가 자국 AI 기업의 비즈니스가 확장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내셔널리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임


지난 6월에 중국의 IT 벤처기업인 클라우드워크 테크놀로지(CloudWalk Technology)는 짐바브웨 정부와 협력을 발표하며, 짐바브웨의 인프라에 보안 설계를 수행하는 대가로 흑인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음


호가드 교수는 이러한 중국의 해외 전략은 AI 패권주의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자국 AI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구글과 아마존 등 자국 기업에 대해 미국 정부가 독점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음


이런 상황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어 적절히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자 데이터 유출 문제로 곤경에 처한 마크 저커버그는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을 제재하게 되면 중국 기업의 도약을 도와주는 꼴이라는 답변 메모를 준비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음


◾ 호가드 교수는 AI 민족주의가 형성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AI를 ‘글로벌 공공재’로 자리매김하는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음 


호가드의 추정에 따르면 AI의 발전은 세계 인구에 비해 매우 적은 인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 AI 연구의 첨단에 기여하는 연구자는 전세계적으로 700명 정도임


또한 7만 명 정도가 AI 기술을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활용하여 큰 이익을 창출하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나머지 70억 명이 AI에 의한 이익을 누리는 입장에 있음


이는 원자 폭탄의 경우와 유사한데, 맨해튼 프로젝트에 종사한 과학자의 수에 비해 원자 폭탄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 영향을 미쳤고 세계정세에도 크게 관여하는 결과를 낳았음


호가드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역인 오펜하이머와 페르미 등을 거론하며, 재능 있는 AI 연구자의 존재가 국제 정세를 위협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음


내셔널리즘이 지나치면 세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호가드는 어느 정도 민족주의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난 후에는 AI글로벌 공공재가 되는 흐름이 차근히 형성되어 가기를 희망하고 있음


그런 시도 중의 하나가 '오픈AI(OpenAI)' 같은 비영리 AI 연구 단체인데, AI가 국가간 격차를 더 만들어 내기 전에 장기적으로 어떻게 AI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이상적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호가드는 제안하고 있음


▸ 또한 AI가 글로벌 공공재로 다뤄지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만 AI 산업의 파이를 계속해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이 AI 산업 내 발언권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