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32호(2018. 2. 7.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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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늘어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배경.pdf



ž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근 하드웨어 개발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데, IT 기기나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주방 가전과 같이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하드웨어 개발을 겨냥하는 것이 특징


Ø 사실 실리콘밸리는 그 이름이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에서 유래한 데서 알 수 있듯, 원래는 반도체와 컴퓨터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모이는 장소였음


Ø 그러다 1990년대 이후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득세하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라고 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가리키게 되었음


Ø 그런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주방 가전 혁신 기업들임


Ø 일례로 올해 1월에 아마존닷컴의 벤처 캐피털(VC) 부문인 알렉사 펀드(Alexa Fund)가 이미지 인식 AI(인공지능)를 탑재한 오븐 준 인텔리전스 오븐(June Intelligent Oven)을 판매하는 준 라이프(June Life)에 투자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하였음


<자료> June Life

[그림 1] 준 인텔리전트 오븐


Ø 준 인텔리전스 오븐은 본체 내부에 설치된 HD 카메라가 재료를 촬영하고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AI가 재료의 종류와 상태를 인식하여 최적의 온도에서 자동으로 조리해 주는 주방 가전임


Ø 준 라이프의 공동 설립자이자 CTO를 맡고 있는 니킬 보갈은 애플에서 아이폰의 카메라 개발을 담당했던 엔지니어였으며, 그 밖에 기업 직원의 절반이 애플 출신이라고 함


ž Sous Vide(프랑스어로는 수 비드, 영어로는 수스 바이드) '진공 조리' '저온 조리'를 의미하는데, 이 조리법을 구현하는 가전 스타트업들도 최근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음


Ø 수 비드 쿠킹은 스테이크 육류 등의 재료를 진공 포장한 후 60도 정도의 저온에 중탕하여 재료 중심부의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조리법임


Ø 가령 중탕으로 고기의 내부를 레어 혹은 미디엄 상태로 만든 후 겉을 프라이팬에 구우면 밖은 고소하고 안은 적절히 익힌 최상의 스테이크를 실패하지 않고 요리할 수 있음


Ø 수 비드는 원래 고급 레스토랑 등 프로 셰프의 세계에 보급된 조리법이지만, 2010년대 들어 수 비드 전용의 저렴한 소비자 가전이 등장하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음



<자료> Anova Culinary

[그림 2] 수 비드 요리 가전 아노바


Ø 소비자용 수 비드 제품은 측정기 형태를 띠고 있으며 용기에 꽂아 사용하는데, 블루투스 등을 이용해 스마트폰에 연결한 후 다운로드 한 레시피 정보에 따라 전용 앱을 통해 온도 조절을 하는 것이 일반적


Ø 수 비드 조리 가전 스타트업인 아노바 컬리너리(Anova Culinary) 2017 2월 유럽의 대표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에 2 5천만 달러에 인수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음


Ø 일렉트로룩스가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 창업한 아노바 컬리너리의 매출은 2016년 말 기준으로 4,000만 달러였다고 함



Ø 한편 아노바 컬리너리 보다 1년 빠른 2012년에 창업한 또 다른 수 비드 조리 가전 스타트업인 노미쿠(Nomiku) 역시 2017년에 삼성전자의 투자를 받았음


Ø 노미쿠는 2017년부터 진공 조리용 식재료 택배 ​​서비스도 시작했는데, 조리할 음식은 진공 포장되어 배달되며, 진공 팩에는 RFID가 내장되어 있어 조리기의 센서가 RFID를 읽어 들이면 적절한 온도와 조리 시간이 자동으로 설정됨


ž 조리 가전 스타트업의 강점은 레시피와 소프트웨어에 있는데, 온도와 가열 시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소위 TT 요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해 줌


Ø 이미지 인식 AI 오븐과 수 비드 조리 가전 등은 모두 음식을 조리하는 온도와 가열 시간을 아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해주는데, 요식업계에서는 이런 요리를 TT 요리라 부르며, TT Temperature(온도) Time(시간)의 약어임.


Ø 조리 가전 스타트업들은 TT 요리를 위한 레시피를 자체 개발하고 스마트폰 전용 앱에 이 레시피를 전달하여 스마트폰에서 조리 가전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구조를 만들었음


Ø 지금까지 조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작성된 레시피들은 중불, 고열 등 다소 정확하지 않은 모호한 표현으로 불의 세기를 설명하고 있어, 이를 본 사람들이 레시피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음


Ø 이에 비해 레시피에 충실한 맛있는 요리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가전 스타트업들이 제공하는 하드웨어의 가장 큰 장점임


ž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하드웨어 가전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을 지원하는 생태계가 실리콘밸리에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


Ø 하드웨어 업체들을 지원하는 생태계의 핵심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와 스타트업을 멘토링 하는 액셀러레이터 등을 말함


Ø 가령 HAX Accelerator"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SOSV가 운영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서 노미쿠 외에, 상품 진열대 모니터링 로봇을 만드는 심비 로보틱스(Simbe Robotics), 상품 배달 로봇 디스패치 로보틱스(Dispatch Robotics) 등을 배출하였음


Ø HAX 액셀러레이터의 모태는 SOSV 2012년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한 차이나 액셀러레이터, 당초에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대상 액셀러레이터였지만, 하드웨어 업체 대상으로 HAX를 중국 선전에 추가 설립했으며, 2015년부터는 미국에 거점을 마련하고 있음


<자료> HAX Accelerator

[그림 3] 샌프란시스코의 HAX 액셀러레이터


Ø SOSV에 따르면, 선전은 시드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 대하여 시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거점이며, 샌프란시스코는 프로토타입 개발을 완료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조달 전략 및 마케팅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거점임


Ø HAX에서는 프로토타입이 아직 없는 스타트업들에게 우선 선전의 거점에 입주하여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도록 목표로 설정해 주며, 선전의 거점을 졸업한 스타트업은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로 옮겨 이곳에서 시장 출시(Go To Market) 전략을 구상하게 함


Ø 샌프란시스코 거점의 핵심 기능은 VC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프리젠테이션 방법이나 킥스타터(KickStarter) 등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한 제품 홍보, 그리고 향후 하드웨어의 주요 유통경로가 될 대형 소매체인과의 협상 방법 등에 대한 코칭임


Ø 이미 시제품 개발을 완료한 스타트업은 선전 거점의 트레이닝을 생략하고 바로 샌프란시스코 거점에서 지원을 받게 되는데, HAX의 샌프란시스코 거점에는 자국에서 프로토타입 개발을 마치고 세계 시장 진출 노하우를 얻기 위해 모여든 스타트업들이 많이 있음


Ø 이들의 출신국은 대만, 홍콩, 인도,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에 걸쳐 있으며, 2, 3의 노미쿠와 아노바를 목표로 하는 하드웨어 기업들이 계속해서 HAX를 찾아 모여들고 있음


ž 비즈니스 전략을 포함하여 글로벌 양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 실리콘밸리가 이제는 전세계 하드웨어 벤처들을 끌고 모으고 있음


Ø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라 하면 하드웨어 개발만을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스타트업들은 자금 조달 전략 및 마케팅 전략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음


Ø 게다가 이들 액셀러레이터는 중국과 대만의 ODM(주문자 상표에 의한 설계·생산) 사업자들과 연계되어 있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난 후 양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로서는 액셀러레이터와 협업이 성패의 중요 관건이 되고 있음


Ø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 이어 이제 실리콘밸리는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의 요람으로 또 한번 거듭나려 하고 있음

※ 다음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67호(2016. 10. 12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뒷받침하는 중국의 EMS(수탁생산).pdf



◈ 실리콘밸리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중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하는 액셀러레이터들 대부분이 중국 EMS 사업자들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


스타트업의 하드웨어 개발 및 생산을 지원하는 회사들을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라고 부르는데, 실리콘밸리에만 대형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여럿 있으며 이들은 모두 중국 업체들과 관계가 긴밀함.


여기서 중국 업체들이란 EMS(제조 수탁생산 사업자) 업체들을 말하는데, 전기전자 산업에서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한다고 하여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라는 이름이 붙었음



<자료> Think App


[그림 1]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하이웨이1


• 가령, 2013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하이웨이 원(Highway 1)' IoT(사물인터넷) 제품이나 로봇 분야에서 흥미로운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데, 이 기업의 모회사인 아일랜드계 PCH 인터내셔널의 핵심 비즈니스는 중국의 EMS를 알선해 주는 것임


PCH 인터내셔널의 CEO인 리암 케이시는 '미스터 차이나'라 불릴 정도로 중국 제조업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음


◈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들은 일반 액셀러레이터들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더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제조와 공급망에 대해서도 교육을 시키고 있음


하이웨이 원의 인큐베이팅 대상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4개월 간의 육성 프로그램 기간 중 10일을 중국 심천에 머물며 제조 및 글로벌 공급망에 대해 배운다고 함


즉 하이웨이 원의 역할은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서 유망한 기업가를 단련시키는 것이며, 어느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수요가 창출되는 시점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것은 PCH 인터내셔널에 연결된 중국의 공장인 것임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또 다른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HAX'도 마찬가지인데, HAX는 아직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 창업팀의 경우 중국에 약 100일 정도 체류하며 프로토타이핑 및 제조를 위한 설계 방법을 배우도록 하고 있음



<자료> HAX


[그림 2]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HAX


이 기간 동안 창업팀들은 심천의 EMS 공장 몇 곳을 돌아보며, 어느 곳이 자신들의 제품에 맞는 지와 아웃소싱 방법 등에 대해 차분히 관찰하는 시간을 갖게 됨


최대 EMS 기업인 대만 홍하이정밀공업 산하의 폭스콘(Foxconn)도 베이징에 '이노온(Innoonn)'이라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설을 만들고 미국과 유럽의 기업을 맞이하고 있는데, 제조 단계가 되면 당연히 하청 생산은 폭스콘이 맡게 됨


◈ 많은 스타트업이 하드웨어 사업과 로봇, 그리고 IoT 사업에 뛰어들려는 시점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중국의 공장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타트업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줌


스타트업이 제조를 의뢰하는 곳으로 중국의 공장들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단지 비용 면에서 검토한 결과 만은 아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EMS들은 한발 앞서 자신들을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부로 잘 어필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격적인 자세도 스타트업들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임


시제품을 신속하게 만드는 '래피드 프로토타이핑(rapid prototyping)'을 넘어, 최종 제품까지 신속하게 제조하는 '래피드 매뉴팩처링(rapid manufacturing)'을 시도하는 창업팀들은 중국 공장의 시설 회전 환경이 기업가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음


중국에는 소규모 시설 회전이 효과적인 EMS도 많이 있고, 프로토타입 만들기에서 부품 조달까지 순식간에 무엇이든 가능하며, 비록 설계에서 수정사항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조정이 상당히 빠르기 때문임


이런 이유로 심천은 최근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저가의 원자재와 임금 노동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데서 나아가, 중국의 공장들은 혁신성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의 이미지까지 덧입혀 지고 있는 것임


◈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도래하면 중국의 EMS 공장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중국의 EMS들도 이에 대비해 로봇 도입 등 적극적 변신을 꾀하고 있음


스타트업들이 다루는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은 지금까지의 제품처럼 대량 생산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개개인에 적합한 아이템이 마이크로 시장을 이루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에 부합한 제품들임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되면 생산비용이 높은 미국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거나, 누구나 무엇이든 3D 프린터로 직접 만들기가 가능한 메이커의 시대 또는 제4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음


그러나 중국 EMS 업체들도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대비해, 현재 높아지고 있는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로봇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3D 프린터라면 중국에서도 얼마든지 도입이 가능함


제조 현장 만의 경쟁력을 놓고 본다면, 이제 중국의 EMS를 능가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임


이와 관련해 샌프란시스코 소재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인 렘노스 랩스(Lemnos Labs)가 제기하는 '모방할 수 없는 하드웨어 제품의 진입 장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음


이 질문은 이제 단지 공장의 하드웨어 만이 아니라, '서비스로서의 하드웨어(Hardwa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로봇(Robot as a Service)'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임


하드웨어 역시 그와 얽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능과 플랫폼을 보유해야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조 생태계에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