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72호(2016. 11. 16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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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약 ]
미국 스탠퍼드 대학은 ‘2030년 인공지능과 생활(Artificial Intelligence and Life in 203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였음. 이 보고서는 인공지능(AI) 그 자체와 함께 인간과 공동체 사회에 대한 AI의 영향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조사하는 ‘AI 100’ 프로젝트 중 첫번째 과업으로, 전형적인 미국의 도시를 예로 들어 교통, 가정용 및 서비스용 로봇 등 여덟 가지 분야에서 2030년경 AI 활용도를 예측한 것인데, AI가 미칠 영향이 광범위하므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 [ 본 문 ] |
• AI 100 프로젝트의 첫번째는 전형적인 미국의 도시를 예로 삼아 운송, 로봇, 건강, 교육, 저자원 공동체, 공공의 안전과 보안, 고용과 직장, 엔터테인먼트 등 여덟 개 분야에서 ‘2030년경의 AI 활용 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것이었음
• 이 프로젝트에는 기업과 학계의 AI 전문가뿐 아니라 AI에 정통한 법률 전문가와 경제학자 등 17명의 멤버가 연구 패널로 참여하였음
• 패널 참여자 중에는 전 MIT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 연구소장이자 로봇 청소기 룸바를 만든 아이로봇의 설립자 로드니 브룩스와, ‘기계와의 경쟁’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등이 포함되어 있음
• 스탠퍼드 대학은 연구 패널들이 2015년에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2030년 인공지능과 생활(Artificial Intelligence and Life in 2030)’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지난 9월에 발간하였는데, 약칭 <AI 100 보고서>라 불림
ai100_report_10032016_final_singles.pdf
• AI 100 프로젝트는 적어도 100년, 즉 2114년까지 이어지는 매우 장기적인 것으로 연구 패널들은 5년마다 예측을 재검토
하게 된다고 하며, 따라서 AI 100 보고서 역시 5년마다 수정, 보완될 것으로 보임
• AI 100 보고서는 지금으로부터 약 14년 후에 AI가 어디까지 진화하고 직장과 사회생활에 얼마나 침투할 것인지 나와 나의 주변을 이미지화하면서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AI의 역사와 현상에 대해서도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음
◈ AI 100 보고서의 전반적인 톤은 ‘AI 확산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라’는 쪽에 가까우며, AI를 인간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으로 보지는 않음
• 보고서는 할리우드 영화에 종종 묘사되는 것 같은AI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는 허구적(fictional)인 것이며, AI를 인간에 닥친 임박한 위협으로 경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음
• 지금부터 2030년까지 유용한 AI 응용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이고, 이것들은 사회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연구 패널들은 예상하고 있음
• 운전이 더 안전해질 것이고, 아이들의 교육의 질이 향상되며, 사람들의 생활이 보다 윤택해질 것인데, 이런 긍정적인 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음
• 그러나 결코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그리는 것은 아니어서, 고용 및 개인정보보호 등과 관련해 중요한 문화적·사회적 과제가 부상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음
• 가령 AI가 인간의 노동을 어떤 식으로 확장하거나 대체하는 지에 따라서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고,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음
• 학술 종사자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예측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엿보이기도 하는데, 2030년에는 한마디로 이렇게 된다라는 식의 전망은 없으며, ‘이러저러한 조건이 충족되면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가 주를 이룸
• 명확하지 않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으나, AI가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뿐 아니라 영향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 지를 엿볼 수 있는 시사점이 풍부함
◈ 보고서는 8개 분야 중에서 ‘운송(Transportation)’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아마도 2030년경의 이미지를 그려보기가 가장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임
• 운송 분야에서 핵심은 당연히 자율운전인데, 보고서는 2030년경에 자율운전 기술의 적용 대상은 자동차에 한정되지 않고, 배송 차량과 트럭, 드론 같은 비행 기기나 개인용 로봇에 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함
• 자율운전 기술이 진화해 충분히 안전하고 인간의 운전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면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보고서는 우선 교통 사고가 감소함으로써 자동차 사회인 미국에서 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줄어 시민의 평균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 예상
• 또한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게 되는데, 미국에서 1회 운전 시간은 평균 25분으로, 운전을 AI에 맡기면 이 시간을 일이나 엔터테인먼트에 활용할 수 있게 됨
• 차내에서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되면 거주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살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김
•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 노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사는 곳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음
◈ 자율운전 기술의 발전은 자동차 문화는 물론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도시 및 공공 공간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
• 자율운전과 함께 차량 공유가 보편화되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서비스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주차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도시 및 공공 공간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전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한데, 보고서는 자율운전의 보급으로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개인 고속 환승(Personal Rapid Transit, PRT) 등으로 변모할 것이라 보고 있음
<자료> ULTra PRT. [그림 2] 영국 히스로우 공항의 PRT |
• 자율운전이 보급되면서 당연히 보안 대책도 더 중요해지는데, 자율운전 기술이 안전하다고 어떻게 보증할 수 있는지, 보증을 위해서는 얼마나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 해야 할 것인지 등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음
• 자율운전 차는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악의를 가진 공격자들에게 활동의 장이 넓어지게 됨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보안 대책의 마련도 중요함
• 따라서 법적 정비가 필수불가결한데, AI 100 보고서는 현재 미국의 많은 주에서 자율운전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정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음
• 현재 미국의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간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자율운전 자동차를 도로에서 테스트 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자율운전 차량이나 반(半)자동운전 차량이 사고를 일으킨 경우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조항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
◈ 고용과 직장(Employment and Workplace) 분야는 인간의 일을 AI가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민감한 주제와 연관이 있어, 운송 분야보다는 보고서의 표현이 보다 신중함
• 보고서는 우선 AI가 급속하게 진화하여, 한 세대 안에 인간의 모든 직업을 바꿔 버리는 돌발적인 시나리오는 있을 수 없을 것이라 적시하고 있음
• 그러나 AI는 거의 모든 직업 영역을 서서히 잠식해 갈 것이고 ‘컴퓨터가 일을 빼앗아가면 인간은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함으로써 AI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음
• 보고서는 AI의 영향력을 전망할 때 지금까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말하고 있음
• 지금까지의 디지털 기술은 주로 반복적 작업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여행사의 업무 같은 ‘중간 레벨의 일’이
낮은 레벨 또는 높은 레벨의 일보다 기술의 영향을 받고 있음
• AI가 확산됨에 따라 영향을 받는 범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 보고서는 지금까지 기계로 대체되지 않았던 전문 서비스와 같은 높은 스킬을 요하는 작업도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음
[동영상] 세계 최초의 AI 변호사 ROSS
• AI가 대체하는 것은 당분간 ‘직업이라기보다는 작업(task)’일 것인데, 가령 변호사 업무의 대부분은 아직 AI로 자동화되어 있지 않지만, ‘법률에 관한 정보를 추출하여 주제별로 정리’하는 작업의 자동화는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1년차 변호사가 하는 작업을 대체하는 것에 해당함
• 보고서는 AI가 기존의 직업을 대체하는 한편, 새로운 직장·직업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데, ‘어떤 일이 없어질 것인가’는 예상할 수 있어도, ‘어떤 일이 새롭게 만들어 질 것인가’를 미리 상상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음
◈ AI는 기업 조직의 형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AI의 시대에는 사업 규모의 확대가 곧 노동자 수의 확대로 직결되지는 않을 전망임
• 지금까지의 기업은 노동 자원인 사람의 수를 늘려 사업의 거점을 국내외로 넓히는 수평적 확대나, 조직의 계층적 구조를 늘려나가는 수직적 확대를 통해 조직을 키우고 비즈니스 규모를 확대해 왔음
• AI가 대부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비즈니스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조직 규모를 키우지 않아도 되며, AI 기반의 노동 아웃소싱 시장이 확립되면, 대부분 기업이 사업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전체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는 규모로 유지될 수도 있음
◈ 보고서는 AI의 발전이 가져올 부(富, wealth)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한 아젠다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음
• AI가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상품과 서비스의 원가가 줄어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점만 본다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된다고 유추할 수 있음
• 그러나 서서히 진행되기는 하겠지만 AI가 거의 모든 직업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수입이 높은 ‘경험적 지식에 근거한 일’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가난해질 가능성도 분명 존재함
• 보고서는 AI가 가져올 대대적인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본 소득(최저 소득 보장) 등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음
•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없다면 사회의 극히 일부 상류층만이 AI의 혜택을 받는 될 것이라고 AI 100 보고서는 경고하고 있는데, AI가 가져올 부를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해 지금부터 논의해도 결코 이른 것은 아니라 말하고 있음
• 실제로 올해 6월 5일 스위스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성인 1인당 매월 2,600달러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전세계 최초로 실시된 바 있는데, 인공지능 시대의 중대한 화두를 전세계에 던졌다는 평가
<자료> Basic Income 2016.
[그림 4] 스위스의 기본소득 법안 찬성 집회
◈ 운송과 노동 분야의 전망만 놓고 보더라도, AI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광범위하다는 것을 충분히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음
• 가령 자율운전 차는 운전자가 필요 없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사건이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 문화를 확산시켜 자동차 제조업과 판매·수리 업, 주유소, 자동차 용품 제조업, 주차장 사업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됨
•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것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면, 부동산·주택 판매 회사는 물론 대중교통에서 도시 계획까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음
• 이용자들도 편의성이 극적으로 제고되는데,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 같이 운전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자율운전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장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음
• 따라서 AI 활용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염두에 두면서, 예상할 수 있는 영향력을 최대한 파악하여 필요한 조치를 함으로써 불안과 위험을 불식시키거나 경감시킬 필요가 있음
• AI 활용과 보급을 주도하는 입장에 있는 기업이나 조직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선행하지 않도록, 적어도 AI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용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알기 쉽게 공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
◈ AI 100 보고서가 그리는 미래가 확실한 것도 아니며 이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능동적으로 대처했을 때 어떤 미래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점
• AI 100 보고서는 2030년까지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실현 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 않은데, 8개 분야로 나누어 AI를 살펴본 데서 알 수 있듯, 인간처럼 폭넓은 적용 범위와 일반화 능력을 가진 AGI는 상정하고 있지 않음
• 반면 특이점에 도달해 가고 있으며 2030년경에 AGI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도 있으며, 이렇게 된다면 인간의 직업 대부분이 AI에 빼앗기게 되는 디스토피아가 단번에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 4 년 후인 2020년의 일조차 예측하기 어려운데, 그보다 더 10년 후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보아야 함
• 그렇다면, 앨런 케이의 말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라는 자세가 필요하며, AI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장차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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