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평화를 위한 핵에너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4.18 독일 탈원전 이어 탈석탄 결정, 빌게이츠는 4세대 원자로 개발 추진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83호(2019. 2. 12.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독일 탈원전 이어 탈석탄 결정, 빌게이츠는 4세대 원자로 개발 추진.pdf
0.64MB

 

지난 1월 말, 세계최대 석탄 소비국 중 하나인 독일은 2038년까지 자국 내 84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음

 

이번 발표는 유럽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독일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에 이전까지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고 있으며, 따라서 다른 나라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자국 내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40%를 석탄 화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독일이기 때문에, 이번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 결정은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음

 

이번 결정을 발표한 곳은 독일의 광산업계, 전력회사, 학계, 환경단체 등 각계 전문가 28명으로 구성된 독일 탈석탄위원회인데, 작년 7월부터 약 7개월간에 걸친 치열한 논쟁 끝에 2038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의 운영을 중단하라는 권고안을 내놓게 된 것임

 

위원회는 가능한 한 2035년까지 폐쇄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 요청을 하였는데, 위원회의 합의안은 향후 독일 정부의 승인을 통해 공식 결정안이 됨

 

독일은 이번 석탄 발전소 폐쇄 결정에 앞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음

 

원자력 발전소 중단을 발표한 직후에는 독일의 많은 기업들이 외국의 경쟁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 반발하는 등 강한 비판들이 난무하였음

 

주요 공장들의 독일 철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하였고, 환경에는 나쁘지만 저비용의 기존 발전소들을 환경에는 좋으나 고비용의 발전소로 대체하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음

 

그러나 20191월말 현재 독일은 자국 내 19기의 원자력 발전소 중 12기를 완전히 폐쇄했으며, 원자력 발전소 폐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

 

원자력 발전소 중단에 이어 석탄 화력발전소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향후 독일이 2038년까지 국가 전력의 65~80%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당해야 함을 의미함

 

이러한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데, 2018년에 독일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가 석탄 기반의 발전량을 웃돌았으며, 자국 내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41%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조달하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량 달성보다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문제 해결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독일의 공공기업과 노동조합의 석탄 화력발전소의 유지를 강하게 지지하기 때문

 

독일에서 석탄 산업에 직접 종사하는 노동자는 약 2만 명, 간접적으로 연결된 노동자의 수는 약 4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고 있는 독일이 탈원전에 이어 탈석탄까지 결정함으로써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 전환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임

 

독일은 오랫동안 전지구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리더십을 구축해 왔으며, 탈원전 선언 이후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육성해 왔지만, 원자로 폐쇄에 따른 전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석탄 화력에 의지하면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

 

독일 정부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상황에 대응하려면 석탄 화력을 지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임

 

독일을 포함한 세계 200개국이 2015년에 맺은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협약, 일명 파리 협약은 전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관련된 여러 목표를 설정하고 있음

 

탈석탄위원회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폐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독일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5%, 2050년까지는 1990년 대비 20%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음

 

한편 MS 설립자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그 해결책으로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실제로 첨단 원자로 개발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연방 의원들 설득에 나서고 있고, 이미 관련 사업과 관련한 상당한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고 함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에너지 연구 부문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복원하고 선진적인 핵개발 기술이 적극 도입되도록 정치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것을 2019년의 목표로 세웠다는 뜻을 밝혔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연구 기업 ‘TerraPower(테라파워)’10억 달러를 투자하였으며,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함

 

여기에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의원들과 면담하고 원자력이 필요성을 설득한 결과 새로운 원자로 기술 개발을 위해 22,100만 달러의 예산 승인을 이끌어냈다고 함

 

빌 게이츠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열화우라늄을 사용하여 장기간 연료 교환이 불필요한 진행파 원자로를 이용한 발전은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라 주장하고 있음

 

원자력 발전의 최대 이슈는 사고의 위험인데, 빌 게이츠는 기본적으로 위험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기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을 통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음

 

빌 게이츠가 제안하는 진행파 원자로4세대 원자로로서 꿈의 원자로라고도 불리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며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논란이 있는 기술임

 

진행파 원자로(Trailing Wave Reactor, TWR)MIT2009년 세계 10대 유망 기술로 선정한 바 있는데,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1950년에 제시되었을 정도로 누구나 생각해 봤음 직하나 구현은 그 만큼 어려운 기술이라 할 수 있음

 

[ 그림  2]  빌게이츠가 개발을 지원하는 진행파 원자로 (자료: Hertz)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가 천연우라늄(U-235)을 분리하여 연료로 사용하고 그 분리 과정에서 발생한 U-238 혹은 열화우라늄을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하는 반면, 진행파 원자로는 폐기물을 핵분열 물질로 전환시켜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임

 

열화우라늄에 증식파(Breeding Wave)를 쏘아 '플루토늄(Pu)-239'로 증식시킨 후 발생하는 연소파(Burning Wave)를 이용해 Pu-239를 핵분열시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아이디어

 

진행파 원자로의 최대 장점은 한번 연료를 넣으면 최장 60년까지 발전소가 가동된다는 것이며, 플루토늄까지 완전히 연소시키고 나면 남는 폐기물들도 안정적인 비방사성 물질과 독성이 약해진 매우 작은 양의 방사성 물질들 뿐임

 

60년 동안 연료를 추가하거나 교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간의 오류로 인한 사고 위험도 훨씬 줄어들게 되어 구현만 된다면 가히 꿈의 원자로라 할 만한데, 실제로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로 프로토타입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임

 

원자력 전문가의 대부분은 테라파워가 목표로 하는 진행파 원자로의 개발에는 엄청난 개발비용이 소요되고, 실제 상용화 기술로 완성되어 원자로가 건설될 때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또한 환경단체들은 차세대 원자로는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 방식이어서 신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지역 중심의 그리드로 나아가려는 최근 흐름에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음

 

실현가능성에 논란이 있지만, 미 에너지성이 4세대 원자로의 실용화 목표를 2030년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와 좋은 경쟁관계를 이룰 수도 있을 전망

 

1979년에 발생한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 멜트다운 사고 이후 미국의 여론은 반()원자력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소위 평화를 위한 핵에너지연구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원자력 분야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별 인기가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빌 게이츠가 새로운 원자로 기술 개발을 들고 나와 본인이 직접 거액을 투자하고, 민간 투자와 공공 예산 지원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미래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임

 

이 기술의 현실성에 비관하는 과학자들은 테라파워를 비롯한 차세대 원자력 발전 업체들이 십년 이내에 전세계에 차세대 원자로를 상업적으로 배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오해를 낳는 부적절한 것이라 비판하고 있음

 

진행파 원자로 역시 기후문제 해결과 모든 인류의 보편적 에너지 복지를 목표로 하고 있어 근본 취지는 신재생에너지 추진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향후 환경과 에너지 상황에 따라 상보적인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