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82호(2019. 2. 5.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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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 선도기업들,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확보 경쟁 시작.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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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른 원리로 움직이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구미의 기업들 사이에서 양자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확보 경쟁이 시작되고 있음

 

작년 12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양자컴퓨터의 비즈니스 활용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인 ‘Q2B Conference’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지원 정책을 발표하였음

 

유럽의 항공기업 에어버스(Airbus)', 고성능 컴퓨팅의 성능 향상이 한계에 이르고 전혀 만족스럽지 않게 됨에 따라 고도의 항공물리 시뮬레이션에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졌으며, 컴퓨팅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 양자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 중이라 설명

 

2020년까지 양자컴퓨터를 도입할 계획인 에어버스는 항공물리 시뮬레이션을 양자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모집하기 위해 ‘Airbus Quantum Computing Challenge(에어버스 양자 컴퓨팅 챌린지)'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음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뽑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2020년 이후 도입될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음

 

[ 그림  1] Q2B  컨퍼런스의  VC  패널 토론 (자료: QC Ware) 

기업들이 양자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슈퍼컴퓨터 업계가 성능 향상을 사실상 단념하고 딥러닝 연산에 적합한 수준의 연산 능력에만 특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

 

슈퍼컴퓨터의 성능 향상이 둔화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집적회로의 트랜지스터 수가 1년 반~2 년마다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이지만, 슈퍼컴퓨터 업계의 최근 사업전략 변화에서도 기인함

 

슈퍼컴퓨터의 부동소수점 방식에는 실수를 32 비트로 처리하는 단정밀도(single precision), 64 비트로 처리하는 배정밀도(double precision), 128 비트로 처리하는 4배정도(quadruple precision)이 있음

 

슈퍼컴퓨터 업계는 지금까지 물리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배정밀도의 부동소수점(FP64) 연산 성능을 끌어 올리는 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에는 이를 포기하고 딥러닝 연산에 사용되는 단정밀도나 그 이하의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 향상에 특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

 

에어버스의 경우 연간 IT 예산의 3%를 슈퍼컴퓨터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에, 에어버스에게 슈퍼컴퓨터의 성능 향상 둔화는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고민이며, 따라서 양자컴퓨터에 앞으로 더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

 

에어버스처럼 그 동안 슈퍼컴퓨터에 거액을 투자해왔던 기업이나 정부기관들로부터 양자컴퓨터로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만한 현상임

 

양자컴퓨터로 전환을 대표하는 주자는 미 공군인데, Q2B 컨퍼런스에 등단한 공군 연구소(Air Force Research Laboratory, AFRL)는 미 공군의 양자 정보과학 전략에 대해 설명하였음

 

AFRL은 양자컴퓨터가 기계학습 및 최적화,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등에서 활용이 기대된다고 전망하며, 현재 미 공군이 양자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알고리즘에 중점적으로 투자 중이라 밝혔음

 

Q2B 컨퍼런스의 VC(벤처캐피탈) 패널 토론에는 에어버스와 미 공군 외에도 골드만삭스, BMW, 스페인의 대형 금융기관인 BBVA 등이 참여해 양자컴퓨터에 대한 각 기업의 기대와 대응 상황을 설명하였음

 

양자컴퓨터가 현재 컴퓨터의 성능을 압도적으로 상회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IBM과 구글 등 양자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수년 내에 등장할 ‘NISQ’라는 하드웨어가 현재 컴퓨터 의 성능을 충분히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음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Computer의 약어로 오류가 있는 중간 규모 양자 기술을 의미하는데, 이 정도만 되어도 현행 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선진 기업들은 과감히 양자컴퓨터에 대한 선행투자를 시작하고 있는 것임

 

이런 가운데 양자컴퓨터 개발 스타트업인 미국의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테스트인 ‘Rigetti Quantum Advantage Prize’를 시작하였음

 

이 대회는 리게티 컴퓨팅이 현재 평가판으로 제공 중인 양자컴퓨터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여 양자 어드밴티지(Quantum Advantage)’를 입증한 연구자나 개발자에게 최대 100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함

 

양자 어드밴티지IBM이 주창하는 개념으로, 양자컴퓨터가 현재의 컴퓨터보다 높은 성능과 예측 정확도를 제공하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등 실질적인 이점을 보여주는 발전 단계를 가리킴

 

[ 그림  2]  리게티 컴퓨팅의 양자컴퓨팅 개발자 대회 (자료: Nima Alidoust)

 

리게티 컴퓨팅이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많은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양자컴퓨팅을 시험해보게 함으로써 양자컴퓨팅의 실용적인 용도를 탐구하고 그 속에서 진가를 검증하려는 목적이라 할 수 있음

 

양자컴퓨터가 단순한 버즈워드로 끝날지, 아니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의해서도 좌우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