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80호(2017. 1. 25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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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AI로 변신 꾀하는 우버.pdf



[ 요 약 ]


2016년 말 우버(Uber)는 인공지능(AI) 벤처를 인수하고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며 통계 모델과 확률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하였음. 연구의 성과는 우선 인간처럼 스마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자율운전 자동차의 개발에 적용될 것이나, 향후 항공기와 로봇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계획이라고 함. 차량 공유와 택시 운송 기업인 우버는 여타 AI 선도기업들과는 다른 기술 방식으로 AI 연구를 추진하며, 자신들의 비즈니스 영역을 크게 변화, 확충시키려 하고 있음



[ 본 문 ]


◈ 우버(Uber)는 작년 12월 샌프란시스코에 인공지능 연구소 'Uber AI Labs(우버 AI)'를 설립하며, 아울러 AI 벤처기업 'Geometric Intelligence(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를 인수한다고 발표


우버 AI 랩은 Deep Learning(딥러닝, 심층학습)Machine Learning(머신러닝, 기계학습)을 중심 테마로 연구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함


인수한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의 연구원 15명이 우버 AI랩의 구성 멤버가 되며, 초대 연구소장은 인수 기업의 CEO인 개리 마커스(Gary Marcus)가 맡았음



<자료> MIT Technology Review


[그림 1]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


◈ 우버가 인수한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는 적은 양의 데이터를 가지고 알고리즘을 교육할 수 있는 새로운 딥러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으로 추정됨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에 관한 내용은 언론을 통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데, 마커스 등이 설립한 이 기업은 논문 등 외부 발표를 하지 않고 스텔스 모드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


단지 마커스가 업계의 유명 인사이사 보니 강연 등을 통해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에 대한 내용을 간혹 언급할 뿐인데, 이를 토대로 추측해 보면 이 기업은 '적은 양의 데이터'로 딥러닝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AI 기법을 개발 중인 것으로 보임



일반적으로 딥러닝을 통해 객체를 판정할 수 있게 하려면 대량의 사진 데이터를 가져 와 알고리즘을 교육할 필요가 있음


이미 병원 현장에 투입되어 인간 의사를 곧 넘어설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의료용 AI 등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토대로 스스로 학습한 결과 만들어 진 것임


이에 비해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는 인간이 사물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적은 양의 데이터만 가지고도 이미지를 판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개발을 연구의 주요 테마로 하고 있음


소량의 데이터 영문 표현은 'Sparse Data인데, 이는 데이터 표본 자체가 작은 '희귀 데이터'라는 의미가 아니라,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 놓은 빽빽한 데이터 집합이 아니라 '듬성듬성한(성긴) 데이터'라는 뜻임


◈ 우버 AI 랩의 마커스는 기존 딥러닝 방식을 통해 자율운전 차량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의 문제점을 들며, 자신들은 알고리즘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


일반적인 딥러닝 방식으로 자율운전 자동차를 개발하려면 주행 중에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에 대해 학습할 필요가 있으며, 이 때문에 비나 눈이 오는 궂은 날의 주행 환경에 대한 데이터의 수집이 필요하게 됨.


따라서 일년 내내 날씨가 좋은 캘리포니아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의 주행 시험도 필요하게 되는 것이며, 자동차, 드론, 로봇 등을 포함한 모든 자율 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알고리즘 교육에 사용되는 다량 데이터의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해 소량의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교육함으로써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다는 것이 마커스의 설명


◈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의 또 다른 큰 특징은 '하이브리드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인데, 딥러닝 뿐 아니라 기존 방식의 AI 개발에도 자원을 집중하고 있음.


마커스에 따르면 연구소는 'Bayesian Model(베이즈 모델, 계층 구조의 통계 기법)' 'Probabilistic Model(확률 모델, 확률분포의 통계 기법)'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


이들 모델은 딥러닝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 중 일부이지만, 딥러닝의 등장으로 그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고 있고 연구자들 사이에 인기가 사그라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는 이런 기존 모델을 개선하고 딥러닝과 함께 사용하는 기법을 개발하며 이를 하이브리드 AI라 이름 붙이고 있는데, 규칙 기반의 학습 모델(기계학습)과 통계 기법의 학습 모델(딥러닝)을 결합한 접근방식이라 할 수 있음


많은 자율운전 차량 개발 업체들이 딥러닝 만으로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반면, 우버 AI랩은 다양한 기법을 혼용하는 것에서 차별성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임


◈ 이런 하이브리드 접근방식의 배경에는, 딥러닝 만으로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 는 마커스의 뚜렷한 주관이 자리잡고 있음


마커스는 딥러닝이 한계에 다다르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시스템 교육에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 반면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제한된다는 점을 들고 있음


실제 세계에서는 많은 데이터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특히 언어 분석과 자율운전 기술에서 이 문제는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고 마커스는 지적함



• 대안적 방법으로 마커스는 심리학, 언어학,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인텔리전스에 다가가려 하고 있는데, 마커스 뉴욕대학 교수의 전문 분야가 바로 심리학임



<자료> http://www.psych.nyu.edu/gary.


[그림 2] 게리 마커스(뉴욕대학 심리학과)


우버가 자율운전 알고리즘을 마커스 소장의 하이브리드 AI 기반으로 구성하게 되면, 이미지 인식 쪽은 딥러닝을 사용하여 적은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교육하게 되고, 운전 기술 습득 쪽은 규칙 기반의 학습 모델을 사용하게 됨


운전 기술 습득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운전 규칙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고유한 운전 규칙을 학습할 필요가 있는데, 지역별로 다른 운전 매너의 차이점은 규칙 기반의 학습 모델을 통해 흡수, 수용하게 됨


◈ 우버가 새로운 기술 방식의 AI랩을 설립하게 된 것은, 현재 우버의 자율운전 기술 수준에 대해 우려와 불안의 눈초리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임


우버는 지난 2015 2월 자율운전 차량 개발 거점으로 Uber Advanced Technologies Center(우버 선진기술 센터)를 피츠버그에 설립한 바 있으며, 여기에서 카네기멜론 대학과 공동으로 자율운전 기술 및 지도 제작 기술을 개발하고 있음


우버는 작년 9월부터 피츠버그에서 'Self-Driving Uber(셀프 드라이빙 우버)'라는 자율운전 브랜드의 차량을 시험 영업, 즉 실제 손님을 태우는 시험 주행을 전개하고 있음


셀프 드라이빙 우버는 볼보(Volvo) XC90 모델 차량에 자율운전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누구나 우버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데, 만약 배차된 차량이 자율운전 차량이라면 시험 영업의 취지를 앱으로 통보하여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자료> Wired


[그림 3] 셀프 드라이빙 우버의 태블릿 UI


• 차량 내에 구비된 태블릿이 자동차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인터페이스가 되는데, 승객이 안전 벨트를 장착하고 태블릿에서 시작 버튼을 누르면 주행이 시작되며, 주행 중에는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로 파악한 차량 주변의 이미지를 포함해 운행 상황에 대한 정보가 태블릿에 표시됨


무인 주행시 승객을 안심하게 만드는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는데, 태블릿으로 셀카를 찍은 다음 이를 가족, 친구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셀프 드라이빙 우버는 자동으로 주행하지만 운전자가 탑승해 시스템이 대응할 수 없을 때 운전을 대신하는데, 피츠버그의 시험 영업에서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도움 없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어 자주 운전자가 개입했다는 평가가 나왔음


또한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다른 차량에 너무 가까이 붙어 주행하는 등 불안정한 작동들이 있었다고 보고되고 있음


◈ 작년 12월에는 피츠버그에 이어 샌프란시스코에서 셀프 드라이빙 우버의 시험 영업을 시작했는데, 법률 공방에 가려졌지만 여기서도 자율운전 차량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음


셀프 드라이빙 우버가 적색 신호에서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지나간 것이 옆 차선 운전자의 블랙박스에 의해 촬영되었고, 이것이 뉴스에 크게 보도된 것


우버는 신호 위반 당시 운전자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따라서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사람의 잘못이라고 해명했으나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자료는 제출되지 않았음


[동영상] 적색 신호를 위반하고 횡단보도를 가로 지르는 우버 자율주행 택시


한편 자전거 차선이 있는 도로에서 셀프 드라이빙 우버가 불법으로 우회전 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음


규정에 의하면 차량 주행 차선에 있다가 점선 구간에서 자전거 레인에 들어선 후 오른쪽 차선에서 우회전해야 하며, 주행 차선에서 곧장 우회전 할 수는 없는 것인데, 우버 차량이 이 의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


우버는 이 문제를 인정하고 이미 소프트웨어 버그를 수정했다고 하는데,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 웨이모(Waymo)는 이미 규칙으로 구현하고 있는 기능임


<자료> Huffington Post


[그림 4] 자전거 차선과 병합되어 있는 도로의 우회전 규칙


• 이런 문제와 함께 우버와 캘리포니아 정부의 규정 준수 논란이 겹치며, 소비자들은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전문가들 역시 셀프 드라이빙 우버의 기술 완성도가 낮다고 지적하며 시험 운영은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있음


◈ 우버와 캘리포니아 정부 사이의 법적 논란에 대해서도 우버 측 주장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한마디로 기술적 완성도에 비해 마케팅을 너무 앞세운다는 비판임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운전 차량을 시험 주행하려면 자동차 운행을 관할하는 Department of Motor Vehicles(DMV, 차량관리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의무가 있는데, 우버는 이러한 인가 절차를 밟지 않고 시험 영업을 시작하였음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시험 차량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등록하지 않으면 시험 주행 차량의 등록을 말소하겠다는 강경 대응을 하였음


우버는 자율운전 차량의 시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표명했는데, 그 이유는 셀프 드라이빙 우버가 자율운전 차량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기 때문


DMV는 자율운전 차량을 '운전자의 제어 없이 운행하는 차량'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셀프 드라이빙 우버는 운전자가 제어하면서 운행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우버의 주장임


, 셀프 드라이빙 우버는 고급 운전 지원 기술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과 같은 방식으로 운행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모드 주행에 별도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자신들도 허가 받을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우버는 법의 구멍 빠져 나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운전 차량 관련 법규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며, 우선 자율주행 차량의 법적 정의부터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


우버의 주장에 대해 캘리포니아 정부는 고급 운전 지원 기술이라면 자율주행 차량임을 강조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 우버가 거론한 테슬라의 경우 오토파일럿 기능은 어디까지나 시험적인 기능이며 자율주행 차량이 아니라는 점을 표시하고 있음


우버가 법규 준수와 관련해서는 스스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음을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자율주행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것이며, 특히 생명의 안전과 관련된 자동차라는 점에서 엄격한 법 적용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캘리포니아 정부의 입장


우버와 DMV는 자율운전 차량의 시험 인증에 대해 후속 협의를 했으나 인증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DMV는 우버의 시험 차량 16대의 등록을 말소했고 우버는 이튿날 우버의 시험에 호의적인 애리조나로 차량을 이동시켰음


<자료> record


[그림 5]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로 이동하는 우버 무인 택시


◈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신설된 우버 AI 랩의 임무는 자율운전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안전성 논란을 없애고, 궁극적으로 완전한 무인 주행에 도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캘리포니아 정부와 마찰이 있었지만, 우버가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AI 랩의 위치도 옮길 것으로 보이지는 않음


샌프란시스코는 우버가 맨 처음 사업을 시작한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며, 도로 환경 면에서도 자전거가 많고 도로는 좁으며 교통량이 많은 곳이므로, 자율주행 차량의 기술 개선을 위해서는 어찌 보면 반드시 테스트를 수행해야 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


규정을 굳이 따르지 않은 것도 장차 당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인데, 우버는 기존 법규나 기존 사업과 충돌을 낳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령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개정하기 위해 규제 당국과 정면 대결을 협상 전략으로 택했다는 것


비록 캘리포니아 정부가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엄격히 규정 적용을 했지만, 하이테크 기업이 이에 반발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장차 안전을 우선으로 할 지 아니면 혁신 기업 육성을 선택할 것인지 압박을 가하게 되었다는 분석


◈ 우버는 AI 랩의 연구 성과를 자율주행 차량에 한정하지 않고 항공, 로보틱스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며, 이에 따라 우버의 정체성은 2017년을 계기로 향후 크게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


우버 AI 랩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지 못할 또 다른 이유는 우버가 AI 랩의 연구 성과를 자율운전 기술뿐 아니라 비행기와 로봇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음



• 우버는 작년 10월 주문형 항공 운송 서비스 'Uber Elevate(우버 엘리베이트)'를 발표하였는데, 파일럿이 존재하지 않는 항공기로서 항공 분야의 셀프 드라이빙 우버로 부를 수 있음



<자료> Uber


[그림 5] 무인 항공 수송우버 엘리베이트


우버 엘리베이트는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사이 70 킬로미터 구간을 15분에 연결한다는 계획인데, 운임은 129 달러로 우버의 고급 세단 차량 서비스인 우버 X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 밝히고 있음


우버는 아직 로봇에 대해서는 구체적 제품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연구 진척에 따라 조만간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음


우버는 2017년을 계기로 운송 비즈니스 기업에서 AI·로보틱스 비즈니스 기업으로 변신을 꾀할 것으로 보이며, 하이브리드 AI를 내세운 우버 AI 랩의 연구성과에 따라 변화의 속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임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79호(2017. 1. 18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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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 변화 조짐.pdf



[ 요 약 ]


실리콘밸리의 기업 경영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강한 거부감을 내보이며 그를 비판해 왔으나, 선거전 동안의 과격한 발언과는 달리 트럼프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경제 정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자 최고 경영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 반면, 하이테크 기업의 직원들은 이런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속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기술업계와 트럼프의 화해 무드가 어떻게 변해갈 지가 2017년 실리콘밸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



[ 본 문 ]


◈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기업을 비판해왔으며, 이는 다시 실리콘밸리 업계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거리를 두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


FBI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애플의 의사결정을 문제 삼아 트럼프는 국민에게 애플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 것으로 촉구한 바 있음


또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 대해 아마존이 독점 금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트럼프에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되며 논란을 낳기도 했음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는 트럼프의 발언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트럼프의 당선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음


◈ 그러나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자들과 가진 서밋을 계기로 상호 이해의 계기가 마련되며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자들의 자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


당선 이후 트럼프는 트럼프 타워에 미국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기업 경영자들을 초대해 의견 교환의 장을 마련했는데,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어 내용은 단편적으로밖에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짐


서밋 회의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시스코, 팔란티어 등 11개 기술기업과 6개 투자 기업 등이 참여하였음



<자료> Chance Miller


[그림 1] 트럼프와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 서밋


•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기술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경영자들을 초대해 의견을 들으려는 트럼프의 태도가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음


또한 정권 인수팀도 흉금을 열고 폭넓게 의견을 요구했다고 하며, 이런 개방적인 자세가 최고 경영자들의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말도 나오고 있음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제프 베조스의 경우 서밋 직후, 매우 생산적인 자리였으며 새 정부가 혁신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만족을 표시


이처럼 트럼프가 정권 이행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기업가는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이 IT 기업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것 같다는 평을 내놓고 있음


◈ 트럼프가 기술업계의 유명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설립한 것도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요인임


트럼프가 만든 자문위원회 전략과 정책 포럼(Strategic and Policy Forum)은 경제 정책 입안을 위해 각계의 폭넓게 의견을 듣기 위한 통로로서 기능하게 됨


위원회는 18명으로 구성되었는데, 회장은 대형 투자기업 블랙스톤의 CEO 슈바르츠만이 맡았으며, 자문 위원에는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CEO,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IBM의 지니 로메티 CEO 등이 포함되어 있음


자문위원들은 차세대 교통, 자율운전 기술, 신 재생에너지, 우주 개발 등에 대해 조언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의 이런 행보 속에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자들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해 가졌던 위기감을 기대감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임


◈ 기업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세제 개정과 규제 완화로, 트럼프는 규제 완화를 위해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에서 크게 선회할 것임을 표명하고 있음


규제 완화는 주로 금융 및 에너지 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기대감에 연일 상승하고 있는 상황


하이테크 산업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새 정부는 실리콘밸리와 관련성이 높은 FDA(식품의약국)FAA(연방항공국)의 규제 완화를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실리콘밸리에는 바이오 및 메디컬, 헬스케어 관련 기술기업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FDA의 규제 완화는 유전자 분석 사업 분야 등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FDA HHS(미국 보건복지부)의 산하 조직으로 식품 및 의료 관련 행정을 주관하는데, FDA는 특히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함


FDA는 신약의 허가에 엄격한 규칙을 마련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새 정부는 이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데, 승인 절차가 완화된다면 당연히 의약품 기업들의 사업 추진은 보다 쉬워지게 됨



<자료> A New MERCK Reviewed.


[그림 2] 23andMe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 금지


FDA의 규제 완화는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메디컬 벤처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데, 당장 개인 유전자 분석 사업을 진행하다 FDA의 명령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몰렸던 구글 산하 23andMe가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음


23andMe는 수집한 유전자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여 유전자 변이와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처럼 유전자 데이터에서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기술은 신약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신약 개발은 성공하기만 하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블록버스터 신약의 경우 수조 달러의 라이선싱 수입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음


◈ 마찬가지로 FAA의 규제 완화는 드론의 다양한 산업에의 활용 등 무인 항공기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FAA DOT(미국 교통부)의 산하 기관으로 민간 항공기의 운항을 관할하며, 항공기의 관제 업무 및 무인 항공기 운행 규칙 설정 등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음


FAA는 무인 항공기 비행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내세워 개인 소유의 무인 항공기가 항공기 운행 및 주민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이 드론을 상용 비행하는 데에도 엄격한 조건을 정하고 있음



<자료> Amazon


[그림 3] 아마존의 드론 배송 물류 항공모함 특허


• 이런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무인 항공기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들은 자국을 떠나 시험 비행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드론 배송 시스템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개발하고 있는 아마존 역시 미국을 떠나 영국에서 배송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음


구글 역시 고속으로 비행하는 무인 항공기 프로젝트 윙(Project Wing)의 개발을 호주에서 전개하고 있는데, 자국 제조업의 회복을 내세운 트럼프는 FAA의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해외로 나가지 않고 미국에서 드론 산업을 성장시키게 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음


, FAA는 아직까지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하해 보이는데, 드론 규제가 어디까지 완화될 수 있는지 아직까지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산업계는 트럼프의 지도력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형국


◈ 같은 맥락으로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을 제정하는 DOT(미국 교통부)의 규제 완화가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지도 기술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


오바마 정부에서 진행해 온 자율운전 차량의 운행 지침 마련 업무는 아직 진행 중이며 트럼프의 새 행정부에서 틀을 갖추어야 하는 상황임


트럼프 자신은 아직 자율운전 차량에 대해서는 입장을 아직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새 정부의 의향을 반영한 규제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할 것으로 보임


트럼프의 기술 고문으로는 트래비스 캘러닉과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임명되었다는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차세대 운송수단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함


<자료> AP


[그림 4]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로 옮겨가는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들


• 우버는 작년 12 14일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전격 개시했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캘리포니아 주 정부로부터 정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차량을 애리조나로 옮겼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영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음


새 정부 하에서 자율운전 차량의 규제 완화가 진행되어 기술 개발이 가속화 될 환경이 갖추어 질 것인지, 2017년은 자율주행 업계에 중요한 해가 될 전망


◈ 트럼프가 인프라 정비를 위해 1조 달러의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기술기업들은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실제 예산 심의가 이루어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함


인프라 정비는 도로 정비를 중심으로 교통, 전력 네트워크를 현대화하는 것으로, 스마트 시티와 자율운전 차량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스마트 그리드 등 네트워크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음


인프라 정비에는 정보통신 기술은 필수이기 때문에 하이테크 기업들은 상당한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DOT는 이미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해 주요 도시는 물론 구글과 연계하여 도시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


트럼프는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의회에 인프라 정비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살짝 톤다운 하고 있어 실제로 이루어질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는 함


연방 의회가 소집되었으나 오바마케어(의료보험제도 개혁법) 철폐를 위한 결의안과 세제 개정 법안이 먼저 심의될 예정이며, 인프라 정비에 관련한 1조 달러의 지출과 예산의 균형 이슈에 대한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는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됨


◈ 실리콘밸리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트럼프의 정책과는 접점이 없는 것으로 비춰졌으나, 트럼프 정부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하며 양자의 공통점이 부각되고 있음


트럼프와 주요 각료들 대부분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 이른바 외부인들로, 정치에는 문외한이지만 워싱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으며 정치판을 바꾸려 하고 있음


실리콘밸리가 소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 것과 같이,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역시 워싱턴의 낡은 정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음


한마디로 창조적 파괴가 실리콘밸리와 트럼프를 잇는 공통점으로, 겉보기와 달리 양자는 궁합이 잘 맞지 않겠냐는 분석인 것


◈ 반면, 이런 관점에 대해 트럼프의 지향점이 과연 창조적 혁신에 있는 지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실리콘밸리 관계자들도 많음


당장 기술 기업 내부 직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엔지니어들 대부분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투항했다며 실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를 맹비난했으면서 정작 서밋에서는 트럼프에 논쟁을 걸며 도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며, 최고 경영자들의 변절에 많은 엔지니어들은 실망하고 있음


새로운 트럼프 정부 하에서 기업이 사업을 확대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실리콘밸리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 실리콘밸리는 선거 직후의 깊은 실망감에서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점차 가시화 될 트럼프의 행보에 어떻게 임기응변 하는가 관건이 될 전망


실리콘밸리에는 트럼프가 새 대통령이 된다면 혁신의 흐름이 끊어질 것이라는 깊은 불신이 있어 왔기에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음


그러나 트럼프 시대에도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점차 늘어나며 실리콘밸리는 선거 직후의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오히려 트럼프가 실리콘밸리의 발전에 순풍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음


<자료> Up In The Business


[그림 5] 도널드 트럼프 vs. 실리콘밸리


• 다만 기대를 품는 쪽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정식 발족하고 경제 정책이 구체적으로 가시화 되기 전까지 섣부른 예단을 금물이라는 입장


트럼프가 자리 창출 공약을 지키려면 IT업계의 도움이 필요함을 인식해 기술업계와 잠정 휴전에 들어간 것일 뿐, 트럼프와 실리콘밸리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


실리콘밸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인 유화 제스처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임


트럼프 시대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비즈니스 마인드로 풀면 오히려 확실하다는 전망이 아직 엇갈리는 가운데, 트럼프 시대를 보내야 할 실리콘밸리에는 변화하는 정책에 적절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요구될 것으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