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69호(2018. 10. 24.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GAFA 중심 사회에 대항하는 ‘비집중형 웹(Decentralized Web)’.pdf
◾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최근 ‘비집중형 웹(Decentralized Web)’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으며, 사용자가 데이터를 제어하는 비집중형 웹을 표방하는 서비스들도 나타나고 있음
▸ 매년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 행사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를 겨루는 ‘스타트업 배틀필드(Startup Battlefield)’가 열림
▸ 올해 배틀필드에서 주목받은 서비스 중 하나는 비집중형 메시징 앱을 표방한 ‘스텔씨챗(StealthyChat)’이었음
▸ 창업자인 프라하브 바드와지는 스텔시챗이 안전하고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유일한 메시징 앱이라며, 정부와 기업에 의한 검열이 존재하지 않는 버전의 위챗(WeChat)이라고 설명
<자료> Stealthychat.com
[그림 1] 블록체인 기반의 메시징 앱, 스텔씨챗
▸ 바드와지는 구글의 경우 현재 200여 종의 무료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를 추적하고 사용자의 데이터로 큰돈을 벌고 있다며, 비집중형 웹의 시대가 도래해야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제어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 호소
▸ 기존의 메시징 앱 대부분이 사업자의 서버를 통해 다른 사용자와 연결되는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를 채택해 메시지 기록 등의 데이터가 사업자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반면, 스텔씨챗은 이용자가 데이터의 저장 위치를 직접 결정하는 비집중형 구조임
▸ 스텔씨챗 역시 기본 데이터 저장 위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이지만 나중에 위치를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으며, 데이터는 엔드-투-엔드로 암호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 이외의 사람은 이용할 수 없음
▸ 또한 사용자 인증 및 파일 관리 메커니즘은 P2P 방식의 분산형 원장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하고 있음
◾ 비집중형 웹은 거대한 플랫포머가 지배하는 현재의 ‘중앙집중형 웹’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사용자가 데이터나 프라이버시를 완벽하게 제어 할 수 있는 웹을 목표로 하는 운동을 일컬음
▸ 비집중형 웹은 비영리단체(NPO)인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와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디지털 화폐 계획(Digital Currency Initiative)’ 연구팀 등이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있으며,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가 최근 지지를 밝히자 투자자들의 관심도 모이고 있음
▸ 소위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com) 등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지배하는 현재의 웹을 집중형(Centralized)으로 정의하고 그와 반대되는 비집중형 웹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운동임
<자료> Esquire
[그림 2]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는 GAFA
▸ 이들이 집중형 웹의 폐해로 호소하는 것은 거대 플랫포머가 사용자의 행위와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으로, 가령 현재의 인터넷은 거대 플랫포머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수 존재하며 그런 서비스는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내주어야 비로소 이용 가능함
▸ 사용자가 내준 데이터를 직접 컨트롤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인데, 이를 비집중형 아키텍처 달리 표현하자면 분산 아키텍처로 해결하자는 것이 비집중형 웹의 기본 아이디어
▸ 잘 알려진 비집중형 웹의 예는 트위터의 클론 서비스인 ‘Mastodon(마스토돈)’인데, 트위터의 서버가 운영업체를 통해 집중적으로 운용되는 반면 마스토돈의 서버는 누구나 운영 가능함
◾ 최근에는 보다 정교한 메커니즘에 의해 비집중형 아키텍처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큰 기여를 하고 있음
▸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집중형 사용자 인증 인프라 및 파일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나타나면서, 최근 들어 이를 활용해 비집중형 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등으로 불림)을 제공하려는 업체나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
▸ 앞서 거론한 스텔씨챗도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으로, 스텔씨챗은 블록스택(BlockStack)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블록스택이 제공하는 사용자 인증 기반이나 DNS에 해당하는 이름 확인 기능, 파일 관리 기능 등은 모두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음
▸ 사용자가 블록스택 기반의 앱을 이용하려면 먼저 블록스택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대신 앱을 이용하기 위해 사용자 ID 및 암호를 따로 등록하거나 설정할 필요는 없음
▸ 블록스택에 사용자 등록을 하면 ‘임의의 알파벳.id.blockstack’이라는 사용자 ID가 만들어지며, 사용자는 이 ID를 이용하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싱글사인온(SSO) 할 수 있음
▸ 블록스택의 사용자 ID는 이름 확인에 이용되는데, 가령 스텔씨챗과 같은 메시징 앱에서는 다른 사람과 연락을 할 때 블록스택의 사용자 ID를 사용함
▸ 블록스택에서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이아(Gaia)’라는 파일 관리 구조로 관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사용자 ID를 이름 확인에 이용하고 있음
◾ 블록스택을 이용한 디앱(dApp)은 이미 여러 개가 공개되어 있으며, 마치 웹 2.0의 매쉬업(mash-up) 개념처럼 디앱들 사이의 연계와 작동은 아주 용이함
▸ 현재 공개된 디앱 중에는 구글 독스(Google Docs)의 비집중형 버전을 표방한 ‘그래파이트Graphite)’, 여행용 SNS인 ‘트래블스택(Travelstack)’, 디지털 서명 시스템인 ‘블록유사인(Blockusign)’ 등이 유명함
▸ 스텔씨챗에서는 블록스택 기반으로 만들어진 앱들이 곧 바로 연동되는데, 가령 그래파이트로 작성한 문서를 메시지에 포함해 다른 사용자에게 전송하면, 이를 받은 사람은 스텔씨챗에서 그래파이트 앱을 열어 문서를 편집할 수 있음
▸ 비집중형 앱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비트코인(Bitcoin) 다음으로 규모가 큰 암호화폐인 ‘이더(Ether)’를 운영하는 ‘이더리움(Etherium)’임
▸ 그 밖에도 다양한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어 비집중형 앱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디앱의 카탈로그 사이트인 ‘app.co’도 운영되고 있음
<자료> app.co
[그림 3] 비집중형 앱의 카탈로그 사이트
◾ 한편 비집중형 웹과 디앱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과 확산 가능성의 토대가 되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는 의문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음
▸ 스텔씨의 바드와지 CEO는 회사의 일차적인 수입이 블록스택에서 받는 리워드(보상)라고 밝혔는데, 이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의견임
▸ 블록스택은 현재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앱들 중에서 사용자의 이용 횟수가 많은 앱의 개발자들에게 포상금조로 ‘마이닝 리워드(Mining Rewards)’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상금이지 기업의 매출은 아니라는 것
▸ 블록스택은 2017년 12월에 코인 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를 실시해 5,28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에 당분가 디앱 개발자들에게 소정의 포상금을 지불하는 것은 가능함
▸ 블록스택은 2016년 5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협력하는 등 B2B 사업도 운영하는 등 사업의 안정성을 꾀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가지나 블록스택의 이야기이지 디앱을 개발해 서비스하는 업체들의 안정적 사업모델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임
◾ 블록체인 기술이 현재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거니와, 비집중형 웹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비집중형이라는 것 이상의 플러스 알파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임
▸ 일각에서는 비집중형 웹과 디앱들 대부분이 비집중적인 분산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외에는 존재 의의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하고 있음
▸ 현재의 집중형 앱들은 광고 기반 모델로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거나, 구독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거나, 클라우드의 파워를 살린 빠른 속도로 이전 데스크톱 앱에는 없는 다양한 이점을 제공다거나 하는 등의 장점이 존재함
▸ 그래서 수많은 사용자들이 GAFA로 상징되는 거대 플랫포머들에게 기꺼이 개인 정보를 내주거나 집중형 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임
▸ 따라서 비집중형 웹과 비집중형 앱이 일반 사용자에게 광범위하게 침투하기 위해서는 비집중형이라는 것 이외에 체감할 수 있는 가치의 제공이 필요의 장점이 필요할 것임
▸ 이는 정확히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기도 한데, 해킹이 불가능한 차세대 인터넷으로 각광받고 있는 블록체인이지만, 느리고 비효율적인 처리 속도, 기존 서비스와 차별이 없다는 점 등으로 인해 회의론에 직면하고 있기도 함
▸ 그러나 이는 소위 ‘죽음의 계곡’을 건너온 모든 기술들이 겪었던 과정이기에 비관적 전망을 서둘러 할 필요는 없을 것이며, 블록체인과 비집중형 웹의 생존과 확산 여부는 전적으로 기술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에 의해 결정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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