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89호(2017. 3. 29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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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러시아 해커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자, 올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가 투표지 기반의 투표 제도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
Ø 프랑스 정부는 국가정보시스템보안기관(ANSSI)의 권고에 따라 사이버 공격의 위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여 2017년 6월에 실시되는 총선에서 그 동안 일부 선거구에서 인정되었던 인터넷 투표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
Ø 인터넷 투표가 인정되던 곳은 전체 577 개 선거구 중 재외 프랑스인이 속해 있는 11개 선거구로, 이들은 투표소가 있는 대사관이나 영사관까지 이동하는 것이 너무 멀었기 때문에 일부 선거에서 제한적으로 인터넷 투표가 허용됐었음
Ø 한편 이번 결정이 적용되는 6월 총선 이전인 4월과 5월에 실시되는 1, 2차 대통령 선거에서도 종이 투표지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이전부터 예정되었던 것으로 해킹의 우려에 대응해 사이버 보안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투표의 평등권’ 차원에서 정한 것임
Ø 프랑스 법률은 같은 선거구 내의 모든 시민이 동등한 투표 기회를 갖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통령 선거의 경우 모든 유권자를 같은 선거구 내의 시민으로 간주하므로 종이 용지로 투표 방식을 통일한 것임
Ø 반면 총선의 경우 각 선거구는 총 577명의 의원 중 1 명을 각각 독립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회의 균등성은 선거구 단위로 결정할 수 있었고, 재외 프랑스 인이 속해 있는 11개 선거구에서는 인터넷 투표를 허용해 왔던 것
프랑스에 앞서 네덜란드도 종이 투표지와 수개표 방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는데, 네덜란드의 경우 전자 개표 과정에서 득표 수를 합산하는 소프트웨어가 논란이 된 바 있음
Ø 지난 2월 초 네덜란드 내무부는 득표수 자동 합산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전자 개표가 아닌 수작업으로 투표 결과를 집계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였으며, 3월 15일에 치러진 네덜란드 하원의원 선거부터 적용하였음
미국 대선의 러시아 해킹 개입 논란으로 인해, 전세계 각국은 앞으로 투표와 개표에서 전자화를 통한 편리함보다는 전통적 종이 투표와 수개표의 투명성을 선택할 전망
Ø 미국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 해커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컴퓨터 시스템을 모두 해킹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비록 전자투표 자체를 해커가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러시아 개입 루머 만으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여 있음
Ø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가 개표 속도와 업무 효율을 위해 전자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비단 이번 미국 대선 해킹 논란이 아니었더라도 대부분 선진국들은 전자 투개표 시스템으로 갔다가 다시 종이 투표와 수개표로 회귀하고 있는 추세
Ø 이는 종이 투표지가 선거의 주요원칙인 신뢰성과 익명성,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며, 수개표는 해킹의 위험을 차단하는 동시에 비용과 시간 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
Ø 각 선거구 투표장에는 이미 수십 명의 투표 참관인들이 있고, 이들이 현장에서 곧바로 개표와 검표를 한 후 모두가 보는 가운데 결과를 입력하면, 추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선거 직후 몇 십분 내에 결과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수개표는 전자개표보다 훨씬 효율적임
Ø 우리나라 역시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함을 봉인한 후 차량을 통해 개표 장소에 옮긴 뒤 전자 개표를 하는 방식인데, 전자 개표 과정에서의 오류가 문제로 제기된 바도 있기 때문에 사이버 보안 대응과 함께 선거관리 투명성 측면에서도 수개표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임
(주: 법적으로는 전자개표가 아니라 투표지를 후보자 별로 분류한 다음, 이를 사람이 검표하기 방식이기 때문에 수개표라 할 수 있지만, 실제 개표과정에서는 투표지 분류기의 처리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이 제대로 수검표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기기 때문에, 투표지 분류기가 사실상 전자 개표의 역할을 하고 있음)
Ø 프랑스 투표 시스템의 특징은 '투명한 투표함'이란 말로 요약되는데, 속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투표 참관인들은 투표함을 열기 전부터 부정하게 투표지가 들어가지 않았음을 신뢰할 수 있으며, 이러한 투표의 신뢰성은 곧 민주주의로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의 원천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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