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875호(2018. 12. 5.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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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소비 전력을 100% 태양광 에너지로 충당하려는 미국 스포츠업계.pdf



UN이 제시하여 사회경제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SDGs(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준수 노력이 각 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스포츠 업계에서도 SDGs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


미식축구(NFL)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약 69천 명을 수용하는 홈구장 링컨 파이낸셜 필드의 한쪽 면과 스탠드에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11천 개의 태양광 패널과 14기의 풍력 발전기 를 설치했으며, 이를 통해 현재 경기장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30%를 커버하고 있음


나머지 전력도 바이오 디젤과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발전 시설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이오 디젤의 생산에는 유기 쓰레기와 폐식용유 등을 사용하고 있음


<자료> Ray Angelini, Inc.

[그림 1] 링컨 파이낸셜 필드의 태양광 패널


NFL 소속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SDGs 준수에 열성적인데, 홈구장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IT 설비를 갖춘 스마트 스타디움인 동시에 환경친화적 건물로도 유명함


이 건물은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의 건축 및 도시의 친환경 성능 평가시스템인 ‘LEED(리드,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에서 2014년과 2016년에 각각 골드 등급을 인정받은 바 있음


리바이스 스타디움의 보행자 통로와 스탠드 상단에는 약 1,858 m2 면적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으며, 여기서 나온 전기로 경기장 사용 전력의 37%를 충당하고 있음


또한 스위트 박스로 들어가는 빌딩 옥상에서는 양상추 등의 야채도 재배하고 있으며, 청소 용품 및 일회용 종이 제품, 쓰레기봉투 등의 구매에도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현재 지속가능성 기준을 85.93% 충족하고 있음


49ers의 노력은 경기장뿐만 아니라 식품 손실(Food Loss) 대책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남은 식료품을 기증받아 빈곤층에 전달하는 단체 코피아(Copia)’2017년에 업무 협약을 체결


49ers는 선수들이 식사하는 카페테리아에서 나오는 남은 음식을 기부했는데, 코피아 측은 이 음식들이 대부분 단백질이고 건강에 좋으며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어서 먹지 못해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자신들에게 특히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극찬


올해는 제휴를 확대해 경기장 내에서 1년 내내 운영 중인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잉여 식품의 제공도 시작했으며, 49ers의 홈 경기 당일 잉여 식품의 제공도 시작하였음


49ers의 근거지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지로 유명 IT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인 동시에 멕시코 등에서 이민 온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기 때문에, 49ersIT 기업들로부터 남은 식품을 제공받는 코피아의 활동은 아주 효과적이라 평가되고 있음


49ers 입장에서도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고, 식품 로스 대책 활동을 보고함으로써 세금 감면 혜택을 일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코피아와 파트너십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음


한편 2017LEED에서는 골드 등급보다 높은 최고 등급 플래티넘인증을 받은 경기장이 나왔는데, 스타디움이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첫 번째 사례였음


주인공은 미식축구(NFL)의 애틀랜타 팰콘과 프로축구(MLS)의 유나이티드 F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이었음


<자료> Georgia Power

[그림 2]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의 태양광 패널


4천 장의 태양 전지판은 NFL 10 경기를 치를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스타디움에는 전기 자동차(EV) 48 대를 동시에 충전 할 수 있는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음


반면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은 높은 에너지 효율과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에 힘입어 보통의 스타디움들이 소비하는 것보다 29% 적다고 함


또한 빗물 관리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는데, 최대 약 636만 리터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수조를 만들어 관리용수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일대의 홍수 대책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였음


화장실 등 내부 시설에는 물 사용 효율이 좋은 비품들을 채택했는데, 물 사용량이 일반 스타디움보다 평균 47% 적어졌다고 함


2016년에 오픈한 프로농구(NBA) 새크라멘토 킹스의 홈 코트 골든 1 센터는 실내 스포츠 시설로는 처음으로 LEED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건물임


지난해에는 SDGs 준수 운동을 추진하는 단체인 그린프로젝트관리(GPM)로부터 지속가능성 상을 수상했는데, GPM 측은 골든 1 센터가 전세계 상위 3%에 들어가는 에너지 고성능 건물이라 평가하고 있음


<자료> Golden 1 Center

[그림 3] 골든센터 지붕의 태양광 패널


골든 1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태양광 발전인데,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출력은 700 킬로와트임


여기에 지역전력회사 SMUD와 계약을 맺고 약 64km 떨어진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송전을 받음으로써, 1년 내내 모든 사용 전력을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는 목표를 실현시켰음


또한 최근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용수량을 국가 기준보다 45% 감소하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음


순환 경제(Recycling Economy)에도 주력하고 있어 건설 폐기물의 95%가 매립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해체물의 99%가 재활용되도록 하였음


새크라멘토 킹스 구단은 이런 노력을 비즈니스 파트너 및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으며, 매년 지속가능성의 밤행사를 개최하고 있음


킹스의 구단주 비벡 래너딥은 스포츠 팀은 혁신적인 사고와 리더십을 통해 진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기회와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스포츠 업계가 SDGs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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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햇 인수로 변신 선언한 IBM, IT 공룡은 진화에 성공할 것인가.pdf



[요 약]


IBM이 기업 역사 108년 동안 최대 규모인 340억 달러를 들여 레드햇을 인수한 것은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함. 탈 메인프레임과 아웃소싱 축소 흐름은 지속되는데, IBM의 클라우드의 점유율은 아마존웹서비스의 30분의 1에 불과하고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던 왓슨 AI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레드햇 인수를 전후해 IBM은 기존 사업 방식에서 탈피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는데, IT 공룡이 과연 급속한 환경 변화에 적응해 진화해 나갈지 관심이 모이고 있음



[ 본 문 ]


IBM은 지난 10월 말 리눅스(Linux)를 공급하는 레드햇(RedHat)을 약 34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초대형 인수는 IBM의 건곤일척 승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임


거액 인수 단행의 배경에는 침체된 IBM의 클라우드 사업이 자리하고 있는데, 기업용 OS 시장에서 존재감이 강한 레드햇의 리눅스 배포판인 ‘Red Hat Enterprise Linux(RHEL)’ 등을 무기 삼아 기업에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함을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임


RHEL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구글의 4대 클라우드를 지원하고 있는데, RHEL에서 구동되는 기간계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이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RHEL을 가동하는 구성을 채택하는 기업의 수가 적지 않음


<자료> betanews

[그림 1] IBM의 레드햇 인수


IBM은 레드햇의 제품군을 손에 넣음으로써 다양한 클라우드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을 일괄적으로 수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여러 클라우드를 통합하여 운영 관리하는 서비스나 AI(인공지능) 시스템 등을 판매하는 발판도 확보할 수도 있음


버지니아 로메티 IBM 회장 겸 CEO는 이번 레드햇 인수를 통해 클라우드 업계의 지형이 변화할 것이며, 클라우드 시장에 관련된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면 기대감을 표명


로메티 CEO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컴퓨터 처리 능력을 빌려 쓰고 있을 뿐 클라우드로 이행하는 전체 여정의 20% 정도 밖에 도달해 있지 못함


지금까지는 CRM(고객관계관리) 등 주변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기간계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이 본격화 될 수 있을 것인데, 로메티 CEO는 바로 그 지점에서 IBM이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 보고 있는 것


승부수라는 표현은 사실 달리 말하면 IBM이 이번 대형 인수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노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IBM이 위기에 몰려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함


IBM은 자체 IaaS(서버 호스팅 클라우드 서비스)‘IBM Cloud’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IBM의 시장 점유율은 글로벌 5, 수치로는 2%에 채 못 미침


선두인 AWS와는 5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벌어져 반전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IBM은 최근 수년간 스스로의 힘으로 경쟁하려던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음


 

IBM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담당 수석 부사장인 어바인 크리슈나가 이번 레드햇 인수로 IBM은 진정한 멀티 클라우드 사업자가 되었으며, 여러 클라우드에 걸쳐 레드햇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우선 미션이라 밝힌 것도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임


아울러 IBM은 자신이 강점을 발휘하기 어렵고 가격 경쟁 성향을 띠는 IaaS비경쟁 영역이라 자리매김 해놓고, 그 위에서 구동되는 데이터 분석 등 애플리케이션이나 미들웨어로 결판을 보겠다는 뜻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음


<자료> Microsoft

[그림 2] 클라우드 서비스의 유형: IaaS, PaaS, SaaS


IBM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변화 몸부림은 IBM이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한데, IBM의 매출은 2017년까지 6년 연속 감소해 왔으며 클라우드는 물론 향후 수익원으로 기대했던 AI 시스템 ‘Watson(왓슨)’ 등의 고객 반응도 예상을 밑돌고 있음


여전히 메인프레임 등 기존 사업에 수익을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그 기존 사업마저도 수요 감소 등 고전을 겪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획기적 돌파구가 없다면 큰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데, 레드햇 인수가 건곤일척 승부수라는 표현은 이런 상황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음


최근 6년간 IBM의 매출은 26%가 감소했으며 시가총액도 40%나 감소했는데, 실적 면에서 IBM의 아픈 손가락은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여전히 고전 중인 왓슨 사업 부문


<자료> ITPro

[그림 3] 주요 IT기업 지난 5년간 시가총액 변화


IBM 창업자의 이름을 딴 AI 왓슨은 2011년 퀴즈쇼 우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으며, 한 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 러시가 일어나기도 했으나 이내 고전에 직면하게 되었고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내고 있음


 왓슨의 실적 부진에 대해 업계에서는 고객 기업들이 왓슨의 환상에서 깨어났다라고 평가하는데, 도입한 기업들은 대체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큰 실망을 표출하고 있음


초기 왓슨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곳은 금융기관들로 주로 CRM 분야에 도입했는데, 매장이나 웹사이트, 콜센터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왓슨이 분석해 고객 응대의 질을 높이고 은행 업무를 효율화한다는 청사진을 그렸음


고객의 질문에 왓슨이 먼저 대답하고 사람이 대답할 수 없는 것들에만 운영자가 대응하는 것을 그렸으나, PoC(개념검증) 단계에서 왓슨의 대응 정확도는 평균 5% 정도에 불과


이런 문제는 특히 비영어권 국가에서 도입 시 더욱 두드러졌는데, 이후 수많은 응답 패턴으로 왓슨을 학습시켰지만 노력에 비해 학습 곡선은 생각만큼 우상향을 그리지 못했다고 함


데이터 수집 및 사전 처리에도 애초 예상한 것보다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학습을 위해 모든 데이터를 왓슨이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가공하는 작업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 것


 그 사이 왓슨의 경쟁자들은 연이어 출현했고, 이제 고객기업들은 여러 벤더가 내놓은 AI의 특성을 판별하여 장단점을 가린 후 선택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시장 개척자로서 선발자의 이점을 확실히 굳히지 못한 것은 IBM으로서 아쉬운 지점


왓슨 사업의 부진을 IBM의 자승자박이라 볼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한데, IBM 스스로 과도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 기업의 기대를 너무 높여 놓은 것이 문제였다는 분석도 있음


사업 초기에는 IBM 내부에서도 고객 기업의 기대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3AI 의 파도가 이런 신중함을 휩쓸고 갔는데, 그간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호기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모이며 마케팅을 강화하게 되었음


대표적 홍보 사례는 20154월 로메티 회장이 애플의 팀 쿡 CEO, 일본우정공사 사장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인의 모니터링 서비스를 전개한다고 발표한 것

<자료> AP

[그림 4] IBM-애플-일본우정공사의 공동사업 발표


서비스의 내용은 아이패드에 IBM이 개발한 앱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합하여 약 복용시간이나 운동, 다이어트 관련 정보를 보내고 쇼핑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었음


왓슨의 활용도 당연히 포함되었는데, 가령 왓슨이 노인의 위치나 움직임 등을 판단하여 안부 확인을 할 수 있는 구조를 상정하였고, 이런 기능은 향후 고령화에 직면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응용될 것으로 큰 기대가 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음


하지만 사업 구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수익성에 물음표가 붙었는데, 이 시기에 지방자치단체와 보안업체들이 저가의 모니터링 서비스를 가지고 이 시장에 속속 진입을 시작했기 때문


당시 IBM은 노인 모니터링 서비스를 위해 8개사와 협력해 새로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수익성이 불투명해지며 계획은 무산되었고, 사업 규모는 대폭 축소되었으며, 서비스에서 왓슨의 활용도 보류되었음


이는 왓슨에 거는 기업 최고위층의 기대와 마케팅으로 자극된 기대치가 현실을 앞서 가며, 사업모델 등 실무 레벨의 검토가 소홀했을 가능성을 드러내 주는 사례임


왓슨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화하며 사업을 정돈해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왓슨은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선 정도이며, 그 사이 쟁쟁한 경쟁자들이 나타남에 따라 시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


지금이야 기업들이 AI를 어떻게 사업 목적에 맞게 교육시킬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인기 퀴즈쇼의 챔피언들을 이긴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기업들은 당시 왓슨을 만능 AI’로 믿었고, IBM은 왓슨 채택 기업의 기대와 현실 사이 괴리를 메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음


왓슨의 가능성에 가장 빨리 관심을 보이며 IBM과 제휴한 소프트뱅크는 가장 먼저 부풀려진 기대의 폐해를 인식한 기업이기도 하데, IBM은 소프트뱅크와 함께 왓슨을 이용한 패키지 서비스를 목록으로 정리하면서 왓슨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명확히 하였음


이런 과정을 통해 AI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AI는 어디까지나 지원도구라는 인식을 기업에 심어줄 수 있었다고 하고, 이런 노력에 힘입어 왓슨 판매 실적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함


소프트뱅크 측에 따르면 초기에는 프로토타입을 거쳐 실전에 배치해도 계속 이용하는 기업은 2~3%에 그쳤지만 최근에 이 수치는 80% 정도까지 증가했다고 하는데, 왓슨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격은 조금씩 메워져 가는 것으로 보임


그러나 왓슨 관련 프로젝트에서는 IBM도 파트너사도 아직 왓슨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자들도 AI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IBM의 고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


왓슨의 부진이 뼈아픈 이유는 여전히 IBM의 주 수익원인 메인프레임 사업부문은 수요 감소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를 수 없으며,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빙하기에 접어들 것이기 때문


메인프레임 시장의 축소는 IBM을 조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위협 요인인데, 탈 메인프레임이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이 흐름은 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을 IBM에 위탁하는 대형 아웃소싱 계약의 축소와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


기간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이관하는 사업을 할 때 통상 메인프레임 구축 사업자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며, IBM 같이 메인프레임과 클라우드 사업을 겸하는 경우 PMO(프로젝트 관리자)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 IBMPMO에서 배제되고 일일 종정 발생하고 있음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IBM이 명확한 계획이 있는 상명하달식의 개발에는 능숙하지만, 여러 가능성 사이를 더듬으며 헤쳐 나가야 하는 민첩한(agile) 개발 프로젝트의 PMO 역할에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평을 하고 있음


이러한 평가는 IBM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는 편견일 수도 있지만, 무거운 기간계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운용 환경에 능숙한 기업과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임


메인프레임 시장이 축소할 경우 IBM으로서는 하드웨어 사업은 물론 하드웨어 이외의 사업도 축소될 우려가 있기에 IBM으로서는 신속한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임


탈 메인프레임은 데이터로도 분명히 확인되고 있는데, IDC에 따르면 2022년경까지 서버 시장에서 메인프레임의 비중은 10%로 감소할 전망임


물론 여전히 IBM의 메인프레임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으며, 신뢰성이 생명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메인프레임의 작업을 그대로 클라우드로 이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나, 중장기적으로 메인프레임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 하며 빙하기는 명확히 도래하고 있음


오래 전부터 IBM의 주요 고객인 기업들 중에는 지금도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주요 고객들이 탈 메인프레임 흐름을 수용해 타사의 클라우드를 채택하고 응용프로그램 유지 보수 및 운용도 타사로 전환하는 것이 IBM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임


IBM으로서는 자사의 클라우드로 갈아타 주면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IBM은 그 동안 기존 사업모델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 해 메인프레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을 꺼려한 측면이 있음


IBM이 민첩한 개발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에 부적합하다는 평가 등도 사실은 IBM의 이러한 어정쩡한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데, 고객 입장에서는 IBM과 클라우드를 대체재 관계로 인식하기 때문에 IBM의 클라우드 사업에 대해 신뢰성을 갖기가 어려운 것임


IBM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걸쳐 아웃소싱 사업을 성공시킴으로써 하드웨어에서 서비스 사업으로 성공적인 사업구조 전환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음


그러나 지금은 고객 기업을 틀 안에 가둔다IBM의 기본 전략은 진화하지 못했고, 단지 고객 포위 도구가 메인프레임에서 두꺼운 계약서에 바뀌었을 뿐이란 평을 받고 있음


고객에게 누가 최고의 제안을 하느냐를 두고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IBM은 자칫 메인프레임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 자체를 잃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임


이런 상황의 엄중함 때문에 IBM은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내리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음


36만 명의 직원이 움직이는 공룡 IBM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340억 달러를 투입한 레드햇의 인수는 이런 변화의 몸부림을 상징함


자신들의 서비스인 IBM Cloud를 강화하는 대신 고객이 선택한 여러 클라우드를 연계하고 관리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선명하게 한 것은 분명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임


IBM은 지난달부터 다중 클라우드 관리 지원 서비스인 ‘IBM Cloud Brokerage Services’를 순차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AW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등 경쟁업체의 IaaS까지 포함해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클라우드 선정에서 조달, 관리까지 일괄 지원함


<자료> IBM

[그림 5] IBM Cloud Brokerage Services 화면 예

 

다른 사업부문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가령 AI 사업부문은 구글, 아마존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대거 AI 사업에 주력해 ‘AI의 민주화를 내세운 서비스의 상품화가 진행 중인 환경의 변화를 감안해 1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왓슨의 판매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음


대표적인 것이 왓슨의 판매 및 설치를 담당하는 파트너사를 단숨에 확대한 것인데, 이전에는 일부 대기업 파트너사만 왓슨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면 지금은 100여개 이상의 파트너사들에 사업 권한을 개방하였음


201711월부터는 무상으로 ‘IBM Cloud 라이트 계정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응용프로그램을 10일 이내 개발하지 않으면 계정이 자동 정지되는 등의 조건이 있지만, 왓슨 등의 API를 기간에 관계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음


이러한 일련의 시책들은 효과를 거두고 있어 201810월에 왓슨을 사용하는 기업고객의 수는 PoC(개념 증명)를 포함하여 1년 전에 비해 약 7 배 증가되었다고 함


IBM은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자사의 IaaS IBM Cloud도 뒤늦게나마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특정 기업이 점유할 수 있는 베어메탈 서버를 마련


베어메탈 서버는 고객 정보의 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어 기간계 등의 중요한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길 때 어필 포인트가 될 수 있기에 IBM으로서는 유용한 전략도구라 할 수 있음


IBM은 기간계 등 SoR(System of Record) 분야의 클라우드화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CRM SoE(Sysem of Engagement) 분야의 강자인 아마존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향후 본격화 될 SoR 분야의 클라우드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임


메인프레임 분야에서도 부가가치 창출에 주력하고 있는데, 고객에게 성능을 높인 메인프레임 최신 버전을 제공하거나 마이그레이션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적합한 IT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임


IBM20179월에 내놓은 메인프레임 최신 버전인 z14전방위형 암호화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는데, 정보 유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어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두고 처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음


전방위형 암호화 기능은 OS 자체가 데이터의 암호화 처리를 담당하는 것인 특징으로 메인프레임에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과 미들웨어를 손볼 필요가 없이 OS의 설정을 바꾸면 데이터 암호화가 가능하며, 데이터 처리 성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함


트랜잭션 처리량 등에 따라 과금하는 종량제 등 새로운 가격모델도 선보이고 있는데, 처리가 집중되는 월말에만 메인프레임의 용량을 유연하게 추가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으며, 고가의 메인프레임을 직접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용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음


메인프레임의 지속적 이용을 강요하지 않고, 메인프레임을 어디까지나 IT 인프라의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고객 기업이 원하는 방향에 대한 솔루션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고객 이탈을 방지한다는 전략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임


공룡이라 불리는 IBM이 급속한 환경 변화에 적응해 진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아니면 도태되어 사라질 것인지,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IBM의 미래에 관심이 모이고 있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자가 살아남는 다는 다윈의 명언은 오늘날 ICT 업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되고 있음


340억 달러를 쏟아 붓고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IBM이 공룡의 운명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포유류처럼 환경의 격변에 적응해 새로운 패자로 살아가게 될 것인지는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시장에서 결론 나게 될 것임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를 지켜보는 기업들은 한 가지 명확한 교훈을 확인하게 될 것인데, 바로 이 시대는 압도적 기술력과 영업력을 무기로 고객을 억지로 가두려는 형태와 결별하고 고객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겸손과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