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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12 '진정한 RE 100' 캠페인 확산, 실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촉진에 초점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54호(2018. 7. 11.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RE 100” 캠페인 확산, 실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에 초점.pdf



[ 요 약 ]


기업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RE 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음. 애플은 이미 올해 4월 미국 본사뿐 아니라 전세계 43개국의 비즈니스 운용에서 RE 100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음. 최근에는 실제 재생에너지 구매 없이 RE 100을 달성하는 편법을 취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설비 증대와 화석연료 발전소의 억제 효과를 실제로 창출하는 진정한 RE 100 달성'이 새로운 목표로 제시되고 있음



[ 본 문 ]


애플은 지난 49, 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운용에 소비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100% 충당한다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음


애플의 이 발표가 굉장한 것은 ‘RE 100(재생에너지 100%)’을 목표로 하겠다는 기업이 이제야 좀 늘어나려고 하는 때에,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 RE 100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을 전개 중인 43개국에서도 달성했다고 발표한 것이기 때문


RE 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이용하자는 캠페인으로 2014년 국제 환경단체인 기후 그룹(The Climate Group)'과 환경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국제기구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제휴를 맺고 시작하였음


RE 100 캠페인에는 현재 애플, 구글, BMW, GM, 월마트 등 전세계 글로벌 기업 136개가 참여하고 있으며, 애플의 경우 자신들 뿐만 아니라 애플 제품의 생산 협력사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음


애플은 RE 100 달성을 위해 환경 가치(environmental valuation)를 외부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 소재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건설하고 거기에서 전력을 직접 조달하는 등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선도적으로 확대해오고 있음


<자료> Apple

[그림 1] 애플 데이터센터의 메가 솔라


재생에너지 사용만으로 전력 수요를 모두 충당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RE 100은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 외에도 목표를 달성하는 다양한 방안을 함께 열어두고 있음


RE 100을 달성하는 데는, 자사 부지 내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도입하고 발전 전력을 자가 소비에 충당(온사이트 발전), 전력 회사로부터 그린 전력요금제의 전력을 구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독립 발전 사업자 등)와 RPA(Renewable Portfolio Agreement, 재생에너지 자발적 공급협약)을 맺고 전력 조달, 환경 가치(그린전력증서 등) 구매 등의 방법이 있음


이 중 그린전력증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와 일반 전력 발전과의 비용 차액을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로 환산하고 그 가치를 증서로 판매하는 것인데, 기업이 이 증서를 구입하게 되면 직접 전력을 사지 않아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함


재생에너지 등의 녹색 에너지는 전기 그 자체의 가치CO2 배출 삭감 등 환경 가치의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전기와 분리된 환경 가치를 구입해도 구매자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임


그린전력증서 등도 환경 가치'의 일종인데, 이를 구매해 놓으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그 만큼 상쇄하는 효력도 있어 기업에서 구매하고 있으며, 실제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으로 오인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함


실제 주요 IT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의 실질적 구매 없는 RE 100 달성 방안을 주로 선택함에 따라 RE 100은 화석 연료 이용 발전소 신·증설 억제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었음


미국에서는 환경 가치와 전력 가치를 일괄 구매하는 것을 번들(bundle)’,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없이 환경 가치만 구입하는 것을 언번들(unbundle)’이라고 표현함


미국에서는 각 주의 발전 사업자 또는 전력 소매 사업자에게 전력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것을 의무화하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표준)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음


그런데 발전 사업자와 소매 사업자가 의무량을 달성하기 위해 RPS로 인정받는 환경 가치인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 인증서)을 구매하는 언번들 사례가 계속 증가해 왔으며, 이에 따라 REC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음


최근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함께 생산비용 절감이 진행되며 재생에너지 도입이 가속화되었고, 그 결과 거래되는 환경 가치의 양도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되었음


기업들은 이러한 잉여환경 가치를 저가에 구입하여 RE 100을 달성했다고 표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RE 100이 재생에너지의 신설과 증설로 연결되지 않으며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발전소를 줄이는 계기도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음


실제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들은 RE 100 달성 수단으로 주로 환경 가치를 구매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음


이런 논란을 거치며 최근에는 환경 부하 저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RE 100 달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부상했으며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음


진정한 RE 100 달성고객의 거점이 있어 전력 수요가 있는 현장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송배전망과 같은 계통에 연결된 재생에너지 설비로부터 전력 조달, 재생에너지 시설의 신설과 증설 투자 촉진, 그린 전력에서 환경 가치와 전력 가치의 일괄 조달 등을 요구하고 있음


진정한 RE 100의 달성 캠페인을 옹호하는 측은 기존 화석 연료에 의한 화력 발전소의 신설과 증설을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


기업들도 환경 가치 구매 방식으로는 화력 발전소 대체 효과가 없다는 점과, 직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화석 연료의 가격 변동에 따른 전기 요금의 상승 위험에 노출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며, 최근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음


기후 그룹과 CDP가 작성한 RE 100 회원사의 활동 평가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미국 RE 100 참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중 '환경 가치'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5%였으며, 전력 구매 계약의 비중은 1%에 불과했음


RE 100_annual_report_2017.pdf


그러나 2016년에 환경 가치 구매는 59%로 크게 감소했으며, 반면 전력 구매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크게 성장하며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에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음


<자료> The Climate Group / CDP

[그림 2] RE 100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화석연료 발전소의 억제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위해, RE 100 참여 기업들에게 전력 수요 발생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조달을 권장하고 있음


그린피스의 권고안은 한마디로 스스로 생산-스스로 소비, 지역 생산-지역 소비


전력 수요가 있는 사업장은 공장 지붕 또는 부지 내에 태양광 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며, 설치 공간에 한계가 있는 경우는 전력 공급을 받고 있는 계통망과 동일한 송배전선에 연결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차선으로 권하고 있음


가령 한 기업이 A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거기와 떨어진 B주 또는 인접 국가에서 발전된 재생에너지 전력이나 환경 가치를 구입하는 것은, 그린피스가 말하는 전력 수요가 동일한 계통망에 연결된 재생에너지를 소비하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임


만약 그 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의 주요 전력원이 석탄 화력이라면 그 기업은 그 전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그 지역의 전력원 구성을 전혀 바꾸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의 소비를 더욱 확대시킬 우려도 있음


애플도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울 경우 환경 가치 구매보다 직접 설비를 건설하라는 사회적 압력을 받았고 이를 수용해 실행에 옮기며 진정한 RE 100 달성에 이르게 되었음


2012년에 애플은 노스 캐롤라이나에 아이클라우드용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는데, 이 주에서는 전력 소매 자유화가 허용되지 않아 듀크 에너지(Duke Energy)가 전력 공급을 독점하고 있었기에 애플은 듀크 에너지에서 전력 구입을 계획하고 있었음


그런데 듀크 에너지의 전력원 구성은 주로 석탄 화력이었기 때문에 그린피스는 애플이 듀크 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경우 화석 연료 소비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하였고 구매를 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하였음


이에 대해 애플은 당시 노스 캐롤라이주의 데이터 센터 전용으로 연계 출력 20MW의 메가 솔라(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이 데이터 센터의 인접지에 건설했는데, 이 정도 규모의 메가 솔라로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를 모두 감당하지는 못했음


그린피스는 애플이 석탄 전력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 갔고, 애플은 다시 20MW의 메가 솔라 두 곳과, 18MW의 메가 솔라 한 곳, 그리고 10MW의 바이오 가스 이용 연료 전지 시스템을 도입하여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를 100% 커버하였음


<자료> Green Peace

[그림 3] 애플에 대한 그린피스의 압박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 이제 미국에서 RE 100 기업은 진정한 RE 100 기업을 의미하며, 이 칭호를 얻으려면 재생 에너지 100% 사용을 실현할 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에 의한 발전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함


글로벌 기업들의 RE 100 참여가 더욱 확산될 전망인 가운데, 그 동안 재생에너지 대응이 미진했던 국내 대기업들도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임


포춘 100대 기업을 비롯 다수의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그린에너지 보급 목표를 설정한 반면, 국내기업들은 투자자나 환경단체들이 강력히 요구해 온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요구에 대응이 미진하였음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도 친환경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고 있다가, 6월에서야 중장기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발표하였음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의 주차장·옥상 등에 약 63,000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미국과 유럽, 중국의 모든 해외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하며, 상위 100개 협력업체들에게도 재생에너지 목표 수립을 권고해 나간다는 방침임


삼성전자 발표는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외국의 사업장과 달리 국내 사업장에서의 명확한 재생에너지 목표 제시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참여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글로벌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향후 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국제 무역에서 차별이나 불리한 환경에 부딪힐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보급 인프라 확충과 적절한 인센티브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