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7호(2018. 5. 23.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FPT의 자율주행차, 첨단 IT 파트너로 발돋움하는 베트남 IT의 상징.pdf
◾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달리며 장관을 연출하던 베트남의 도로는 이제 빠른 속도로 자동차들에 의해 점렴되어 가고 있음
▸ 인구 9,200만 명에 연평균 6%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은 2025년경 신차 수요 290만 대의 자동차 거대시장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
▸ 2016년 기준 베트남의 신차 판매대수는 약 30만 대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이보다 10% 적은 27만 대를 기록했으나 이는 소비자들이 2018년 수입차 무관세 정책을 기다린 때문으로 올해 신차 판매대수는 폭발적인 급증이 예상되고 있음
▸ 실제 베트남의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고, 올해 1월 1일부터 수입차에 부과하던 30% 관세가 철폐되면서 오토바이를 선호하던 분위기는 빠르게 자동차 선호로 넘어가고 있음
▸ 베트남의 차량 국산화율은 승용차 20%, 승합차 30% 수준이기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베트남 공략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베트남 정부가 무관세 조건으로 내건 국산화율 40% 이상 조건을 맞추기 위한 업체간 전략 싸움도 치열할 전망
◾ 경제발전 기간이 압축되는 신흥국가에서는 종종 여러 세대의 기술이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베트남에서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은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 테스트임
▸ 국산화율이 20%라는 수치에서 나타나듯, 베트남 자동차 산업의 수준은 이제 막 발전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선진국의 새로운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으로 지목되는 자율주행차 개발도 현재 베트남에서 진행되고 있음
▸ 베트남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베트남 최대 IT 기업인 FPT 소프트웨어로 2016년 1천 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하는 자율운전 R&D 조직을 신설한 이래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등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음
<자료> FPT Software
[그림 1] FPT가 개발중인 자율주행차 외관
▸ FPT는 2016년 말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해 2017년 5월에 프로토타입을 개발했고, 같은 해 10월부터 하노이에 있는 자사의 R&D 거점인 ‘호아락 하이테크 파크’에서 직원 이동 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였음
▸ 이후 주행 테스트 거리가 늘어나고 기술을 보완하면서, 2018년 5월부터는 도로 상에서 주행 시험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현재 테스트를 수행 중에 있음
◾ 사실 FPT가 테스트 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를 보면 미디어에 소개되는 자율주행차들과 다소 차이가 있으나, FPT가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음
▸ FPT의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보면 약간 당황할 수 있는데, 웨이모 등의 미끈한 차량에 비하면 마치 차고나 실험실에서 긱들이 만든 듯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이기 때문
<자료> FPT Software
[그림 2] 주행 중인 FPT 자율주행차의 내부
▸ 이에 대해 FPT 글로벌 오토모티브 사업본부는 ‘아직까지는 독자 기술로만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하는데, 운전 데이터의 분석 및 객체 인식 등에 필요한 기계학습과 딥러닝 기술을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고도화 해 오고 있다고 함
▸ 자신들이 만든 자율운전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주행시켜보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물을 감지해 핸들을 제대로 꺾느냐가 중요하지 내부 인테리어가 케이블로 어수선하거나 핸들을 꺾을 때 소음이 큰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임
▸ 그렇다고 FPT 소프트웨어가 자율운전 자동차를 스스로 상용화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자율운전차 기술 개발의 목표를 자율운전차 상용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구미의 자동차 업체들의 파트너가 되는 데 두고 있기 때문
▸ 즉, 최고의 자율주행차 기술 업체들의 베트남 및 동남아 지역 파트너가 되기 위해 먼저 자신들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독자적인 자율운전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임
◾ 자율운전차 기술 개발에 대한 FPT의 이러한 입장은 전사 차원의 사업 전략이기도 하며, 나아가 수탁생산 기지에서 탈피하려는 베트남 IT 산업 전체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음
▸ FPT 소프트웨어는 지금도 자동차 부품업체 등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으며, 2년 연속 관련 사업이 50% 이상 성장하고 있음
▸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FPT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그동안 오프쇼어(해외 수탁)를 전문으로 해 왔기 때문에 쉬운 일을 아무리 잘해도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따라서 스스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
▸ 언제까지나 해외 기업이 하청하는 일만 맡아서는 뒤처지게 될 것이고,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 영역에서는 고객과의 관계도 변화할 것이며, 고객 및 파트너와 상호 협력하며 PoC(기술개념 증명)를 실행해야 하는 아젠다가 늘어날 것이란 게 FPT의 판단임
▸ 불과 3~4년 전만 해도 FPT를 비롯한 베트남의 IT 기업들은 외국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으나, 최근에는 ‘협업과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경우가 늘고 있음
▸ 베트남의 360개 IT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 소프트웨어 & IT 서비스 협회(VINASA)도 이와 같은 입장이어서, 지금은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생산을 위탁하는 관계이지만 점차 이를 대등한 협력관계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음
◾ 첨단 IT 분야의 글로벌 파트너로 발돋움하려는 FPT와 베트남 정부는 최근 방한하는 등 한국과 협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기회가 될 전망
▸ FPT 코퍼레이션과 베트남의 안보부와 내무부는 5월 22~27일간 방한하여 국가 디지털 변혁 및 제4차 산업혁명 연구개발 전략, 스마트 시티 솔루션 등에 관한 양국간 투자 및 기술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임
▸ 이번 방한에는 FPT 코퍼레이션의 쯔엉자빙 회장도 참가했는데, 현재 직원 수 2만 8천명 이상, 전세계 21개국에 진출해 있는 FPT의 창업자 쯔엉자빙 회장은 베트남의 빌 게이츠라 불릴 정도로 베트남 ICT 산업에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져 있음
▸ FPT는 현재 자율주행차 개발 외에도 현재 인텔과 협업을 통해 의료, 보안 등의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능형교통시스템 등 스마트 시티 등 기업의 미래를 위한 첨단 ICT 기술 기반의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
▸ 이번 방한 등을 계기로 양국간 다양한 협업 기회가 창출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을 필두로 새롭게 부상하는 동남아 ICT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이미 베트남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