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1779호(2017. 1. 18 발행)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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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자들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 변화 조짐.pdf



[ 요 약 ]


실리콘밸리의 기업 경영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강한 거부감을 내보이며 그를 비판해 왔으나, 선거전 동안의 과격한 발언과는 달리 트럼프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경제 정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자 최고 경영자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 반면, 하이테크 기업의 직원들은 이런 태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속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기술업계와 트럼프의 화해 무드가 어떻게 변해갈 지가 2017년 실리콘밸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



[ 본 문 ]


◈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기업을 비판해왔으며, 이는 다시 실리콘밸리 업계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거리를 두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


FBI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애플의 의사결정을 문제 삼아 트럼프는 국민에게 애플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 것으로 촉구한 바 있음


또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 대해 아마존이 독점 금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베조스가 인수한 워싱턴 포스트가 특별취재팀을 꾸려 트럼프에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되며 논란을 낳기도 했음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는 트럼프의 발언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트럼프의 당선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음


◈ 그러나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자들과 가진 서밋을 계기로 상호 이해의 계기가 마련되며 실리콘밸리 최고 경영자들의 자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


당선 이후 트럼프는 트럼프 타워에 미국을 대표하는 하이테크 기업 경영자들을 초대해 의견 교환의 장을 마련했는데,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어 내용은 단편적으로밖에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회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짐


서밋 회의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시스코, 팔란티어 등 11개 기술기업과 6개 투자 기업 등이 참여하였음



<자료> Chance Miller


[그림 1] 트럼프와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 서밋


•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기술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경영자들을 초대해 의견을 들으려는 트럼프의 태도가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음


또한 정권 인수팀도 흉금을 열고 폭넓게 의견을 요구했다고 하며, 이런 개방적인 자세가 최고 경영자들의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말도 나오고 있음


트럼프와 각을 세웠던 제프 베조스의 경우 서밋 직후, 매우 생산적인 자리였으며 새 정부가 혁신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만족을 표시


이처럼 트럼프가 정권 이행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 개요를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기업가는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이 IT 기업들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것 같다는 평을 내놓고 있음


◈ 트럼프가 기술업계의 유명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설립한 것도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요인임


트럼프가 만든 자문위원회 전략과 정책 포럼(Strategic and Policy Forum)은 경제 정책 입안을 위해 각계의 폭넓게 의견을 듣기 위한 통로로서 기능하게 됨


위원회는 18명으로 구성되었는데, 회장은 대형 투자기업 블랙스톤의 CEO 슈바르츠만이 맡았으며, 자문 위원에는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CEO,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IBM의 지니 로메티 CEO 등이 포함되어 있음


자문위원들은 차세대 교통, 자율운전 기술, 신 재생에너지, 우주 개발 등에 대해 조언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의 이런 행보 속에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자들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해 가졌던 위기감을 기대감으로 바꿔 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임


◈ 기업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세제 개정과 규제 완화로, 트럼프는 규제 완화를 위해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에서 크게 선회할 것임을 표명하고 있음


규제 완화는 주로 금융 및 에너지 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기대감에 연일 상승하고 있는 상황


하이테크 산업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새 정부는 실리콘밸리와 관련성이 높은 FDA(식품의약국)FAA(연방항공국)의 규제 완화를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실리콘밸리에는 바이오 및 메디컬, 헬스케어 관련 기술기업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FDA의 규제 완화는 유전자 분석 사업 분야 등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


FDA HHS(미국 보건복지부)의 산하 조직으로 식품 및 의료 관련 행정을 주관하는데, FDA는 특히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유명함


FDA는 신약의 허가에 엄격한 규칙을 마련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새 정부는 이를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데, 승인 절차가 완화된다면 당연히 의약품 기업들의 사업 추진은 보다 쉬워지게 됨



<자료> A New MERCK Reviewed.


[그림 2] 23andMe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 금지


FDA의 규제 완화는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메디컬 벤처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데, 당장 개인 유전자 분석 사업을 진행하다 FDA의 명령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몰렸던 구글 산하 23andMe가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음


23andMe는 수집한 유전자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여 유전자 변이와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처럼 유전자 데이터에서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기술은 신약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신약 개발은 성공하기만 하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블록버스터 신약의 경우 수조 달러의 라이선싱 수입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음


◈ 마찬가지로 FAA의 규제 완화는 드론의 다양한 산업에의 활용 등 무인 항공기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


FAA DOT(미국 교통부)의 산하 기관으로 민간 항공기의 운항을 관할하며, 항공기의 관제 업무 및 무인 항공기 운행 규칙 설정 등을 주요 임무로 하고 있음


FAA는 무인 항공기 비행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내세워 개인 소유의 무인 항공기가 항공기 운행 및 주민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이 드론을 상용 비행하는 데에도 엄격한 조건을 정하고 있음



<자료> Amazon


[그림 3] 아마존의 드론 배송 물류 항공모함 특허


• 이런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무인 항공기를 개발하는 미국 기업들은 자국을 떠나 시험 비행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드론 배송 시스템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개발하고 있는 아마존 역시 미국을 떠나 영국에서 배송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음


구글 역시 고속으로 비행하는 무인 항공기 프로젝트 윙(Project Wing)의 개발을 호주에서 전개하고 있는데, 자국 제조업의 회복을 내세운 트럼프는 FAA의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해외로 나가지 않고 미국에서 드론 산업을 성장시키게 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음


, FAA는 아직까지 엄격한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하해 보이는데, 드론 규제가 어디까지 완화될 수 있는지 아직까지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산업계는 트럼프의 지도력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형국


◈ 같은 맥락으로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을 제정하는 DOT(미국 교통부)의 규제 완화가 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지도 기술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


오바마 정부에서 진행해 온 자율운전 차량의 운행 지침 마련 업무는 아직 진행 중이며 트럼프의 새 행정부에서 틀을 갖추어야 하는 상황임


트럼프 자신은 아직 자율운전 차량에 대해서는 입장을 아직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새 정부의 의향을 반영한 규제를 처음부터 다시 개발할 것으로 보임


트럼프의 기술 고문으로는 트래비스 캘러닉과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임명되었다는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차세대 운송수단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함


<자료> AP


[그림 4]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로 옮겨가는 우버의 자율주행 택시들


• 우버는 작년 12 14일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전격 개시했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캘리포니아 주 정부로부터 정지하라는 명령을 받고 차량을 애리조나로 옮겼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영업이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음


새 정부 하에서 자율운전 차량의 규제 완화가 진행되어 기술 개발이 가속화 될 환경이 갖추어 질 것인지, 2017년은 자율주행 업계에 중요한 해가 될 전망


◈ 트럼프가 인프라 정비를 위해 1조 달러의 투자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기술기업들은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실제 예산 심의가 이루어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함


인프라 정비는 도로 정비를 중심으로 교통, 전력 네트워크를 현대화하는 것으로, 스마트 시티와 자율운전 차량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미 스마트 그리드 등 네트워크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음


인프라 정비에는 정보통신 기술은 필수이기 때문에 하이테크 기업들은 상당한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DOT는 이미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해 주요 도시는 물론 구글과 연계하여 도시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


트럼프는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의회에 인프라 정비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살짝 톤다운 하고 있어 실제로 이루어질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는 함


연방 의회가 소집되었으나 오바마케어(의료보험제도 개혁법) 철폐를 위한 결의안과 세제 개정 법안이 먼저 심의될 예정이며, 인프라 정비에 관련한 1조 달러의 지출과 예산의 균형 이슈에 대한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는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됨


◈ 실리콘밸리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고 트럼프의 정책과는 접점이 없는 것으로 비춰졌으나, 트럼프 정부의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하며 양자의 공통점이 부각되고 있음


트럼프와 주요 각료들 대부분은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 이른바 외부인들로, 정치에는 문외한이지만 워싱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으며 정치판을 바꾸려 하고 있음


실리콘밸리가 소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 것과 같이,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역시 워싱턴의 낡은 정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음


한마디로 창조적 파괴가 실리콘밸리와 트럼프를 잇는 공통점으로, 겉보기와 달리 양자는 궁합이 잘 맞지 않겠냐는 분석인 것


◈ 반면, 이런 관점에 대해 트럼프의 지향점이 과연 창조적 혁신에 있는 지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실리콘밸리 관계자들도 많음


당장 기술 기업 내부 직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엔지니어들 대부분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트럼프에 투항했다며 실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를 맹비난했으면서 정작 서밋에서는 트럼프에 논쟁을 걸며 도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며, 최고 경영자들의 변절에 많은 엔지니어들은 실망하고 있음


새로운 트럼프 정부 하에서 기업이 사업을 확대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현실과 이상의 불일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지금의 실리콘밸리 상황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음


◈ 실리콘밸리는 선거 직후의 깊은 실망감에서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우며, 점차 가시화 될 트럼프의 행보에 어떻게 임기응변 하는가 관건이 될 전망


실리콘밸리에는 트럼프가 새 대통령이 된다면 혁신의 흐름이 끊어질 것이라는 깊은 불신이 있어 왔기에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음


그러나 트럼프 시대에도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점차 늘어나며 실리콘밸리는 선거 직후의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오히려 트럼프가 실리콘밸리의 발전에 순풍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음


<자료> Up In The Business


[그림 5] 도널드 트럼프 vs. 실리콘밸리


• 다만 기대를 품는 쪽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정식 발족하고 경제 정책이 구체적으로 가시화 되기 전까지 섣부른 예단을 금물이라는 입장


트럼프가 자리 창출 공약을 지키려면 IT업계의 도움이 필요함을 인식해 기술업계와 잠정 휴전에 들어간 것일 뿐, 트럼프와 실리콘밸리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


실리콘밸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인 유화 제스처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임


트럼프 시대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비즈니스 마인드로 풀면 오히려 확실하다는 전망이 아직 엇갈리는 가운데, 트럼프 시대를 보내야 할 실리콘밸리에는 변화하는 정책에 적절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요구될 것으로 보임