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54호(2018. 7. 1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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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의 확대가 AI 민족주의의 흐름을 만들어 낼 가능성.pdf



캠브리지 대학에서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이안 호가드 교수는 AI 산업의 발전이 ‘AI 내셔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


호가드는 AI의 급속한 발전이 새로운 종류의 지정학이 등장하도록 촉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를 ‘AI 민족주의(nationalism)’로 명명


AI 기술은 산업 및 군사, 사회 체제 등 여러 측면에 관련된 기술이기 때문에 국가 간 AI 기술의 차이가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 낼 것이고, 이는 언젠가 석유 수출국과 석유 수입국 같은 지정학적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예측


그는 AI 기술이 이미지 인식, 기계번역, 바둑, 예술 등 다방면에서 인간의 상상을 웃도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기초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이미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AI가 새로운 지정학적 요소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음


호가드는 AI가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그에 대한 답으로 AI가 국가 경제, 군사기술, 과학기술 연구에 적용되기 때문이란 설명을 내놓고 있음


AI가 내셔널리즘에 연결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AI의 상용화 서비스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기존 일자리를 박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AI 활용 여하에 따라 한 국가는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도 반대로 경제적 이점을 얻을 수도 있음


두 번째 이유는 AI가 군사 목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기술이며, 반자동 무기와 자율 무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으로, 군 주도로 AI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나가는 국가가 군사적 패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음


세 번째 이유는 AI의 활용이 과학 연구 기간을 전반적으로 크게 단축 할 수 있다는 것으로, 과학연구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과학기술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있음


또한 거대 AI 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모두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AI 민족주의 대두의 요인으로 보고 있음


물론 AI 산업에는 아주 거대한 비국가적 주체가 존재하고 있고, 국가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이 복잡해지고 있어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 양상이 단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


가령 최근 구글이 직원들의 비판에 직면해, ‘AI 기술이 무기 개발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데서 보듯,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에서 이제는 기업이 아주 강력한 힘을 갖기 시작했고 전통적 관계가 차츰 무너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중국은 AI 산업에 대해 국가가 일일이 관여해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며 향후 더욱 더 자국의 AI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의 AI 민족주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음


실제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여러 규제를 마련해 왔으며, 정부가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 중국이 AI 산업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임


미국에서도 전통적으로 정부와 군이 연구에 많은 자금을 제공하고, 민간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며 제품을 만드는 구조가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중국처럼 미국 정부도 AI 기업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은 많이 있음


호가드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미-중 간의 AI 내셔널리즘이 표출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음


중국은 2030년까지 AI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가 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있으며, 정부가 수집한 자국민 관련 빅데이터를 기업이 손쉽게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고, 우수 연구자를 좋은 대우로 중국 연구시설에 적극 영입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음


호가드가 보기에 중국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반도체인데, 미국, 한국, 대만 등 반도체 분야 선두 국가와 비교하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과 기술 수준은 그리 뛰어나지 않기 때문


<자료> IEK

[그림 1] 2017년 중국과 미국의 반도체 산업 비교


따라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듯 실제 최근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기도 하였음


한편 미국도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올해 2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퀄컴을 적대적 M&A 할 것이라 선언했을 때 대통령령에 의해 인수를 저지하는 등 적극적 개입을 단행한 바 있음


◾ AI 산업의 선두 기업들이 모두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본사가 소재하는 국가가 큰 재정 혜택을 받는다는 점도 AI 민족주의를 강화할 요인이 될 수 있음


미국과 중국의 AI 산업 최고 기업들을 전세계에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 수익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의 대부분은 본사가 있는 미국과 중국에만 납부되고 있음


<자료> Financial Times

[그림 2] 2016년 미국 주요 IT 기업의 국내외 세율



이러한 불평등한 이익의 재분배AI 산업의 발달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AI 기업의 본사 소재 국가가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가는 이상, 기업에 대한 국가의 의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가 자국 AI 기업의 비즈니스가 확장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내셔널리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임


지난 6월에 중국의 IT 벤처기업인 클라우드워크 테크놀로지(CloudWalk Technology)는 짐바브웨 정부와 협력을 발표하며, 짐바브웨의 인프라에 보안 설계를 수행하는 대가로 흑인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음


호가드 교수는 이러한 중국의 해외 전략은 AI 패권주의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자국 AI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구글과 아마존 등 자국 기업에 대해 미국 정부가 독점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음


이런 상황을 기업들도 잘 알고 있어 적절히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자 데이터 유출 문제로 곤경에 처한 마크 저커버그는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을 제재하게 되면 중국 기업의 도약을 도와주는 꼴이라는 답변 메모를 준비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음


◾ 호가드 교수는 AI 민족주의가 형성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AI를 ‘글로벌 공공재’로 자리매김하는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음 


호가드의 추정에 따르면 AI의 발전은 세계 인구에 비해 매우 적은 인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 AI 연구의 첨단에 기여하는 연구자는 전세계적으로 700명 정도임


또한 7만 명 정도가 AI 기술을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활용하여 큰 이익을 창출하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나머지 70억 명이 AI에 의한 이익을 누리는 입장에 있음


이는 원자 폭탄의 경우와 유사한데, 맨해튼 프로젝트에 종사한 과학자의 수에 비해 원자 폭탄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 영향을 미쳤고 세계정세에도 크게 관여하는 결과를 낳았음


호가드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주역인 오펜하이머와 페르미 등을 거론하며, 재능 있는 AI 연구자의 존재가 국제 정세를 위협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음


내셔널리즘이 지나치면 세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호가드는 어느 정도 민족주의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난 후에는 AI글로벌 공공재가 되는 흐름이 차근히 형성되어 가기를 희망하고 있음


그런 시도 중의 하나가 '오픈AI(OpenAI)' 같은 비영리 AI 연구 단체인데, AI가 국가간 격차를 더 만들어 내기 전에 장기적으로 어떻게 AI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이상적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호가드는 제안하고 있음


▸ 또한 AI가 글로벌 공공재로 다뤄지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만 AI 산업의 파이를 계속해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이 AI 산업 내 발언권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