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70호(2016. 11. 02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I 파트너십에 애플이 불참한 이유 - 프라이버시 보호.pdf



◈ 지난 9월 말 인공지능(AI) 개발에 적극적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 IBM IT 대기업 5개사는 인공지능 파트너십(Partnership on AI)의 결성을 발표


지금까지 AI는 각 기업에 의해 개별적으로 연구 개발이 진행되어 왔으나, 새 컨소시엄은 사용자 측도 포함한 업계 단체로 AI를 최선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함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AI가 윤리와 법제도에 맞게 안전하고 투명하게 개발되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사회에는 사회 정책 및 윤리학자, 비영리 단체 전문가들이 참여


AI 파트너십은 열린 조직이며 앞으로도 기업과 개인의 참여에 대해 문호를 개방한다고 하는데, 발표 당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애플과 인텔의 이름이 명단에 없는 점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애플의 불참 결정은 폐쇄적인 기업 문화와 함께 AI 기술이 경쟁사와 비교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열등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으며, MS는 애플을 계속해서 설득해 파트너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


◈ 애플이 불참한 이유가 AI를 경시하고 있기 때문은 물론 아닐 것이며, 최근 애플 임원의 강연이나 신제품 발표회에서 AI와 기계학습이라는 키워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함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에서는 AI 관련 키워드들이 트렌드가 된 지 오래이며, 구글만 해도 10월에 있은 신제품 발표회에서 AI 어시스턴트 기반 채팅 앱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선보였음


아마존 역시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홈 허브 기기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선보이며,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


AI 비즈니스의 방향성이 문제일 뿐, AI는 모바일과 클라우드처럼 비즈니스의 기본 환경이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애플 역시 비록 AI 파트너십 초기 멤버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AI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관련 기업 인수는 지속해 오고 있음


◈ 애플의 AI 연구 성과가 경쟁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일각의 분석은, 타사의 음성 인식 가상 비서 기능과 애플의 시리(Siri)를 비교해 보면 일면 타당한 면이 있음


음성 인식 비서 시리는 원래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이었으며, 애플은 시리를 인수하고 이어 시리의 강화를 위해 AI 관련 기업의 인수를 가속화 해오고 있음


음성 인식 어시스턴트로서 시리의 부족한 점은 시리는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지 AI가 작동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인데, 나는 무엇 무엇을 할 수 있으니 한 번 시험해 보세요라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먼저 적극적 제안을 하지는 못함


iOS 10으로 업그레이드 된 이후 그나마 사용자들이 애플의 기계학습 역량을 경험해 볼 수 있게 된 것은 사진 기능으로, 사진 라이브러리에 메모리 기능이 나타나 날짜와 장소, 사진 속 인물과 장면 등에 따라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정리해 줌


새로워진 검색 기능은 사진에 찍힌 대상물을 말로 검색 할 수 있는데, 검색 키워드는 사용자가 손으로 달아 놓은 거이 아니라 기기에서 분석해 부여한 것이며, 얼굴 인식률도 높아 전화번호부에서 이름에 사진을 할당하면 인명으로 사진 검색도 가능함


애플은 자신들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에 따라 사진을 서버 등 외부에 공유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이러한 기능을 실현하고 있음


이 점이, 페이스북이나 구글과의 차이점이며, 이들에 비해 분석 데이터의 절대적인 양이 적기 때문에 AI의 학습과 발달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애플이 경쟁사에 비해 AI 기술력이 뒤쳐진다는 분석은 타당한 면이 있음


◈ 애플은 앞으로도 개인정보보호 지침을 고수하면서,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기계학습과 AI를 활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입장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 AI 파트너십 참여가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지난 3월 미 연방수사국(FBI)이 범죄 조사를 목적으로 애플에 기기 잠금 해제 협조 요청을 했을 때 애플은 단호하게 거절한 바 있는데, 이는 애플이 아이폰을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보며, 프라이버시 보호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임


애플은 지난 7월 애플 개발자 회의에서 미분적 개인정보보호(differential privacy)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거대한 데이터 집합을 통해 개인의 행동과 요청을 예측하면서도 특정 개인의 정보는 들여다보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음


• 'differential'은 수학 용어로 미분이며, 미분은 특정 시점에서의 동향, 변화의 방향과 추세를 알아내는데 사용되는데,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볼르 들여다보지 않고 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음


  

     <자료> Apple


[그림 1] 애플의 Differential Privacy(미분적 개인정보보호)


이 기술은 경쟁사처럼 사용자의 클라우드에 축적돼 있는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데이터에 일부러 노이즈를 추가하여 모은 다음 분석을 하는 것임


물론 다른 기업이라고 해서 프라이버시를 경시하는 것은 아니며, 애플이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것은 기업용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에서 타사의 스마트폰과 플랫폼에 비해 애플은 보안이 단단하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도 있음


애플이 AI와 기계학습에 대해 보수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은 결코 아니지만, AI 파트너십에 참여한 업체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것과 비교해 볼 때 다른 입장에 서 있는 것만은 틀림없음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AI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 애플의 불참 선언을 폐쇄적이라거나 기술력이 없기 때문으로 폄하하는 대신, 애플이 가지고 있는 다른 입장을 유지한 채 AI 파트너십에 참가해 토론과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해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