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8호(2018. 5. 30.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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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기 어려운 딥페이크 동영상, 비판적 미디어 수용 능력 필요.pdf



[ 요 약 ]


일반 PC와 딥페이크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수백만 달러짜리 할리우드 편집 툴보다 훨씬 정교하게 영상 속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꿔치기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음. 누구나 쉽게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어려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SNS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매스 미디어가 등장한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미디어 수용 능력이 요구되고 있음



[ 본 문 ]


2016년 미 대선이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된 가짜뉴스로 얼룩졌다면, 올해 11월 열릴 중간선거에서는 AI를 악용한 가짜 동영상이 여론을 조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


지난 미 대선 과정에서 대량 유포된 가짜뉴스의 배후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정황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유포과정에서 페이스북의 역할에 대한 청문회 등이 열리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형성되었음


그러나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한 법적, 기술적 조치들이 강화되어도 기술의 발전에 의해 더욱 교묘한 방식의 가짜뉴스들이 생성, 유포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짜 동영상이 기승을 부리며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음


가짜 동영상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비디오로 인공지능(AI)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담은 영상을 리얼하게 그려 냄


올해 4월에 버즈피드에 올라온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 동영상은 가짜 비디오가 얼마나 정교한지, 그래서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지 실감나게 보여주었음


영상을 보면 성조기 앞에서 차분히 연설을 하던 오바마는 갑자기 트럼프는 천하에 쓸모없는 놈(dipshit)’이라며 비속어로 비난하는 장면이 나옴


동영상을 보던 사람들이 오바마의 막말에 재미 혹은 당혹감을 느끼는 순간, 동영상은 화면이 분할되며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조던 필(Jordan Peele)의 모습을 오바마와 나란히 보여주기 시작함


<자료> BuzzFeed

[그림 1] 입모양까지 똑같이 만든 가짜 동영상


동영상은 필이 말하는 대로 오바마가 말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데, 완전 리얼하게 입모양까지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음


필이 등장할 때까지는 이것이 가짜 동영상임을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웠는데, 비디오 속의 목소리는 필의 실제 음성이었지만,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성대모사에 일가견이 있어 목소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이 가짜 비디오는 오바마의 연설 내용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이 기술이 내포함 심각한 위험성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할 목적으로 버즈피드와 조던 필이 공동을 제작한 것임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짜 동영상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이 기술은 흔히 딥페이크(DeepFake)’로 불리고 있음


딥페이크라는 명칭은 이를 맨 처음 만든 사람의 아이디에서 유래했는데, 레딧(reddit)에서 ‘Deepfakes’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용자가 작년 11월에 텐서플로우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유명 연예인과 포르노를 합성하여 관심을 끌었음


레딧에는 곧 ‘deepfakes’라는 서브 레딧이 만들어졌고, 올해 1월에는 ‘deepfakeapp’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저가 ‘FakeApp’이라는 무료 앱을 제작해 배포하였음


<자료> Reddit

[그림 2] FakeApp 최신 버전(2018. 02)


FakeApp은 초보자도 잠시만 배우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 수많은 사람들이 앱을 이용해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올해 2월 딥페이크 서브 레딧은 폐쇄되었지만 영상들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음


페이스북은 2014년에 딥러닝 기반의 얼굴 인식 기술인 딥페이스(DeepFace)’를 개발하기 시작해 2017년에 런칭한 바 있는데, 딥페이크는 페이스북의 딥페이스 기술을 응용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가짜 동영상은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며,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등 거물 정치인들도 주요 타깃이 되고 있음


대체로 ‘Deepfakes Replacement(딥페이크 대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가짜 동영상들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 유명인은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케이지의 딥페이크 영상은 흔한 인터넷 놀이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영화 골드핑거의 주인공인 션 코너리의 얼굴이나 인기 프로그램 SNL의 크루인 앤디 샘버그의 얼굴을 니콜라스 케이지로 대체한 영상들이 대표적


정치인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은 풍자 목적이 강한데, 트럼프 대통령 흉내로 정치 풍자 코미디를 진행하고 있는 배우 알렉 볼드윈은 딥페이크 기법을 이용해 트럼프로 분장한 자신의 얼굴을 실제 트럼프의 얼굴로 대체한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음


<자료> DeepFakes

[그림 3] 트럼프 풍자 가짜 동영상


앞서 조던 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볼드윈이 제작한 영상에서 트럼프의 말은 사실은 볼드윈이 한 것이며 얼굴만 진짜 트럼프로 대체된 것이기 때문에, 가짜 동영상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음


단지 풍자 목적이라면 재미로 넘길 수도 있으나,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 기술이 악용될 경우의 폐해를 먼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트럼프의 경우는 돌출 발언도 잦기 때문에 가짜 동영상의 폐해는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뭐니뭐니해도 딥페이크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딥페이크 영상이 최초 만들어진 목적에서 보듯 포르노 영상에 적용되고 이것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것임


작년 연말에는 포르노 배우의 얼굴을 영화 원더 우먼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이스라엘 여배우 갤 가돗(Gal Gadot)의 얼굴로 바꾼 가짜 동영상이 인터넷에 게재되어 본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준 바 있음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있었으나 영상이 조악하거나 합성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 해프닝으로 넘어갔다면, 딥페이크로 만든 이 영상은 갤 가돗이 정말 포르노 영화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잠시라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음


실제와 구분이 어려워 현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을 찾으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딥페이크를 이용한 포르노 영상은 더욱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어 거의 모든 유명인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음


이미 갤 가돗 외에 배우 엠마 왓슨, 뮤지션인 케이티 페리와 테일러 스위프트 등 많은 유명인이 피해를 입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K-팝 여가수들이 타깃이 되고 큰 피해를 입고 있음


최근에는 유명인 이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후 배포 위협을 하며 돈을 요구하는 악질 범죄들도 시도되고 있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음


일반인 대상 범죄 역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미 사회적으로 리벤지 포르노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동영상이 유포될 경우 입게 될 충격과 공포는 형언할 수 없기에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협박에 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


SNS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개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시대에서는 이제 누구나 딥페이크 영상의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음


딥페이크 영상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이 자리잡고 있는데, 기초 기술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어 주요 내용들이 다 공개되어 있음


AI를 적용한 소프트웨어들은 사진과 비디오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을 다른 얼굴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음


<자료> Iryna Korshunova et al.

[그림 4] AI를 이용한 빠른 얼굴 스와핑


201611월 발표된 ‘CNN을 이용한 신속한 얼굴 뒤바꾸기(Fast Face-swap Using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라는 제목의 논문은 원본 사진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대체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음


Fast_Face-swap_Using_Convolutional_Neural_Networks.pdf



논문은 여러 유명인의 얼굴을 니콜라스 케이지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로 바꾸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얼굴의 방향, 시선, 입술의 모양, 헤어 스타일은 원래 이미지를 그대로 두고 눈, , 입술, 눈썹, 얼굴 주름 등은 두 사람의 것으로 대체하였음


구체적으로는 입력 이미지에서 눈코입의 배치 정보를 추출하고 대체할 이미지의 눈코입 객체를 입력 이미지의 배치 정보에 맞게 재배치하여 스티칭하는 프로세스임


따라서 원본 이미지의 얼굴과 대체하려는 이미지의 얼굴이 전체적인 형태가 유사할 경우 어색하거나 코믹한 느낌이 없어지고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됨


논문의 제목에 신속한(fast)’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이 얼굴 바꿔치기 과정을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할 수도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퀄리티는 손으로 할 때보다 떨어지지만 아주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


<자료> Iryna Korshunova et al.

[그림 5] AI를 통한 얼굴 스와핑 프로세스


딥러닝을 이용한 얼굴 스와핑의 정교성을 높이려면 상당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나 하드웨어 발달로 인해 일반적인 컴퓨터에서도 구현이 가능한 상황임


딥페이크는 딥러닝 기법으로 얼굴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얼굴을 대체하는 기법을 학습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컨볼루셔널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 CNN)'으로 원본 얼굴과 대체 얼굴의 특징을 학습한 후 이 둘을 서로 바꿈


신경망 학습을 위해서는 양자의 얼굴 사진을 대량으로 입력하여 알고리즘이 얼굴의 특징 및 대체 프로세스를 학습하게 하는데, 응용 프로그램은 엔비디아의 개발환경인 CUDA에서 실행되며 프로세서로 엔비디아 GPU가 필요함


진짜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학습 및 대체 과정에는 상당한 연상량이 발생하지만, 할리우드급의 특수 촬영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게 된 이런 시대에는 컴퓨터에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구성만으로 실행할 수 있음


얼굴을 대체하는 알고리즘은 학술 주제로 대학 등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인데, 그 연구 성과가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공개되었고 사용하기 쉬운 툴로 개선되어 깃허브에 공개되면서 단숨에 확산되었음


대학 등에서 얼굴 대체 알고리즘 개발을 연구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이 기술은 공개되자마자 가짜 포르노 영상에 가장 먼저 악용됨으로써 범죄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


딥페이크 기술의 위험성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반면, 그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대응책의 마련에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음


이미 어도비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툴을 이용한 사진이나 비디오 변조가 가능하긴 했지만, 이는 전문가가 직접 손으로 조작을 해야 가능한 것임


반면 딥페이크는 AI 기술이 접목되어 사진과 비디오 조작 프로세스가 자동화됨으로써 초보자도 손쉽게 가짜 비디오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음


바꾸려는 대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모은 다음 사진값을 대입할 영상을 고르기만 하면, 나머지는 소프트웨어라 해주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지금은 약 40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 대기시간도 아마 더욱 더 줄어들 것임


<자료> BBC

[그림 6] 딥페이크 제작 프로그램 FakeApp


딥페이크 소프트웨어가 맨 처음 등장하고 나서 전문가들은 기술이 보편화될 때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1달 만에 보편화되었음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거 과정에서 가짜뉴스로 홍역을 앓았던 미국 사회는 당장 11월 중간 선거 과정에서 가짜 비디오를 악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음


가짜뉴스 방치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이미 AI를 이용해 혐오 조장 연설을 걸러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자체 예상하고 있음


다른 기업들도 가짜 비디오를 감지하는 기술의 개발에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중간 선거에서는 유효한 방지 수단이 없는 실정임


이는 비단 미국만의 우려는 아닐 것이며, 모든 국가와 시민사회가 당면한 새로운 위험요인인데,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가령 북미회담이 취소되고 트럼프가 북한을 군사 공격한다는 내용의 가짜 비디오가 만들어진다면 이것이 미칠 악영향은 매우 큼


딥페이크 기술은 AI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가져올 것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며, 따라서 시민들 스스로 자신과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함


딥페이크 영상이 퍼짐에 따라 일단 커뮤니티들은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데, 이미지 호스팅 사이트인 기프캣은 딥페이크 관련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딥페이크가 맨 처음 시작된 레딧 역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음


구글은 아직 딥페이크에 대해 검색 차단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유튜브가 딥페이크 비디오의 주요 유포 경로이기 때문에 고심이 큰 것으로 보임


<자료> The Deepfake Society

[그림 7] 딥페이크 대응이 필요한 유튜브


가짜 동영상은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한 개인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으며, 한 사회 나아가 국제 평화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음


그러나 기술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아직 없는 상황이므로, 당분간 문제의 해결은 오롯이 각 개인과 시민사회의 몫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으며, 각자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함


따라서 딥페이크 영상은 윤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민사회의 분별력, 합리적 추론 능력을 시험하는 문제이기도 함


이미 가짜뉴스 유포가 일상화되어 있고, 여성 뮤지션들이 딥페이크 영상의 주요 피해자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딥페이크 기술에 대한 사회적 성찰과 감시 노력이 다른 어떤 사회보다도 필요할 것임


트래픽 경쟁에 내몰린 언론들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오보를 의도적인 왜곡 보도를 내보내도 이에 대한 견제나 처벌이 유명무실한 한국의 미디어 상황은 딥페이크 영상을 통해 혼란을 야기하려는 불순세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일 수 있음


얼굴 스와핑 기술은 이미 도래했고 늘 그렇듯 기술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에,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소비 태도보다는 자발적인 해석 노력과 합리적 의심에 기반을 둔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 사회에 요구되고 있음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46호(2018. 5. 16.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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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 부담을 인정한 페이스북과 저커버그.pdf



[ 요 약 ]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F8 2018’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미국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온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가짜뉴스 유포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하였음. 이는 그동안 페이스북은 게시판일 뿐이라며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스스로 부인해 왔던 입장에서 벗어나, 영향력 있는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새로운 프로필 작성과 공유를 요구하는 데이팅 서비스를 발표함으로써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도 일고 있음



[ 본 문 ]


◾ 페이스북은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Facebook F8'에서 최근 자사에 쏟아지는 사회적 질타에 대한 대응으로 가짜뉴스 대책 및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방안을 발표하였음


▸ 마크 저커버그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페이스북의 대응이 불충분하여 러시아에 의해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이것이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하였음


▸ 그리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페이스북의 선거 악용 대책, 가짜뉴스 대책, 개인정보보호 대책 등 플랫폼의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기본 지침을 발표하였음


▸ 페이스북이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 및 컴퓨터 비전 등 기술을 이용해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과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임


▸ 강력한 정보 유통 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포털 및 SNS 플랫폼이 선거 및 정치적 여론 형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


▸ 페이스북의 이번 발표는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들의 실책으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을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미국 및 전세계의 여타 플랫폼 사업자들의 향후 대응 마련에도 준거점이 될 것으로 보임


▸ 그러나 저커버그가 ‘사용자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지만, 서비스 개발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데이팅 서비스도 발표하였기 때문에, 대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탐욕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음


<자료> Akron Beacon Journal

[그림 1] 2018 페이스북 F8의 핵심 테마


◾ 페이스북이 발표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의 핵심은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클리어 히스토리(Clear History)' 정책임


▸ 페이스북은 현재 ‘좋아요’ 버튼이 게재된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픽셀(Facebook Pixel)’이라 부르는 소프트웨어 모듈을 포함하는 스마트폰 앱에서 페이스북 사용자의 행동 이력을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한 ‘타깃 광고’를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있음


▸ 지난 4월 10~11일에 개최된 미 의회의 페이스북 청문회에서는 행동 이력 정보가 사용자의 개인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그 내용을 확인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음

▸ 당시 민주당의 제리 맥너니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사용자 데이터의 일괄 다운로드 기능에 대해 정작 사용자 본인은 웹페이지 열람 이력을 다운로드 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음


▸ 페이스북이 추적하고 있는 사용자의 웹페이지 열람 이력의 소유권이 사용자에게 없다는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인데, 이번에 발표된 ‘클리어 히스토리’ 정책은 상황을 이런 지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클리어 히스토리 정책에 따라 앞으로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웹사이트 방문 기록과 앱 사용 내역을 삭제할 수 있게 되는데, 페이스북으로서는 타게팅 광고에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며 개인정보보호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임


◾ 그러나 페이스북의 이 정책에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은데, 저커버그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다 탐욕스럽게 활용하는 새로운 데이팅 서비스 출시 계획을 함께 발표했기 때문


▸ 저커버그는 새로운 데이팅 서비스를 2018년 내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 참여 이벤트와 관심사의 공통성 등을 바탕으로 만남을 희망하는 사용자끼리 만날 수 있게 소개해 주는 알고리즘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 함


▸ 사용자들이 이 새로운 데이트 서비스 이용을 시작하면 기존 페이스북 프로필과 별도로 ‘만남’을 위한 프로필을 작성하게 되는데, 페이스북은 데이트 서비스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에게만 이 프로필을 공개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임


<자료> CNBC

[그림 2] 페이스북의 새로운 데이팅 앱


▸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더 많은 정보를 담게 될 새로운 개인 프로필 작성을 유도하는 서비스를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비난하며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페이스북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음


◾ 가짜뉴스 유포 및 선거 악용 방지를 위한 대책의 핵심은 AI와 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가짜뉴스 유포 계정을 조기에 삭제해 확산을 최소화한다는 것임


▸ 페이스북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대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프랑스 대통령 선거, 독일 연방 의회 선거,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 보선에서 AI 도구를 사용해 수십 만 개의 가짜 계정(Fake Account)을 제거했다고 함


▸ 또한 지난 미국 대선 과정의 추적 조사를 통해 부정 계정을 더듬어 가면서 러시아가 관여한 것으로 밝혀지면 이 계정들을 폐쇄했다고 발표하였음


▸ 올해 미국에서는 중간 선거가 있고, 그 밖에 멕시코,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중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저커버그는 이번 F8에서 이들 선거 과정에 페이스북이 악용되지 않기 위해 만전의 조치를 다할 것임을 선언하였음


◾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기조연설에 이어 부적절한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위해 ‘갠(GAN)’이라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함


▸ 부적절한 콘텐츠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이를 감지하는 기법도 다른데, 부적절한 콘텐츠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누드 사진이나 폭력적 장면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기술을 이용해 감지한다고 함


▸ 또한 AI 기술의 진화에 의해 컴퓨터 비전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부적절한 콘텐츠들을 높은 정밀도로 판정해 낼 수 있어 시스템이 거의 전자동으로 제거하지만, 판정이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는 전임 직원이 대응하고 있음


▸ 한편 AI를 이용한 콘텐츠 판정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 증오 발언의 감지인데, 증오 발언이란 인종이나 종교 또는 성적 취향 등에 대해 비방하는 행위를 의미함


▸ 폭력적 차별 발언은 종종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AI는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기사의 내용이 상대를 비방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것을 의도하고 있는지, 그 컨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임


▸ 예를 들어, “I 'm going to beat you!”라는 메시지를 받을 경우 이것이 자신을 비방하고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전적으로 문맥에 따라야 함


▸ “너를 두들겨 패주겠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면 위협을 가하는 것이지만, “너를 이겨주겠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면 서로 이기기 위해 분발하자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임(그림 3에서“Look at that pig!"와 같은 말도 마찬가지임)


<자료> Facebook

[그림 3] 차별 발언 감지에 필요한 컨텍스트 이해


▸ 이런 경우는 사람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AI에게는 가장 어려운 분야로 지금의 기술로는 올바른 판정을 할 수 없는데, 따라서 기술 개선을 위해서는 알고리즘을 교육하기 위해 증오 연설의 사례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


▸ 따라서 페이스북은 한 AI가 증오 연설을 자동으로 생성하면 다른 AI가 증오 연설 여부를 감지하게 하는 소위 ‘생성적 대립쌍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GAN)'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함


▸ ‘갠(GAN)'은 두 개의 신경망을 두고 가령 한쪽에는 위조지폐범의 역할을, 다른 한쪽에는 감식반의 역할을 부여해, 상호 경쟁하는 과정에서 신경망을 고도화하는 기술임


◾ 미국 대선에서 문제가 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중점 대응 과제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인데, AI로 직접 감지는 어려우므로 부정 계정 폐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함


▸ 현재 AI가 가짜뉴스를 직접 감지하는 기술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부정 계정을 찾아내 폐쇄함으로써 정보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것임


▸ 부정 계정은 가짜뉴스뿐 아니라 스팸이나 악성 광고를 발신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고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적극적 대책을 추진하고 있음


<자료> Facebook

[그림 4] 가짜뉴스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저커버그


▸ 부정 계정은 특이한 작동을 보이므로 우선 AI로 이 패턴을 감지하는데, 가령 스팸을 전송하는 악성 계정은 기사를 높은 빈도로 반복 게시하는 등 특이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여, 이런 신호를 기계학습 기법으로 감지하게 됨


▸ 소셜 미디어는 또한 과격파 조직의 광고탑으로 사용되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한데, 페이스북은 AI를 도입해 IS(이슬람 국가)나 알카에다 등을 선전하는 콘텐츠와 계정을 확인하고 이를 제거하고 있음


▸ AI는 이미 삭제한 사진이나 비디오와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과격파 조직이 게시하는 콘텐츠를 감지하며, 텍스트도 마찬가지로 이미 삭제된 텍스트를 학습하여 문자 기반의 신호를 파악함으로써 테러를 조장하는 텍스트를 이해한다고 함


▸ AI가 테러 관련 내용을 감지하는 동시에 전담 직원이나 전문가도 수동으로 이러한 작업을 실행하는데, 페이스북에 따르면 2018년 1분기에만 IS와 알카에다 관련 콘텐츠 190 만 건을 삭제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음


◾ 페이스북은 AI 등 최신 기술과 전담 대응팀 운영 등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모든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이용자들의 협조도 적극 당부하고 있음


▸ 페이스북이 AI, 기계학습, 컴퓨터 비전 기술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짜뉴스와 부적절 콘텐츠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대응 방안이 성공을 거두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음


▸ 페이스북은 부적절한 콘텐츠가 발견된다면 신고해 줄 것을 이용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으며, 동시에 페이스북 내에 전담 직원을 2만 명으로 증원하고 수동으로 부적절한 콘텐츠의 적발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임


◾ 플랫폼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얻는 이익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는데, 이번 페이스북의 대응 방안으로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이고 있음


▸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저커버그는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페이스북을 이용한 정보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경고를 받았지만 그 대책은 강구하지 않았음


▸ 그러면서 근거로 든 것은 페이스북은 뉴스 전달 기업이 아니라 ‘게시판’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특정 기사를 삭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자체 법률 해석이었음


▸ 페이스북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뉴스 소비 패턴이 SNS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정작 SNS 플랫폼 스스로가 부정하는 꼴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거나 저커버그가 방조를 통해 트럼프를 돕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음



▸ 페이스북의 입장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의해 8,3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이용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한 후 가짜뉴스가 통할만 한, 멘탈이 약한 사람들을 골라 가짜뉴스를 적극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임


▸ 페이스북의 시스템 특성을 이용해 가짜뉴스를 통한 정치 운동을 한 것이 드러난 집단이 발각된 상황에서, 자신들은 게시판일 뿐이라며 아무런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워진 것임


<자료> Daniel Bradley

[그림 5] 소셜 미디어들의 사회적 책임(CSR)


▸ 페이스북의 이번 발표는 스스로 정체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든지와 상관없이 잘못된 기사는 게재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플랫폼의 책임이라는 지침을 세운 것이며, 계속해서 여론이 조작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


▸ 플랫폼들은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골몰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떠안고 규제를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이중적 태도가 불식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음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92호(2017. 4. 19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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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타운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인프라.pdf



ž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 확산에 이용됐다고 거센 비판을 받았던 페이스북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인프라로 변화를 선언한 이후 첫 행보로 타운홀(Townhall) 기능을 추가


Ø 가짜 뉴스 파동 이후 처음에 소극적이었던 마크 저커버그는 곧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에 표시되지 않게 되는 구조를 만들어 그 퇴치에 나서고 있음


Ø 이후 올해 2월 저커버그는 글로벌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페이스북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인프라가 되겠다고 선언하였음


Ø 구체적으로 서로 돕는 사회, 안전한 사회,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시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포용적인 공동체를 목표로 제시하며, 미래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페이스북을 사용해 달라고 호소하였음


Ø 선언 이후 첫번째 움직임으로 페이스북은 타운홀 기능을 추가했는데, 타운홀은 시청, 시의회, 동사무소 등을 뜻하며, 이 기능은 지방의회 의원에 시민의 요청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임


ž 페이스북의 타운홀 페이지에 접속하면 페이스북에 계정을 등록하고 있는 지방 의원들의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아직 단순한 기능이지만 시민의 정치활동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음



<자료> Android Headline


[그림 1] 페이스북의 정치참여 기능 타운홀


Ø 타운홀 페이지에 접속하여 주소를 입력하면 지역의 시의원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으며, 주소를 입력하지 않으면 주지사와 부지사, 주 의회 의원 등의 리스트가 사진과 함께 표시되는데 팔로우 하거나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음


Ø 여기에 표시되는 의원들의 명단은 페이스북에 계정을 등록하고 있는 의원에 한정되며 연락 방법도 전화, 이메일, 문자 등 위원들이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노출하는 것에 제한


Ø 이 밖에 선거일 환기 등의 기능도 제공하고 있는데, 타운홀이 제공하는 기능은 전반적으로 아직 단순하다 할 수 있지만, 시민의 정치 활동이 점차 활발해 지고 있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


ž 타운홀은 시민이 정치에 대해 단지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서 나아가 적극 행동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실현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


Ø 작년 대선 기간 동안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과 함께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친구 네트워크로 묶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자기 강화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라는 문제점을 드러냈음


Ø 영어로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거품 속에만 머문다(stay in your bubble)'고 표현되는데, 페이스북에서는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만 관계를 맺다 보니 외부의 견해와 객관적 상황이 보이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임


Ø 타운홀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단지 의견을 나누게 하는 기능 제공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시민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는 것으로, 페이스북이 좋아요로 대변되는 소극적 플랫폼에서 한걸음 더 전진하려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음


Ø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특히 반 트럼프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사이트들이 급증하고 있고 이들 역시 집회를 열거나 지역 의원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세계 모든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큼


Ø 사실 페이스북이 타운홀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지만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위험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을 것인데, 이번 타운홀 발표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되 플랫폼이 할 일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보임


Ø 타운홀 외에도 페이스북 현재 진행 중인 활동은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뉴스의 진위에 대한 판단력을 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활동을 확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및 교육 관계자 회의를 개최하는 것임


Ø 페이스북은 ​​새로운 채팅 및 비디오 기능을 매일 추가해 나가는 한편 시민 사회를 위한 인프라로 변모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비슷한 속도로 도전을 해나가고 있음


※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91호(2017. 4. 12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가짜뉴스 범람_누가 공유했는가로 신뢰도 판단.pdf


ž 페이스북 등 SNS에서 뉴스 기사를 본 경우, 그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누가 썼는가가 아니라 누가 공유했는가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음


Ø 미국 신문협회 산하 연구기관인 아메리칸 프레스 인스티튜트(API) AP 통신 NORC 공공 홍보 센터는 공동으로 온라인 여론조사 아메리스피크(Amerispeak)를 이용하여 조사를 진행


Ø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건강과 관련한 뉴스 기사 공유 게시물을 보여준 후 다양한 질문을 던졌는데, 이때 절반의 사람에게는 사전에 알고 있는 신뢰할 만한 인물이 공유한 게시물울, 나머지 절반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유한 게시물을 보여주었음


Ø 첫번째 조사는 공유된 기사에 대해 올바른 사실 전달, 다양한 관점, 흥미, 중요 정보 발견의 용이성, 신뢰성 5가지 요소에 대한 평가를 묻는 것이었는데,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공유한 게시물일 경우 평가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음


[1] 신뢰하는 공유자와 신뢰하지 않는 공유자의 게시물에 대한 평가

평가 항목

신뢰하는 공유자

신뢰하지 않는 공유자

올바른 사실 전달

50%

34%

다양한 시각

31%

22%

흥미

30%

19%

중요 정보를 쉽게 발견

54%

40%

신뢰도

51%

34%

<자료> American Press Institute


Ø 두 번째 조사는 게시물을 SNS에서 본 후 어떤 행동을 취하는가에 관한 것인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기사를 공유한 사람의 입장을 따른다는 항목의 응답률이 기사를 공유한 사람을 신뢰하는지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 것


[2] 신뢰하는 공유자와 신뢰하지 않는 공유자의 게시물을 본 이후의 행동

평가 항목

신뢰하는 공유자

신뢰하지 않는 공유자

기사 공유

38%

24%

기사를 발행한 미디어에 가입

13%

6%

미디어의 소셜 계정을 팔로우

18%

12%

미디어를 친구에 추천

24%

14%

기사를 공유한 사람을 팔로우

35%

8%

<자료> American Press Institute


Ø 가령, 만약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기사를 공유하면서 그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단 경우에는 35%의 사람은 그 사람의 입장을 따른다고 답했지만, 신뢰하지 않은 사람이 기사를 공유하며 부정적 의견을 단 경우 이를 추종한다는 응답은 8%에 불과


ž 이는 SNS 상의 뉴스 소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영향은 공유되는 뉴스의 가치 판단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시사


Ø 또 다른 조사 실험에서는 공유되는 기사에 두 종류를 뉴스를 사용했는데, 하나는 AP 통신에서 제작한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DailyNewsReview.com이라는 가상의 뉴스 소스 명의로 제작한 뉴스로 내용은 AP 통신의 것과 거의 유사


Ø 실험은 들어보지 못한 언론사의 뉴스를 지인이 공유한 경우AP통신의 기사를 신뢰하는 지인이 공유한 경우, 그리고 AP 통신의 기사를 신뢰하지 않는 지인이 공유한 경우로 나누어 공유된 뉴스에 대한 평가를 비교하였음


Ø 그 결과 언론사의 지명도는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동일한 AP 통신의 뉴스라 하더라도 전달하는 지인의 AP 통신에 대한 입장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남


[3] 신뢰하는 공유자의 미디어에 대한 입장 표명에 따른 게시물에 대한 평가

평가 항목

DailyNewsReview(가상의 뉴스 미디어)의 뉴스

AP의 뉴스

(신뢰하는 공유자가

AP 신뢰 표명)

AP의 뉴스

(신뢰하는 공유자가

AP 불신 표명)

올바른 사실 전달

42%

47%

34%

다양한 시각

29%

29%

20%

흥미

49%

53%

37%

중요 정보를 쉽게 발견

45%

48%

33%

<자료> American Press Institute


[4] 신뢰하는 공유자의 미디어에 대한 입장 표명에 따른 게시물을 본 이후의 행동

평가 항목

가상의 미디어의

뉴스

AP의 뉴스

(신뢰하는 공유자가

AP 신뢰 표명)

AP의 뉴스

(신뢰하는 공유자가

AP 불신 표명)

기사를 발행한 미디어에 가입

9%

13%

5%

미디어의 소셜 계정을 팔로우

15%

20%

8%

미디어를 친구에 추천

19%

27%

9%

<자료> American Press Institute


Ø 이는 기사를 보고 난 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여서, 기사를 친구에게 추천한다는 응답은 들어보지 못한 언론사의 뉴스를 지인이 공유한 경우 19%임에 비해 AP 통신의 기사를 신뢰하지 않는 지인이 공유한 경우 9%로 크게 하락하였음


Ø 이번 초사의 하이라이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공유한 들어보지 못한 미디어의 뉴스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공유한 A 통신의 뉴스에 대한 평가 비교인데, 뉴스 소스의 신뢰성 보다는 공유한 사람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남


ž 미국 신문협회와 AP 통신의 이번 조사 결과는 소위 페이스북의 가짜 뉴스가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볼 수 있음


Ø SNS를 통한 뉴스 소비의 특성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가치 판단의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음


Ø SNS 상에서는 아무래도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친구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다 보니 주로 접하는 뉴스나 뉴스의 관점도 비슷할 확률이 높고 결국 유사한 뉴스만 반복 소비하게 됨


Ø 따라서 친구 관계 내에서 유통되는 뉴스는 다양성 보다는 동질성이 높게 나타나고, 같은 내용을 반복 소비하다 보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뉴스 만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기제가 자연스레 강화될 수밖에 없음


Ø 만약 이런 유통 메커니즘에 가짜 뉴스가 접목된다면 그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더라도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현실적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임


Ø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가짜 뉴스를 사실로 믿고 오히려 진실을 부정하게 되는 경우인데, 자기 주변의 친구들과 항상 공유해 오던 것과 전혀 다른 내용을 접하게 되면, 비록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부정하는 태도를 띠게 됨


Ø 게다가 그 동안 믿어왔던 내용들을 부정하게 되면 스스로 인지부조화에 처하게 되므로 자기 방어 기제에 따라 가짜 뉴스를 더욱 더 진실이라 믿고 집착하게 되며, 자신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띠게 될 가능성도 있음


Ø 전통적 미디어 환경에서는 객관성과 기계적 중립성이 미덕으로 여겨졌으나, 개인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가 접목되면서 주관적 성향이 강화되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SNS 상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보여지는 정보에 대해 스스로 팩트 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