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23호(2017. 11. 22.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 IITP에서 PDF 포맷으로 퍼블리싱한 파일을 첨부합니다. 가독성이 좋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환자 스스로 약을 조제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바이오 해커’ 운동.pdf



ž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전통적인 의학 연구 및 교육기관에 통하지 않고 생물학 및 생명 과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바이오 해커(Bio Hacker) 운동이 최근 확산되고 있음


Ø 바이오 해커 운동의 대표적 사례는 환자가 스스로 약을 조제할 수 있는, 소위 DIY 처방인데 약 조제 정보를 배포하고 있는 마이클 로퍼는 제품이 아닌 정보를 발신하고 있는 이상 미 식품의 약국(FDA)도 단속하지 못한다며 정보 고유를 지속하고 있음


Ø 마이클 로퍼는 4인조 도둑의 식초(Four Thieves Vinegar)라는 단체의 리더로 과민성 쇼크를 완화하기 위한 자기 주사기 ‘’에피 펜슬(EPI Pencil)을 시장 가격의 20분의 1 30 달러에 DIY 할 수 있는 방법을 배포한 인물임


<자료> Four Thieves Vinegar


[동영상] DIY로 만든 에피 펜슬


Ø 4인조 도둑의 식초(Four Thieves Vinegar)라는 명칭은 1628년 프랑스 남부에서 흑사병으로 5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던 시기에 죽어가던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도둑질을 해 큰 부를 쌓은 4명의 도둑 고사에서 유래한 것임


Ø 이 도둑들은 사람을 죽이고 집을 턴 죄목으로 화형을 선고 받았다가, 형을 면하는 조건으로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과 접촉하고도 감염되지 않는 비법을 털어 놓았는데, 비법은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식초를 온몸에 뿌리는 것이었음



Ø 이렇게 알려진 비법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고,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4인조 도둑의 식초라는 브랜드가 아직도 프랑스에 있는데, 아무튼 이 명칭은 민간 요법 또는 스스로 깨우친 처방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음


[그림 1] 4인조 도둑의 식초


Ø 마이클 로퍼가 유튜브에 공개한 에피 펜슬을 DIY로 자작하는 방법 동영상은 현재 3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음


Ø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돼 할리우드 셀럽들에게까지 유행처럼 번진 방탄 커피(bullet proof coffee)를 개발한 데이브 애스프리 역시 스스로를 바이오 해커라 칭하고 있음


Ø 방탄 커피는 커피에 버터를 빠뜨려 먹기 때문에 버터 커피라고도 불리며, 아침마다 마시면 총알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강한 에너지를 몸에 공급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데, 방탄 커피에서 보듯 바이오 해킹이 사용되는 맥락은 다소 포괄적임


ž 많은 의학 전문가들은 DIY로 약을 만드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마이클 로퍼는 자신의 활동을 도덕 혁명으로 바라보고 있음


Ø 로퍼의 목적은 에피 펜슬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의료 도구와 약을 환자가 DIY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데스크톱 연구소와 고가의 C형 간염 약인  소포스부비어를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는 조제법을 만드는 것임


Ø 전문가들은 DIY로 약을 만드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제약회사가 약의 가격을 정작 약이 필요한 환자들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게 끌어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로퍼는 자신의 활동을 도덕 혁명이라 지칭하고 있음


Ø 로퍼는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약에 환자가 접근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살인이며, 살인을 막기 위해 지적재산권 훔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고 있음


Ø 오리곤 보건과학대학의 비나이 프라사드 교수는 비상시에는 비상 수단이 필요하며, 1년치 약값이 75만 달러에 이르는 초고가의 약까지 존재하는 미국에서, 환자가 스스로 약을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기는 하지만 로퍼와 같은 인물의 등장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음


ž 로퍼는 현재 캘리포니아 멘로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 자신이 직접 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낄 만큼 궁핍한 생활을 한 것은 전혀 아님


Ø 기자의 아들로 태어난 로퍼는 부모가 부유했기 때문에 경제적 궁핍에 처해본 적은 없으며 현재도 고급 주택지에서 거주하고 있음


Ø 그는 대학에서 입자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현대와 고대를 합해 19개 언어를 습득했는데, 졸업 무렵에 프랑스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생겨 배웠는데 하루 만에 프랑스어 논문을 번역할 수준에 통달했다고 함


Ø 로퍼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은 마흐트마 간디인데, 1930년 간디가 영국이 소금을 전매사업으로 만들어 인도인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린데 항의해 소금법 폐지를 주장하며 벌인 소금 행진과 제약 회사의 독점에 맞서 싸우는 자신의 행위를 같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음


Ø 그는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로 칭하고 있지만 아나키스트는 어떠해야 한다는 관념에 구애 받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대학교 수업에서는 자신이 수업을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전달되도록 항상 정장을 입고 강의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함


ž 로퍼의 삶에 전환점이 된 것은 몇 년 전 엘살바도르에 자원 봉사를 간 것이었는데, 항생제와 알약이 도난 당했을 때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걸 보고 DIY 조제를 생각했다고 함


Ø 오지에서 약품이 도난 당하자 모두 저렴한 제네릭(복제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품 공급업체가 현장에서 바로 추가 신청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로퍼는 간호사나 환자가 간이 실험실에서 스스로 약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함


Ø 그 사건이 있은 지 2 년 후 로퍼는 마땅히 주어져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필요한 만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음


Ø 로퍼는 현재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만든 C형 간염 치료제 소포스부비어 DIY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인데, 소포스부비어로 C형 간염을 완치시키는데 8 4천 달러가 필요한 반면, 로퍼에 따르면 DIY 약을 복용할 시 800 달러면 가능하다고 함


Ø 지식을 해방시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게 한다는 것이 로퍼의 목적인데, 치료비용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로퍼의 주장에 대해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논평을 거부하고 있음


Ø 로퍼의 조력자로는 의사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 걸친 전문가들이 존재하며, 로퍼는 그들의 힘을 빌려 생명을 구하는 약을 집에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짜내고 있는데,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로퍼는 그들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음


Ø 그러나 가정용 간이 실험실을 만들겠다는 로퍼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 중이어서, 올해 안에 베타 제품이 출시될 예정임


ž 로퍼의 DIY 약품이 실제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로퍼 본인은 중요한 것은 시장성 여부가 아니라 별 다른 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 밝히고 있음


Ø 예를 들어 소포스부비어의 제조는 아주 조금의 양만 잘못되어도 오염이나 과다 복용 등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도 애를 먹는다고 함


Ø NASA의 합성 생물학자이자 바이오 해커로 활동하고 있는 조시아 제이너는 혁명적 첫걸음이라는 말로 로퍼가 만든 레시피나 실험실에서 만든 약의 위대함을 찬양하면서도, 로퍼의 활동은 개념의 증명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시장에 로퍼의 조제물이 나돌 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음


Ø 위험을 무릅쓰고 가정용 랩이나 DIY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도저히 약값을 부담할 수 없는 매우 궁핍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거나 실험 자체를 즐기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에 시장은 매우 협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로퍼도 인정하고 있음


Ø 에피 펜슬 만드는 방법을 공개 한 후에 실제로 몇 사람이나 자작하여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며, 일부 유튜브 채널 중에는 로퍼가 공개한 방법에 따라 에피 펜슬을 DIY해봤는데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기도 함


Ø 그러나 로퍼는 시장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절망에 빠진 환자에게 힘을 주는 것이며, 4인조 도둑의 식초 단체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로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 말하고 있음


ž 바이오 해커 운동이 경제적 이유로 약을 먹지 못하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칫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위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예상됨


Ø 4인조 도둑의 식초 단체는 약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지는 않으며, 전문가들은 FDA는 약품을 관리, 감독하는 기구이므로 바이오 해커 운동에 개입 할 수 없다고 함


Ø 로퍼는 다른 기업들이 4인조 도둑의 식초 단체가 제창하는 것과 같은 소형 조제실 도구를 상품으로 판매하기 시작해도 이의를 제기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고 있음


Ø 만일 더 많은 바이오 해커들이 DIY로 약을 만드는 방법을 전파하거나 도구를 개발하는 데 나서준다면 이는 로퍼의 시도가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일일 것임


Ø 로퍼가 우려하는 것은, 의사와 제약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다는 컨셉을 내세운 DIY 약 만들기가 재차 고도의 숙련 기술을 필요로 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버리는 것임


Ø 법률 전문가들은 DIY로 약을 만든다는 행동에 대해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의미가 있는 일이며, 로퍼를 따라 한 누군가가 실수로 사망한 경우에는 법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도덕적인 책임이 발생할 것임을 지적하고 있음


Ø 이런 지적에 대해 로퍼는, 사람이 치료 방법에 접근하지 못해 죽어가는 것에 더 윤리적인 책임을 느끼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약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이를 세상에 전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를 죽게 만드는 일에 공모하는 것과 같다고 말함


<자료> MichaelSLaufer


[그림 2] 약품 판매의 윤리적 문제


Ø 로퍼는 현재 FDA나 미국제약산업협회(PhRMA)로부터 압력을 받은 일은 없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로퍼는 아직 자신이 그들에게 충분한 위협이 아니어서 그런 것이며, 자신은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 말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